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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배구명가 한전 존폐기로

권종락 기자
등록일 2004-12-23 18:26 게재일 200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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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자 배구팀 가운데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한국전력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한전은 내년 2월 닻을 올리는 프로배구에 초청팀으로 참여할 것이 유력시됐으나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의 2차 이사회가 끝난 후 발표된 안에는 초청팀 명단에 상무만이 올라있어 의구심을 자아냈다.


게다가 대한배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한전사장까지 최근 사의를 표명하자 급기야 한전이 배구단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전은 공기업의 경우 주력 사업 외에는 갖고 있는 사업체를 가급적 정리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아직 구체적인 방침은 정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팀 해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관계자는 하지만 프로배구의 초청팀 명단에 한전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한전이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실업팀 단장으로 구성된 KOVO 이사회가 형평성을 내세워 한전의 초청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은 공기업이라는 특성상 프로의 전제조건인 분담금, 지역연고 등을 수용할 순 없더라도 자체 경비를 부담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OVO 이사회는 한전도 기업체이므로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을 주장하며 한전의 참여를 못마땅해 한다는 것.


관계자는 만약 프로리그 참가가 무산된다면 1년에 한번 열리는 전국체전 이외엔 참가할 대회가 없어지는 셈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팀을 유지할 근거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면 이인 전 대표팀 감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신영철 LG화재 감독 등을 배출하면서 40여년 동안 배구판을 굳건히 지켜온 한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병희, 김상기 등 주전 선수들도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물론 이병희 등 팀에 오래 몸 담은 선수는 정식 직원으로 한전 지사에 근무할 수 있지만 김상기 등 입단 2년이 채 안된 계약사원들은 다른 실업팀에서 받아주지 않는 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전망.


KOVO는 오는 29일 3차 이사회를 열고 한전을 초청팀으로 결정할 지 여부를 최종 논의할 예정이다.


KOVO는 신생팀 창단이 무산된 마당에 한 팀이라도 더 원년 리그에 집어넣는 것이 절실한 입장이라 한전의 리그 참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요행히 원년 리그에 출전한다 해도 확실한 프로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전이 언제까지나 프로 무대에서 뛸 수는 없는 노릇.


때문에 별도의 실업리그가 활성화 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존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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