위로가기 버튼

남북이산 가족 찾기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9-30 22:20 게재일 2009-09-30 19면
스크랩버튼
신두환안동대 한문학과 교수·시인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사상보다는 진하지 않은가. 이유야 어찌 됐건 철조망이 가로막혀 헤어져 산지가 60여년. 혈육 간에도 생각이 다르면 잦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 그 근본을 잊으리오. 잃어버린 세월만큼이나 보고 싶은 정을 어찌 다 말할 수 잊으리오.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볼 수 없다오. 이와 같은 심정을 읊은 한시 한 편을 음미해 보자.

行行重行行(정녕 가셔야만 합니까? ) 매승(枚乘) 行行重行行(가고 가고 다시 또 가시니 與君生別離(그대와의 생이별을 어찌하리오) 相去萬餘里(그래서 서로 떨어진 거리가 만여리) 各在天一涯 (각각 흩어져 서로 하늘 끝에 있네요) 道路阻且長(길은 험하고 또 멀리 있으니) 會面安可知(만날 날을 어찌 기약할 수 있으리오) 胡馬依北風 (오랑캐말도 북풍을 그리워 울고) 越鳥巢南枝 (월나라 새도 남쪽나라 가지를 그리워 운다) 相去日已遠(서로 떨어진 세월이 점점 멀어지니) 衣帶日已緩(몸은 여위여 허리띠는 헐렁헐렁) 浮雲蔽白日 (뜬구름은 밝은 해를 가려버리고) 遊子不顧返 (길 떠난 그대는 돌아오지 않네요) 思君令人 (그대 그리움에 이 몸은 늙어가고) 歲月忽已晩 (세월은 어느덧 너무 늦어가네요) 棄捐勿道 (포기해 버리고 다시는 말을 말지니) 努力加餐飯 (애써 식사 많이 하시고 건강이나 하세요)

위 시는 고시 19수 가운데 한 수이다. 저 북쪽에 두고 온 가족에게나 남쪽에 두고 간 북녘 가족에겐 절절이 와 닿는 시이다. 오늘 서로 이별하면 어느 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만남은 정해진 이별을 준비해야 하리. 최근에 추석을 맞이하여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시작되었다. 만나는 기쁨도 잠간 헤어짐의 슬픔으로 피눈물이 쏟아진다. 그긴 생이별, 이 눈물의 왈츠 앞에서 며칠이라도 시간을 더 주었으면 좋으련만 누가 이것을 막을 수 있는가?

한편 남북 이산가족 만남의 행사가 진행 중인 그저께 밤 한 70대 실향민이 그 기다려 오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비관해 달려오는 전동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얼마나 보고 싶고,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천륜을 끊어 놓고 이것을 미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누가 무엇이 이들을 가로막는 천인공노할 짓을 하는가? 북한은 이렇게 해준 것이 마치 큰 은혜나 베푸는 것처럼 하고 있다. 그리고는 남한은 이 행사를 열어준 것에 그냥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 대가로 쌀과 비료를 요구한다고 들었다.

그럼 저 북한 동포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인간이 아니라 노동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무슨 단백질 덩어리로 보는 것인가? 그들에겐 그리움이나 정 같은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전투정신에 어긋나는 것인가?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협상을 많이 해 본 경험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또 생각이 어떠하신지? 피는 사상보다 진하다. 저 통곡소리를 들어 보라. 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애태우는 나머지 이산가족들을 돌아보라. 우리 가위 바위 보로 전쟁이라도 한 번 하자. 그리하여 일 년에 한 두 번만이라도 서로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자.

햇빛정책은 왜 이것을 성사시키지 않았을까? 아쉬운 한이 남는다. 이 행사는 남북적십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1천만남북이산가족찾기운동> 시범사업의 하나로 이루어진 남북한 간의 고향방문사업이다. 이 사업은 1970년대 초 서울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대한적십자사 측이 제의한 것으로, 1985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8차 본회담을 계기로 처음 그 실현을 보게 되었다.

지금 이산가족들은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 60여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생이별의 한을 달래고 있습니다만 그 만남 뒤의 이별이 더욱 아플 것 같아 걱정이다. 이번 추석은 발갛게 멍들었을 이산가족들의 가슴 때문에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하루빨리 저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해 정부는 노력하라.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