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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슈퍼 관리자
등록일 2009-07-01 00:00 게재일 2009-07-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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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워낭소리`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게다가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띤 영화임에도 대중적인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워낭소리의 흥행 성공은 이후 상영된 독립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모아내면서 `워낭소리 효과`를 불러온 듯하다. 워낭소리 이후 개봉관에서 상영된 `똥파리`,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이례적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것은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포항지역에서는 상영되지 않아 이 걸출한 다큐 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여 2009년 여성주간을 맞이하여 오는 7월2일 포항여성회를 비롯한 몇몇 단체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상영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전쟁은 절대 하지 말란 말이야.”

우리 한국은 근·현대에만 해도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겪은 바 있다.

전쟁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전시 세대든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든 공히 전쟁에 대한 공포를 우리 모두는 가지고 있다.

특별히 전시에 여성들과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잔혹하기가 그 도를 넘는 것이기에 전쟁에 대한 공포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아동, 노인들에게는 실재하는 공포다. 하물며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에게야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본 식민지하 태평양 전쟁 당시 국가와 군대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성적 폭력과 학대는 전쟁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후 처리에 있어 전범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대하고 허용적이었던 우리의 역사는 실존했던 범죄를 드러내지도 전범국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사건이 몇몇 용기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과 커밍아웃으로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초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피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적인 공분을 일으켰던 이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진행 중에 있다.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도 없으며, 이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도 미온적인 상황이다.

또한 피해 사실을 전면으로 드러내고 일본과 우리 정부에 대한 싸움을 지난하게 펼쳐 오셨던 할머니들께서는 하나 둘 생을 달리하고 계시다. 870회째를 훌쩍 넘긴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는 이번 주도 진행 중이다. 870회를 넘긴 오늘까지 할머니들은 일관되게 일본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실시할 것”, “역사 날조를 중지하고 평화를 위한 교육에 앞장설 것”, 그리고 한국정부에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함께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할머니는 피해자답지 않아요. 분노와 웃음~ 할머니에게는 피해자답지 않은 분노와 웃음, 힘이 있어요.”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에 등장하는 한 일본 남성은 재일 조선인 일본군위안부 송신도 할머니를 만난 소감을 이렇게 밝힌다.

할머니들은 일본의 전쟁에서 잔혹한 피해를 경험했으나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역사의 생존자로서 실증하는 활동가이다. 그러하기에 피해자다울 수가 없는 것이리라. 일본 정부를 향해 전쟁의 폐단을 통쾌하게 호통치는 일본군위안부 송신도 할머니는 재판에는 졌으나 할머니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을 것과 앞으로 참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과 국가간 폭력인 전쟁으로 피해 입은 당사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을 아울러 꾸준히 요구해 오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송신도 할머니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증언할 자리와 기회가 많다. 일본 정부를 향해 당당하게 호통을 할 뿐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든 주눅들지 않는 당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더 늦어지기 전에 역사가 지우려 했던 아픈 역사를 인정받고 기록되도록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그를 피해자로 머물러 있지 못하게 한 것이리라.

간절한 할머니의 마음이 지지 않도록 2009년 여성주간에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와 함께 하며 평화와 평등,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주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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