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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칼럼...신조어 외래어 일본어가 범람하는 우리사회

등록일 2006-10-17 20:01 게재일 200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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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신 <객원논설위원·국제로타리3630지구총재>


가상공간에서의 언어사용은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현실화로 굳어져 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의 언어 경시로 국어교육 효과가 줄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지만 IT분야가 신조어의 보고가 되는 등 말과 글의 빠른 환경 변화로 지금은 극단적인 의견보다는 단점은 최소화시키는 대신 장점은 장점대로 살려보는 것도 좋다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다듬기’사이트(www.malteo.net)에 들어가 보면 우리글을 사랑하는 열기가 넘치긴 하지만 범람하는 신조어와 외래어, 심지어는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되는 일본말이 여전하다.


먼저 김한샘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의 조사를 보면 인터넷상에서 신어가 발생하는 요소로는 시간, 공간, 집단의식으로 들었다. 시간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 빠르게 글을 쓰다보니 줄여 적고(성), 글자를 해체하고(ㅊㅋ), 단어나 음절을 문자로 대신한다(쪽8리다)는 것.


이런 왜곡된 언어가 현실 언어와 분리되어서 또래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 간다고 지적했다.


시대의 흐름을 빗댄 신조어도 양산되고 있다. 몇 백통의 이력서를 작성, 직장을 구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이삼십 대 여성은 ‘백조’다. ‘이태백’이도 모자라 등장한 신조어가 ‘삼일절’이다. 서른한 살이면 취업길이 막혀 절망한다는 애틋한 뜻이 담겼다.


‘십오야’ 15세만 되면 앞이 캄캄해 진다고해서 청년실업의 짙은 그늘이 반영되었다. 소설가이신 김다은 교수가 지은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에서는 신조어는 사회적 거울이다. 신조어들이 발칙할수록 세상은 경박하고 어두울수록 사회도 그만큼 암울하다고 적었다.



‘파워풀’ 포항은?



외식산업의 발달 영향을 받긴 했지만 우리들은 ‘레스토랑’이면 가보지 않고도 분위기가 그럴싸하고 가격이 좀 나오는 걸로 짐작하지만 ‘밥집’은 5천원 안팎으로 생각한다. 뭔가를 먹는 집의 의미는 같지만 허름하면 밥집이고 식당은 그 중간이다.


‘알몸’과 ‘누드’‘나체’도 거의 같은 뜻이지만 문화행사에는 누드란 말을 쓰고 흉한 사건에는 알몸이라고 쓴다.


이같이 아름다운 우리말보다 상위권에서 범람하는 외래어의 경우, 우리말 글을 더 사랑하고 지켜야 할 지자체가 더 부추기거나 남발하는 꼴이다.


포항시가 정한 'CIP'는 ‘파워풀’이다. 포항을 잘 나타낼 우리말도 얼마든지 있는데 ‘파워풀’이라니 어떤 면에서는 우습기도하다.


김천역시 ‘센트럴’이어서 안동 ‘선비’ 의성 ‘의동이’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아직도 일본어라니…



어업문화가 들어온 포항을 비롯해 해안지방에는 일본어가 더 많이 남아있다. 여기에다 일본식 영어 발음과 일본식 한자 행정 잔재어 까지 해아 릴 수 없이 많다. 젊은 층에서도 생각 없이 일본말을 너무 쉽게 내 뱉는다.


생선회를 사시미로, 바다 뱀장어를 아나고로, 수레를 구루마로, 갓길을 노견으로, 채비를 단도리로, 터를 부지로, 둔치를 고수부지로, 깃을 에리로 말하는 등 560돌 한글날을 보내었지만 여전히 많은 왜색어가 우리주변을 떠돌아다닌다.


지구촌에서 쓰는 언어는 대략 4000∼5000개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00만 명 이상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138개, 10만 명 이상은 396개가 된다. 언어 사용 1위는 단연 중국, 세계 60억 인구 중 5분의 1가량이 쓴다. 한글은 7400만 명이 쓰니 15위권 안에 든다.


또 우리글은 세계 48개국 590여 대학에서 가르치는 국제적 문자가 됐다. 우리글의 과학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과 찬사도 날로 더해간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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