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강토는 인사청문회로 시끌벅적하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수는 인사에 있었다. 그가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에 국민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의 인사들을 보고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인사가 잘못되면 만사가 흐트러진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였다. 인사문제가 곧 정치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실로 국가가 혼란하니 새로운 인물이 혜성과 같이 나타나 주길 국민은 얼마나 기대하는가.
이런 시점에 이명박 정부가 지금 새로운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엔들 뛰어난 인재가 없으리오만 다만 초야에 흘러두고 찾지 못할 뿐이다. 오늘날은 왜 혜성과 같이 나타나는 인재가 없을까. 그 이유는 너무나 학벌을 위주로 선발하고 정계나 사회에서 알려진 인물만 대상으로 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인사들에 대해 국회가 검증작업을 벌인다고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다. 간사한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국회에서 과연 올바른 인사 청문회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옛날에 인재를 평가하는 잣대는 주로 충과 효였다.
지금의 잣대는 온갖 사소한 가사 문제부터 시작해서 치사하리만큼 세세하게 먼지 털어내듯 과거행적을 지적해 낸다. 여기에 누가 과연 온전할 수 있겠는가. 강태공같이 낚시하면서 학문과 지식을 연마해 오랜 준비를 하고, 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인재도 없을뿐더러 초야에 은거해 있는 제갈공명 같은 이를 삼고초려하려는 그런 정치인도 보기 드물다. 오직 당리당략과 자기편을 위해 도움이 되는 편협한 인재들만 구하려다 보니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듯하다. 좀 색다른 인물들이 초야에서 발견돼 정계에 등용됐으면 좋겠다.
임진왜란 때의 명재상 서애 유성룡은 이순신 같은 인재를 어디서 구했을까. 성대중의 지은 `청성잡기`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서애 유성룡(柳成龍)이 홍문관(弘文館))의 관리로 있을 때 귀성(歸省)하기 위해 한강을 건너는데, 강물은 불어나고 건너는 사람은 많아 서로 앞다투어 배에 오르느라 자못 소란스러웠다.
이때 무인으로 보이는 길손이 평복 차림으로 홀로 말을 끌고 배에 올랐는데, 어느 술 취한 자가 뒤따라 올라서는 그가 자기보다 먼저 배에 오른 것에 화를 내며 거침없이 욕을 해 댔다.
그러자 배에 타고 있던 자들이 모두 분개하여 심지어 그를 대신해 싸우려고까지 하는데도 정작 길손은 머리를 숙이고 채찍을 늘어뜨린 채 강을 다 건너도록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하였다. 서애도 속으로 그를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가 나루터에 닿자 길손이 말을 몰고 먼저 내려 말의 뱃대끈을 바짝 조이고 있었는데, 술 취한 자가 계속 욕지거리를 하면서 뒤따라 내렸다.
알고 보니 대갓집 하인이었다. 길손이 왼손으론 말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 술 취한 하인을 움켜잡는데 맹호가 토끼를 후려치듯 민첩하였다. 칼을 뽑아 목을 베어 강물에 던져 넣고는 낯빛도 변하지 않고 말에 올라 곧장 떠나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나루터에서 그 모습을 본 자들이 모두 크게 놀라 넋이 빠져 있는데, 서애만은 그를 기특하게 여겨 `이 사람은 대장감이다`라고 감탄하였다. 항상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뒤에 군문(軍門)에서 살펴보니 바로 훗날의 충무공이었다. 서애가 공을 알아본 것은 사실 이 일에서 비롯된 것이지 율곡(栗谷)이 천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재는 이렇게 발견되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도 인재발굴의 시각을 고쳐 초야의 인재들을 찾는데 골몰해 보라. 이 땅에도 강태공이나 제갈공명 같은 인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