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하루’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박흥식 감독의 장편 데뷔 작품인 ‘역전의 명수’는 탄탄한 시나리오로 충무로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역 주변을 주름잡는 건달 명수와 그의 모범생 쌍둥이 동생 현수의 인생 역전을 그렸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여배우 윤소이(20)와 1인2역을 연기한 정준호가 호흡을 맞춘다.
윤소이는 명수의 인생을 역전시키는 사연 많은 여자 순희 역을 맡았고 부당한 방법으로 부와 명예를 획득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사회부 기자다.
정준호는 군산역 앞을 주름잡는 건달로 일명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박명수 역을 맡았다.
2분17초 차이로 먼저 태어난 박명수와 일란성 쌍둥이 동생 박현수가 서울 법대에 수석 합격하는 동안 명수는 엄마(박정수)의 국밥집에서 배달이나 하는 한심한 처지.
사법고시 준비하는 동생을 위해 병역을 대신 해결해주고 변호사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동생을 위해 징역을 대신 해결해주는 형 명수에게 어느 날 순희(윤소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현수의 사랑에 속고, 정치적 음모에 희생된 아버지의 돈에 우는 순희는 명수에게 은행을 털자고 꼬드긴다. 그러나 은행 강도는 미끼일 뿐 순희의 속셈은 따로 있다.
덕분에 ‘역전의 명수’에게도 이제 진정한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역전의 명수’의 또 다른 즐거움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웃음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조연들이 다 모였다는 점.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노식을 비롯 명계남, 임현식 등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포항시네마(253-5002)· 메가라인(231-8700) 상영.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정보석·추상미 주연의 영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화려하면서 모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작가이자 고민 상담 카운슬러면서 자살보조업자인 S와 그에게 자살을 의뢰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갈등과 방황을 그렸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호평받은 전수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스스로의 파괴 권리.
영화에는 자살을 도와주는 남자 S와 그에게 자살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가인 주인공 S(정보석)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자살로 인도하는 일을 부업으로 가지고 있다. 죽음을 선택한 이들을 도와주는 자살 도우미인 셈. 하지만, 죽기 전에 충분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일도 그의 임무다. 충동적으로 결정을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본 다음에야 의뢰인과의 계약은 이뤄진다.
그에게 ‘파괴’에 대한 조언을 하는 세은은 항상 막대사탕을 물고 있는 여자다. 택시운전사인 동식(김영민)과 비디오 아티스트인 상현(장현성) 사이에서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던 그는 상현과 폭설 속 강원도 여행을 다녀온 뒤 자취를 감추고, 얼마 후 자신의 집
에서 목숨을 끊는다.
S의 또 다른 의뢰인인 행위 예술가 마라(추상미)는 상현과 공동작업자로 연결돼 있다.
함께 작업을 한지 얼마 뒤, 그는 퍼포먼스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의 지원과 프랑스 회사인 ‘RG 프린스 프랑스’의 부분 합작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 졌으며 해외 인력들이 촬영팀에 합류전체 후반 작업을 프랑스에서 진행했다.
포항시네마(253-5002) 상영.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