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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학 최고봉 '돈키호테' 완역발간...스페인어판 번역, 세르반테스 문체·기법 그대로살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4-11-25 16:29 게재일 200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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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작가들이 성경처럼 읽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돈키호테’가 새롭게 번역돼 나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서양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명작인 ‘돈키호테’는 괴테부터 쉴러, 도스토예프스키를 거쳐 보르헤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안겨온 ‘인류의 책’으로 스페인 문화권에서는 사람이 죽을 때 무덤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꼽을 정도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번역돼 나온 ‘돈키호테’(시공사 간)는 출간 40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어판을 완역한 것.

‘돈키호테’는 1915년 최남선이 ‘청춘’에 소개한 이래 영어나 일본어판의 중역으로 국내에 쉼없이 많이 소개돼 왔는데 그동안 출간된 스페인어판 번역본은 일부 중역됐거나 문장이 누락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돈키호테’의 재번역은 한국외대의 ‘BK21 세르반테스 연구팀’(팀장 박철 스페인어과 교수)이 중세 스페인어를 현대어로 바르게 옮긴 것으로 평가 받는 스페인의 비센테 가오스 교수의 ‘돈키호테’를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년 가까운 작업 끝에 마무리 한 것이다.

도서출판 시공사의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초판을 성공시킨 뒤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가짜 속편이 출간되자 10년 만에 썼던 제2편을 제외한 1편만을 다루었으며 세르반테스 특유의 사실적 문체와 기법을 그대로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돈키호테’에 삽입된 삽화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구스타프 도레의 그림 29점도 담겨있어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자신이 진짜 기사라고 착각한 한 시골 귀족이 종자와 함께 편력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우스광스러운 모험이야기이다. 이상주의를 꿈꾸는 돈키호테와 현실적인 인물을 상징하는 산초가 때론 맞서고 때론 도우면서 여행을 계속해 가는 모습 속에서 세르반테스는 유쾌한 유머와 재치 그리고 날카로운 풍자를 섞어 인생의 작은 그림을 보여준다.

17세기 ‘재치있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던 ‘돈키호테’는 당시에는 만화적인 작품으로, 18세기에는 의미깊은 이성적 작품, 19세기에는 낭만주의적 작품, 20세기에는 실존주의적 작품, 그리고 21세기엔 포스트모던 소설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돼왔다.

그러나, 어린이에게는 웃음을 주고 청년들에겐 깊은 의미를 주며 노년층에게는 인간의 심오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였다는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독자와 시대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바뀌며 꿈과 희망과 웃음을 준다는 것이 ‘돈키호테’의 위대함인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몇십년간 연구했지만 그 의미, 작품속에 묘사된 인간의 내면, 시대에 대한 조소와 풍자 등 돈키호테의 모든 것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알려지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732쪽. 1만6천원.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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