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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按舞)

可泉 기자
등록일 2009-09-24 19:46 게재일 2009-09-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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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가수들이 춤을 추면서 노래한다. 아름답다. 아무래도 가수란 무엇보다 노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생각이어서, 너무 춤만 잘 추거나 얼굴만 예쁘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더러는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니 그리 해로울 것도 없다. 춤은 동서고금에 가장 오래된 감정표현의 방법이다. 꼭 기뻐서만이 아니라, 슬프거나 노여운 감정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것도 일종의 춤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심지어 일부 동물들도 춤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보고도 있다.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이 추는 춤을 `안무`라고 부르는 것을 본다. 동작을 보고 `멋진 안무`, `새로운 안무`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안무(按舞)는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춤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춤선생이 춤을 고안하고 모양을 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가수가 직접 춤으로 보여주는 동작은 안무가 아니다. `무용`이거나 `춤`이다.


비슷한 오용으로 연출(演出)도 있다. 연출이란 배우들을 조직하고 연기를 지도하는 일이다. `환한 표정을 연출`, `괴로운 장면을 연출`한다는 것은 사람의 동작 자체가 아니다. 연출자가 배우들을 지도해서 보여주었을 때 쓰는 말이다. 요즘은 누구든지 표정이나 동작을 보이는 것을 `연출했다`고 한다. 그건 그냥 `표정을 지었다`, `동작을 했다`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런 유형으로 오용하는 사례는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오용이 생기는 걸까. 가장 흔한 이유는 단어에 대한 무지로 인한 것이다. 한자로 쓰면 더 유식해 보인다는 무식한 착각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어리석은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매체에서 잘못된 표현을 쓰면 벌금이라도 매겨야 한다. 그보다 더 의심되는 것은, 우리의 말이나 몸짓이 자발적이거나 자주적이지 않다 보니 그런 오용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정말 우리가 진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까.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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