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의 작렬하는 태양만큼이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과 함께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ATHOC)가 올림픽 사상 처음 시도한 비키니를 입은 미녀 응원단이 해변가 경기장을 달구고 있기 때문.
12명으로 구성된 여성 비키니 응원단은 한 세트가 끝난 뒤나 다음 경기를 준비할 때 생기는 자투리 시간에 어김없이 강렬한 음악과 함께 오렌지색 비키니를 입고 등장, 관중에게 ‘섹시 댄스’를 선사한다.
이같은 ‘막간 쇼’는 일반적인 국제대회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상업성보다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올림픽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비치발리볼은 그렇지 않아도 남녀 ‘몸짱’ 선수들의 시원한 옷차림으로 볼거리를 제공해 대회가 거듭될 수록 인기를 모아왔던 게 사실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종목 가운데 5번째로 시청률이 높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전부터 수천명의 관중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가장 상업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종목이니 만큼 경기장 분위기 역시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한다.
경기장에는 디스크자키까지 등장, 점수가 날 때마다 로큰롤이나 50년대 유행하던 해변풍 음악을 ‘꽝꽝’거리며 틀어대는가 하면 장내 아나운서도 관중들에게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발을 굴러라”며 ‘선동’한다.
조직위 측도 비키니 응원단은 스포츠를 흥행시키기 위해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이에 대해 올림픽을 상업적으로 변질시키고 여성을 성상품화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호주 비치발리볼 여자 대표선수 니콜 샌더슨은 “여자들이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은 과히 보기 좋지 않다”며 “남자 치어리더들도 똑같이 옷을 입고 나오는게 어떠냐”고 비꼬았다.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관중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는 조직위의 작전은 일단 성공한 듯 하다.
미국 MSNBC가 ‘어떻게 하면 비키니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결과 네티즌 3천573명 가운데 ‘뭐가 문제냐’라는 대답이 5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