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戊子年) 정월 초하룻날 황금연휴를 앞두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여·38·회사원)는 귀성길 장거리 운전 계획을 점검했다.
자동차 정기검진은 물론 비상용 구급함에 올해는 특별히 드라이브용 단화까지 챙겼다.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는 그녀는 지난해 고향을 오가며 남편과 교대해 장시간 운전한 후 무릎과 발목 관절의 통증으로 한동안 고생했기 때문이다.
귀성길 장거리 운행에 여성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즐거운 설 명절을 가족과 안전하게 보내는 요령에 대해 서울 우리들병원 컴퓨터 네비게이션 관절클리닉 정재훈 원장에게서 들어보자.
하나. 운전에 적합한 신발 착용하세요.
운전할 때 오른발 뒤꿈치는 바닥에 붙인 채 앞부분으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고 들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때 하이힐처럼 굽 높은 신발은 뒤꿈치가 안정적으로 받침대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시간 가고 서기를 반복해 페달을 밟는다면 발목과 무릎 관절에 큰 무리를 초래할 수 있다.
정재훈 원장은 “오랫동안 하이힐을 신고 운전을 하면 차에서 내릴 때 무릎 통증을 느끼며 잠시 걷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무릎 앞쪽 뼈 연골이 약해져 있는 연골연화증 환자나 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굽이 높으면 순발력이 떨어져 자칫 대형사고도 불러올 수 있다”며 “설 명절에 하이힐로 한껏 멋을 내고 고향에 가고픈 여성이라도 차내에 드라이브용 단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운전한 경우 급제동 시 운동화보다 정지거리가 4m 정도 길게 나타났다. 이는 소주 2잔을 먹고 운전했을 때의 제동거리와 동일했다. 또한 운전 중 돌발 상황이나 코너 회전 시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고 민첩한 발 동작을 방해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원장은 “장시간 운전 시에는 차가 정지해 있을 때 무릎을 자주 움직여주며 다리를 쭉 펴서 뒤쪽의 종아리 근육을 이완시키는 등의 스트레칭을 함으로써 다리의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둘. 올바른 운전 자세가 중요해요.
장시간 운전을 할 때는 올바른 앉는 자세도 중요하다. 의자 깊이 엉덩이와 허리를 밀착시키고 등받이는 105~110도 정도 세운다. 운전대에 상체를 바짝 붙인 자세는 핸들조작에 방해를 주고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두 팔은 자연스럽게 운전대를 잡고 다리는 약간 구부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또한 머리 받침대를 조정해 급정지 시 발생할 수 있는 목 손상을 방지하고, 허리와 의자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등받이나 쿠션을 넣어 허리를 보호한다.
앉는 자세는 서있을 때보다 허리에 2배 이상의 부담이 가해진다.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어깨나 무릎, 발목 근육의 지속적인 자극으로 긴장성 근육통이 발생하기 쉽다. 1시간에 1번씩은 가볍게 걷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굳어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쉬면서 피로감을 없애도록 한다.
셋. 즐거운 가족 나들이 빙판길 조심하세요.
연휴를 이용해 눈썰매장, 스키장을 찾는 가족단위 놀이객이나 친척집을 방문할 때도 겨울철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노약자들의 낙상 사고에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들의 경우 골 밀도가 감소해 뼈가 약해져 있고 순발력이 떨어져 미끄러지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경미한 사고에도 고관절, 엉치뼈, 척추 등에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아이들 또한 잔뜩 움츠려 경직된 몸이 충분히 이완되기 전에 뛰어 놀다가 손목, 발목을 삐고 인대가 늘어나는 등 다치기 쉽다.
정재훈 원장은 “무릎이나 손목 관절 사이의 물렁뼈가 손상된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줄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관절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붓기가 지속되면 반드시 관절 전문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며 “본격적인 활동 전에는 한껏 웅크린 몸을 풀어주기 위해 목, 어깨, 허리, 무릎, 발목까지 꼼꼼한 준비운동으로 혈액 순환과 유연성을 좋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영훈기자 yhja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