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2천년 동안 유랑생활을 하면서 나치(Nazi)의 홀로코스트(Holocaust)와 같은 온갖 핍박과 박해를 받다가 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비로소 나라를 갖게 되었다. 인구 800만 명의 작은 나라가 적대적인 20여 개의 이슬람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그들의 안보환경이 한국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국가안보전략은 오늘날 심각한 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전략은 `평시에는 강력한 억제력(deterrence)`을 확보하고, `적이 도발할 경우에는 확실한 응징과 보복`을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들은 `평화란 억제력의 산물`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핵무기와 최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또한 여성도 국방의무가 있는 국민개병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전쟁에 동원될 수 있도록 항상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2~3배의 보복을 감행함으로써 전율과 공포를 느껴서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도록 응징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안보전략은 우리에게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함의(implication)를 던져주고 있다.첫째,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전략은 철저히 현실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힘이 없는 평화`는 지켜질 수 없으며, 적과의 대화도 힘이 바탕이 될 때 협상력이 제고된다고 믿는다.현실주의 안보전략의 핵심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자조(self-reliance)`이며, 이스라엘의 핵무장도 바로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북한과의 핵 비대칭성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둘째, 여야정치인과 국민들의 통일된 안보의식이다. 이스라엘에는 한국보다 더 많은 10여 개의 원내 정당들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격론을 벌이다가도 국가안보위협에 대해서는 일치된 대응을 한다. 나라 없이 유랑했던 그들에게 있어서 `안보는 곧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은 일제의 지배와 북한의 남침을 겪었으면서도 아직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으로 날을 세고 있다.셋째, 이스라엘은 이적(利敵)세력들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엄격한 국가보안법과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사회에는 이적세력들이 상당히 활동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국가보안법이나 국정원이 최근에는 적폐청산의 영향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넷째, 강력한 자주국방능력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600만 유대인들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자조에 의한 국가생존의 길을 추구해 왔는데 반해, 한국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함으로써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자체 방위능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마지막으로 이스라엘 국방안보전문가들의 북핵과 관련한 충고이다. 그들은 “불량국가인 북한이 핵을 가지면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북핵은 결코 회담이나 말로서는 포기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북핵은 동결이 아니라 반드시 폐기`되어야 하며, 평화회담이 실패할 경우에는 무력사용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나아가 그들은 북핵이 폐기되지 않을 경우 한국도 핵보유국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 이유는 `미국의 확장억제력은 안보환경이나 정치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은 핵무장뿐이며, 중국에게 북핵 폐기의 진정성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스라엘 안보전문가들의 충고는 북핵 인질의 위험에 처해 있는 우리가 심각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01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