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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김종철 기자
등록일 2008-11-24 16:02 게재일 200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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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시인



아침마다 교문에는 교도선생님이 칼 눈을 하고선 우리들의 복장을 살폈다. 그리곤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의 교복과 교모에 대해서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셨다.


처음부터 당연하게 학생들은 교복을 입는 거로구나 생각했지만, 학교의 역사적인 배경을 들으면 더욱 교복에 애착이 갔고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명문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충고도 있고 하여, 극장가를 배회할 때는 교복을 아예 벗고 다녔다. 무명천에 쑥 물 들인 하복은 매일 풀을 먹여 다림질하여 칼처럼 세우고 다녔다.


동복은 풀을 못 먹이니, 아랫목 이불 밑에 쫙 펴서 줄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밤새 몸을 꼿꼿하게 세워 옷이 구겨지지 않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당시엔 우리들의 교복 입은 모습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교모에 달린 뱃지까지도 빛나게 문질러야만 했다.


교복은 일반인과 구분하기 쉽고, 단체생활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이 되며, 옷에 관심을 쏟는 나이 또래에 면학의식을 높이기 위해, 신분과 소속감을 심어주는 수단으로써, 개화기 학교가 시작되면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교복을 입히는 학교가 많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신세대 사이에서는 반대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학교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의식하면서부터, 학생들과 부모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다양한 색과 디자인으로 변경되거나 폐지되기도 한다.


근래에는 역사의식이 고취되면서 우리 옷을 교복으로 지정하는 학교까지 생겼다. 항간에는 교복이 일본식 교육의 산물이라고 하니, 과연 그런지 교복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자.


영국의 이튼 학교에서부터 교복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나라도 개화기 시대 학교에서부터 오늘에 이르는 교복 변천사는 자못 흥미롭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교복의 최초는 1886년 이화학당의 붉은 무명천의 치마 저고리, ‘홍둥이’일 것이다.


3년 뒤에 붉은 색 교복에서 검정 무명치마와 흰 저고리로 바꾸고 등하교나 소풍 갈 때는 쓰개치마를 썼다고 한다.


남학생 교복은 1898년 배재학당의 당복으로서 소매 끝, 바지의 솔기 부분, 모자에 청·홍선을 두른 것이었다. 1904년 한성중학교는 전통식 검은 두루마기에 검은색 띠를 두른 교복을 사용했으며, 최초의 양장 교복은 1907년 숙명여학교에서 처음 실시하였으나 1910년경에는 한복 착용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니 세간에 떠도는 말 중에, 교복은 일제시대의 잔존물이라고 것은 타당하지 않을 듯 싶다. 193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여러 학교에서 서양식 교복을 입기 시작하였고, 1940년대에는 마치 전투복처럼 여학생에게도 ‘몸뻬’라는 작업복 바지에 블라우스를,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게 하였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상하 검은색 혹은 짙은 감색 중심의 교복이 착용 되었다. 1969년 중학교 평준화 시책이 실시되면서 시·도별로 획일화되었던 바, 소위 학교의 특성을 없애기 위해 단추·모자를 포함하여 통일된 중·고등학생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러다 1983년 교복자율화 조치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1986년 2학기부터 학교장의 재량에 따르게 하였다. 이런 사실은 교육부 발행, 교육 50년사 부록-교육사일지(1985) 잘 나타난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에서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지난 달에는 지긋한 어른들께서 교복을 맞춰 입고 경주로 수학여행의 추억을 찾아 오셨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살림살이가 어렵던 그 시절엔 시골에서 올라 온 여공들은 교복 입은 모습에 하염없이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교복은 일제의 잔재물이 아니며,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사인 동시에 살아있는 증인이다. 교복을 자랑삼아 입고 다닌 그 세대가 이 나라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선진국 반열에 올린 자랑스런 세대이다.


이제 그 빛나는 역사와 전통과 경제 안정의 책임을 질 학생 여러분께 부탁컨데, 교복을 미워 말지라. 교복을 아끼시오. 깨끗하고 단정하게 자신을 가꾸시오. 학교를 사랑하시오. 교복이란 학생의 신분을 보호하고, 미래를 밝히는 소리 없는 깃발이며 아우성이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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