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의 글 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손끝에 힘을 주어서 글을 쓰는 집중, 그것은 하나의 우주가 열리는 일과 같다. 그만큼 글 속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고 온 우주가 하나 된 맑음이 그 속에 오롯이 담기는 것이다. 이번 ‘경북 어린이 백일장’에도 풍성한 열매들이 오월의 햇살을 담고 심사위원들의 손에 들려졌다. 이 열매들을 읽으며 요즈음 어린이들이 얼마나 밝고 맑게 커 가는가를 알게 되었다.
시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은 장량초등학교 안준기 학생의 ‘동전’은 할머니의 사랑이 생선비린내처럼 묻어있는 높은 가치를 지닌 동전이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발견한 서랍속의 동전에 사랑이란 의미의 날개를 달아준 눈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눈이다. 좋은 글이란 별것 아닌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정확하게 글로 옮겨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안준기 학생의 ‘동전’이란 시는 가장 좋은 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산문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은 경주모화초등학교 신혜빈 학생의 ‘친구’는 자신이 힘을 잃고 쓰러져있을 때 일으켜주고 함께해준 가슴에 담은 우정의 이름이었다.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담담히 써내려간 글 솜씨도 있었지만 글 속에 녹아있는 마음씨와 또한 글씨체의 아름다움이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요즈음같이 글씨를 잘 쓰지 않아 삐뚤빼뚤해지는 시대에 손 글씨가 얼마나 예쁘고 바른지 그것이 글의 내용과 함께 눈에 띄었다. 예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성품을 담는다고 했다. “전교 회장에서는 낙선되었지만 두영이와 친구들이 베풀어준 고마운 마음만은 사랑이 꽃이 되어 내 가슴 속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고 있다.”에서처럼 표현은 투박한 감이 있었지만 그 표현의 진실함이 눈에 띄었다. 내용의 진솔함이 오히려 표현을 뛰어넘는 다는 것을 왜 모를까? 많은 글들이 표현에 매달리다보니 진실성에서 벗어나 영 다른 곳을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신혜빈 학생의 글은 그런 면에서 자신의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은 좋은 글을 썼다.
글을 통해 희망을 읽는다는 것은 글 쓰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다. 경북어린이 백일장이 해마다 참가인원수가 증가하고 대회가 해마다 커져가니 그 희망이 더 커져가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모든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하며 입상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도 글이 하나같이 내용과 표현 면에서 나쁘지 않았음을 밝힌다. 내년에 다시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할 것을 부탁한다. 끝으로 모두들 글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가기를 바란다.
▲심사위원:김만수, 김일광, 하재영, 조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