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위주로 살아온 서양인들은 포크와 나이프를 식사 도구로 사용했으나 채식위주의 동양 문화권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주로 사용하면서 젓가락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젓가락 사용은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됐을 것으로 짐작되나, 역사적으로는 중국 은나라 때 청동제 젓가락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인류는 못해도 3천 년이 넘게 젓가락을 사용 온 게 분명하다.
중국에서 처음 사용된 젓가락은, 천8백 년 전 우리나라에 벼농사가 처음 들어오면서 함께 전해졌고 일본에는 이보다 4백 년 쯤 뒤인 천4백 년 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아시아 3국의 젓가락은 나라마다 특색이 있는데, 중국 사람들은 온 식구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풍속 때문에 먼 거리의 음식을 집느라 젓가락이 길고 굵다.
이에 비해 일본은 밥그릇과 반찬이 모두 자기가 앉은 바로 앞에 있고, 생선이나 가락국수 같은 음식을 먹기 좋게 하기 위해 젓가락이 짧고 끝이 뾰족하다. 우리나라 젓가락은 이 두 나라 젓가락의 중간 크기이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나무젓가락을 주로 사용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주로 놋쇠를 사용했고 현대에 와서는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를 주로 사용하는 등 젓가락 문화권에서도 나라마다 젓가락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쇠젓가락은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자원절약이라는 측면에서도 효용성이 크다.
나무젓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중국의 경우는 젓가락 사용에 따른 자원낭비가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백앙나무 숲에 질리기가 십상이다.
종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특정 수종만 고집하는 중국의 조림 정책이 의심스럽기도 하고, 도대체 저렇게 많은 백양나무를 어디 쓸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중국 천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백양나무이지만 특히 산동성 지역의 경우, 도로변이나 마을주변 어디 할 것 없이 백양나무 일색이다.
백양나무는 우리의 미루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수형은 곧은 편이나 재질이 단단하지 않아 목재로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이처럼 쓰임새가 적은 나무를 중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심고 가꾸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백양나무는 사막지역 등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데다가 속성수라서 이른바 녹화사업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여기에다 건축자재 등으로는 인기가 없어도 젓가락용으로는 불티나게 팔려나가 경제림으로도 제 몫을 한다는 게 현지인의 설명이었다.
13억 중국인들이 한번 쓰고 버리는 젓가락 숫자만 연간 450만 벌에 이른다니, 보기에는 백양나무 숲이 아무리 많아도 이 숫자를 충족시키기에는 오히려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양의 젓가락을 만드는 데는 다자란 백양나무나 자작나무 250만 그루가 소요된다.
중국 내의 이 같은 소비뿐만 아니라 연간 16만 5천 t의 젓가락을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어, 환경론자들은 이 추세대로 1회용 젓가락을 생산하면 앞으로 12년 이내에 중국의 산림은 황폐화될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되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에는 색깔을 좋게 하기 위해 표백제와 곰팡이 방지제 등 인체에 해로운 독성 물질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젓가락의 표백제로 쓰인 공업용 과산화수소와 아황산 수소 등은 식품이나 용기에는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을 사용한 나무젓가락 수십 개를 넣은 어항의 물고기가 10시간 안팎에 모두 죽기도 했다.
이처럼 해로운 젓가락이 도시락이나 야외취사용 또는 각종 행사장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일회용품 사용을 적극 규제하면서 사용량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우리의 생활주변 어느 곳에서나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쉽게 등장한다. 이는 철저히 막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