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는, 새로 임명되는 고위직들이 대부분 도덕적으로 검증이 필요한 사람들이서 이 제도는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청문회가 더러 비민주적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흠집내기이다.
실제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별 관계없는 소소한 잘못을 소문내고 과장해서 취임을 저지하거나 직무수행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차피 완전하지 못하니, 어느 누구라도 잘못이 없을 수는 없다. 그 중에서 인간적으로 한 실수까지 다 백일하에 밝힌다면 누구도 공직을 맡기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만큼 큰 잘못이 아니라면 억지로 드러내어 남의 인격을 모욕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는 국민도 대부분 양해하는 관대한 범위가 있다.
그런데 이 관대한 국민이 절대 양해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병역문제이다.
전에 대통령에 출마한 어떤 분도, 자제들의 병역 문제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인기 최정상의 연예인이라도 병역문제에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병역문제에는 지극히 엄격하다.
어쩌다가 병역이 문제가 되면 전 국민이 달려들어 꼼꼼히 검증한다. 너그럽고 따뜻하던 눈길도 병역 미필자에게는 갑자기 차갑고 날카로워진다.
지금도 총리 후보자의 병역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정에 의해 여러번 연기를 하다가 결국 나이가 너무 많아져서 군대에 가지 못했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그래도 일부러 군대를 가지 않았거나 혹은 가지 않으려 했다는 의심을 벗지는 못하고 있다.
고령으로 인한 연기자의 많은 숫자가 외국에 유학하느라고 귀국을 못해서 나이를 넘긴 경우인데, 그 저의에 병역 기피의 의도가 있는지를 따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변명이 불필요하다. 사실대로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것 밖에는 아무 길도 없다.
이미 많은 청년들이 유학 중에도 일부러 귀국해서 병역을 수행하고 있는데, 자기만 그러지 못했다는 설명을 국민이 납득해줄 리가 없다.
젊을 때 잘못 생각했다고, 지금이라도 그 이상으로 국가에 몸을 바치겠노라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사과와 다짐이 통하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 그만큼 병역 문제는 공직 후보자 도덕성의 첫 잣대이다.
문제는, 병역 문제를 따지는 우리의 도덕성이다. 다른 문제는 제쳐두고 병역 문제에는 화부터 내는 것이, 어쩌면 내가 겪은 고통을 그들이 면했다는 데 대한 사적인 분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일에 시간과 능력을 바친 일이, 어떤 불이익이라도 감수한 것처럼 생색내는 밑천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합당한 가치가 수반된 것이 아니라면, 병역 문제로 지나치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근거가 없다.
그저, 우리는 병역의 괴로움을 겪었는데 누구는 그것을 겪지 않았으니, 그가 능력이 있어도 공직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면, 그 주장이 도덕적이라고 볼 수 없다. 병역 문제는 양면의 도덕적 잣대인 것이다.
공직 후보자는 엄격히 검증되어야 한다. 그가 유능한지 혹은 도덕적인지 그리고 일을 잘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바르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가졌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물론 병역도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병역을 마치지 못했다면 제대로 해명하거나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문제에 묻혀서 중요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번 총리 후보자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총리를 맡겠다는 그가 어떻게 이 대통령의 경제관을 바로잡을 것인지,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요컨대 어떻게 하면 이 정권에 실망한 국민을 희망차게 해 줄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