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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새

可泉 기자
등록일 2009-09-25 20:26 게재일 2009-09-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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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노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하도 유명해서 어지간한 사람은 거의 외고 다녔다. 이 시는 고향이 그리워서 벼슬살이 내내 사직을 원하다가 마침내 벼슬을 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을 그렸다.

벼슬을 버리고 돌아가는 신나는 감정과, 돌아온 고향집에서의 평안과, 늙어가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깨달음을 담담하고 안정되게 노래하고 있다. 60구절 가량의 그 시에는 워낙 유명한 구절이 많아서, 고전 문장에는 곳곳에 인용표시도 없이 끼어 있곤 했다.

그 가운데서 `구름은 무심하게 산봉우리를 나서고, 새는 날다가 지치니 돌아오기를 안다(雲無心以出峀 鳥倦飛而知還)`는 구절은 생각할수록 맛이 깊다. 무형한 듯이 유형한 구름은 아무 매인 것 없이 산굴을 나서고, 늘 날아다니기만 하는 것 같은 새도 지치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고향으로 돌아온 지은이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벼슬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번잡함 속에 살면서 수많은 시비에 휩싸여 사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집에 돌아와 아무 꾸밈없이 얼굴의 긴장을 풀면, 그때서야 내가 보낸 괴로운 하루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종일토록 얼굴표정 하나도 진정한 내 마음을 표하고 살지 못했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고 청문회에 나선 후보자를 보면, 자기의 단점과 과거사를 조목조목 꼬집는 위원들에게 화도 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역력히 보인다.

얼마나 힘이 들까. 자신의 일 때문에 자신만이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심지어 부모와 장인 장모까지 들추어지는 것은 남이 봐도 견디기 어려울 일이다. 아마 학자로 살아온 세상이 참으로 평화롭고 예의바른 곳이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깨달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말이, 새도 지치면 돌아온다는 시이다. 낯선 세상에 나갔다가 온갖 괴로움을 당했다면, 돌아가기를 생각하며 평안을 얻어야 한다. 거기에서야 비로소 얼굴의 긴장을 풀 수 있을 것이다.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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