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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老 기업가의 꿈

기부문화가 가장 잘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잘 발달하게 된 배경으로는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과 세제 혜택, 사회적 분위기 등을 손꼽는다. 미국 비영리 기부단체에 기부된 돈만 약 462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도 많은 돈이다.키다리 아저씨는 1912년 진 웹스터가 발표한 소설의 제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주디가 자신의 후원자 뒷모습 그림자를 보고 붙인 별명이다. 여기서 연유해 얼굴 없는 후원자를 우리는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다.대구에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작년 12월 24일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대구공동모금회 직원을 찾아 1달에 1천만 원씩 12달 모은 돈을 전달했다. 2012년부터 누구인지 알리기를 거부하며 매년 그가 전달한 돈이 벌써 9억6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그의 기부 정성이 너무나 놀랍다. 기부를 하는 동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기부를 통해 전달한 그들의 마음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청청하게 한다. 기부가 숭고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기부의 참뜻을 잘 살려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어느 은퇴 소방관의 기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자신과 같이 소방관의 길을 걸었던 아들이 뜻하지 않는 사고로 순직하자 그는 자신과 아들의 이름으로 모금회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순직한 아들을 기리고 아들에게 보여준 우리 사회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했다.기부는 받는 사람에게 크나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기부를 하는 사람에게도 희망의 빛이 된다. 90세의 어느 기업가가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 500억 원을 쾌척했다고 한다. 세계 유수대학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열을 올리는데 서울대가 뒤처져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 했다. 모교에 대한 그의 애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선행이라 잔잔한 감동이 와 닿는다. 기부자의 뜻에 따라 공학도 후배들이 한국을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국가로 끌어 올리는 성과를 냈으면 한다. 그것이 90세 노련한 기부자의 꿈을 이루는 일이다. 각박한 세상에 기부천사들이 주는 작은 감동은 우리 사회를 버티게 하는 힘이자 희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21

미세먼지 대책

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말하는데,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 이하인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로 구분한다.미세먼지는 다시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여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Group 1)로 지정했다.20일 오전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예비저감조치는 지난 해 11월 수도권에 도입됐는데, 실제 발령된 건 처음이다.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임직원 5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차량 2부제가 오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시행됐다. 또 행정,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107개 대기배출 사업장은 단축 운영하고, 457개 건설공사장도 공사시간 단축, 노후기계 이용 자제, 살수 차량 운행 등의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5시 예보 기준으로 앞으로 이틀 연속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될 때 발령할 수 있다. 예부터 금수강산으로 알려진 우리 산하가 미세먼지로 더렵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20

소원성취의 달

우리나라 세시 풍속기에 보면 1년 동안 우리 민족이 벌이는 세시풍속은 189건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정월달에 지내는 세시풍속이 78건으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세배나 설빔, 부럼깨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이 그것이다.특히 정월 대보름날 하루 동안 관련된 세시풍속이 40여 건이나 된다고 하니 음력 정월은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바쁘고 의미 있는 달이다.정월달에 이렇게 세시풍속이 몰린 이유는 새해를 맞는 각오와 바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조상에게는 한해의 풍년 농사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한해의 시작인 정월달에 그해 풍년을 빌고 마을과 가정의 평안도 함께 비는 행사를 벌이게 된다.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거의가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먹는 부럼깨기는 부스럼이 없는 건강한 한 해를 염원하는 풍속이다. 식사 전에 먹는 귀밝이 술도 귓병이 생기지 않고 한해 동안 기쁜 소식을 많이 들으라는 뜻이다. 지신밟기 행사는 악귀와 귀신을 물리쳐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다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입춘을 맞아 가정의 대문 등에 붙여놓는 입춘축(立春祝)도 봄이 되어 크게 길하고 밝은 기운으로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바로 그것이다.한해가 시작되면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운세도 많이 알아본다. 점복풍속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의 풍속이다. 조선시대 이지함이 지은 토정비결을 통해 조상들은 그 해의 농사풍년과 가정의 화목을 알아보았다. 그해의 운세가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미리 알아보고 대처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풍속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토정비결이 인기라 한다.사람은 누구나 행복해 지길 바라고 있다. 가정의 평화와 다복을 바라는 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특히 새해를 맞아 제화초복(除禍招福)의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때이다. 복잡해진 세상이다. 사회와 가정의 화복을 바랐던 조상의 정신이 담긴 세시풍속에서 지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19

웹사이트 차단정책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등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막는 웹사이트 차단정책이 ‘인터넷 검열’이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정부는 그동안 인터넷(IP)주소 목록을 통해 국내이용자들의 해외 불법 유해사이트 접속을 차단해왔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청 등 당국이 국내인터넷사업자(DNS)들에게 요청해 사용자가 특정 유해사이트 접속을 요청해올 경우, 해당 IP주소로 연결해주는 대신 경고창 화면을 띄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해외불법서버 운영자들이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차단방식이 무색해졌다. ‘https’ 방식은 웹브라우저와 서버간 오가는 패킷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음란물이 유통돼도 해당 사이트 접속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유해물로 판정된 웹 게시물 70%가 https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새로 도입한 기술이 바로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용자가 https(보안프로토콜)을 통해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데이터 패킷 암호화 이전에 해당 서버가 맞는 지 한차례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을 활용한다. 즉, 암호화 이전에 이용자 브라우저와 웹서버간 주고받는 SNI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가 불법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다.정부는 지난 11일부터 KT를 시작으로‘https SNI(서버네임인디케이션)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해 800여곳의 웹사이트 차단에 나섰다.다만 이 방식은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주소가 암호화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용자가 어디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22만여명이‘보안접속(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글에 동의한 이유다.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탈 없이 잘해내기가 ‘낙타가 바늘 귀로 지나가기’ 만큼이나 어려워보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8

바보 성자(聖者)

바보란 뭔가 모자라는 구석이 있어 정상적 생활이나 판단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바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사용하기에 따라 느낌이 다를 때가 더러 있다. 바보보다는 천진난만함을 표현하고 우직스러운 이미지를 줄 때도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은 우직함을 표현한다. 어리석은 것 같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바보처럼 한우물만 파서 큰 성과를 낼 때 이런 말을 쓴다.대구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김수환 추기경의 별명이 바보다. 2007년 그는 모교였던 동성중고교 100주년 기념전에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을 출품했다. 크레파스로 아주 간결하게 스케치한 자화상 아래에는 “바보야” 라고 직접 쓴 글을 남겼다. 당연히 화제가 됐다. 이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때부터 그에게는 바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그의 선종 10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추모 미사와 함께 열렸다.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이자 성직자로서는 드물게 종교를 넘어 많은 추앙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10주기 행사는 사회적 반향도 적지 않았다. 특히 우리지역과의 깊은 인연으로 이곳에서의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남달랐다.그는 1922년 대구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유년기 시절은 군위군 용대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냈다. 1951년 사제 서품 후 안동천주교회에서 성직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1956년 독일로 유학 가기 직전까지 대구 경북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 그가 선종하며 남긴 자신의 각막도 안동의 한 노인에게 기증됐다.그는 스스로를 바보라 낮추었으나 오히려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일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로하는 삶을 살았으며 민주화, 인권,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늘 앞장섰다.2009년 그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 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선종하던 날 명동성당에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의 각막 기증 소식에 사후 장기기증자가 갑자기 줄을 섰다고 하니 일종의 신드롬을 느끼게 한 일이었다. 그의 사랑과 나눔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 주말이었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2-17

길빵 금지법

담배를 많이 피우고도 장수한 사람을 든다면 영국 총리 윈스턴 처질을 말할 수 있다. 하루 10개 정도의 시가(궐련)를 피웠다. 하루종일 입에 시가를 물고 있다. 평생 그가 태운 시가 수가 25만 개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애연가임에 틀림없다. 90세까지 장수했으니 담배가 그의 몸에 해롭다는 말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장수에 대해 어떤 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가를 피웠는데도 90세까지 살았던 것이 아니고 시가를 피워서 90세 밖에 못 살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의 말년이 뇌졸중 등 담배 후유증으로 인한 질환과 고통으로 보냈으니 말이다.어쨌든 담배는 현대 의학이 인정하는 건강 유해물이다. 흡연은 자살행위와 같다는 말에 이의를 달 수 없다. 담배에서 발생하는 수백가지의 화학물질이 니코틴과 함께 인체를 공격한다. 세계적 통계로 매년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이 400만 명이다. 2020년에는 그 수가 1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서도 한해 4만2천 명의 사람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지금은 담배의 유해성이 많이 알려져 국내 흡연율도 많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4.2%포인트가 줄어 현재 우리의 흡연율은 21.2%다. 남성 흡연율이 39.3%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흡연율은 여전히 OECD국가 중 상위권이다. 담배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와 흡연 제한 등으로 애연가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가운데 보행 중 담배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간간히 국민청원을 통해 길거리 흡연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왔으나 법으로 제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간과 구역 중심의 규제에서 흡연행위에 대한 규제로 강화됐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가 주목된다.애연가들은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구역이 턱없이 부족해 흡연자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정부가 담배를 팔아서 번 돈이 얼마인데 흡연 공간 확보에 너무 인색했다는 반응이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길빵이라 부른다. 앞으로 길빵 단속이 가능해질지 자못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2-14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이란 일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우선이고, 스마트폰 이용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지면서 주변 사람과 갈등을 겪고, 신체적 불편을 느끼며, 가정·학교·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를 활용해 평가하며, 점수에 따라 고위험군, 잠재적 위험군, 일반 사용자로 분류한다.문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에 3~5살 유아와 6~9살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스마트폰·인터넷 이용자 2만8천575명을 가구 방문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내놓은 ‘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19.1%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삶의 만족도는 73.7%로 일반 사용자군(78.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인간관계와 건강 등에서 격차가 컸다. 이전 조사와 비교하면 유아와 아동 이용자들의 과의존 위험군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2015년 17.9%에서 이듬해 19.1%로 1.2%포인트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7%로 다시 1.6%포인트 높아졌다. 조사 대상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2017~2018년 사이, 60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2.9%에서 14.2%로 1.3%포인트 증가했고, 그동안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청소년은 30.3%에서 29.3%로 오히려 1.0%포인트 감소했다.유아·아동 연령대의 과의존 위험군 증가 폭이 커지는 이유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으로 분석됐다. 일찍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교육 콘텐츠 등을 보게 하거나,따로 시간을 갖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게임 등을 보게 하는 게 이런 현상을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스마트폰 과의존증후군에도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3

봄의 전령사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매화(梅花)를 첫 번째로 꼽는다.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에서는 벌써 매화축제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남해나 거제, 창원 등 남부지방 곳곳에서도 매화꽃이 봉우리를 맺기 시작해 매화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로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매화는 장미과의 갈잎, 중간 키 정도의 나무다. 꽃을 강조할 때는 매화라고 부르며 열매를 강조할 때는 매실나무라고도 부르고 있다.군자(君子)의 기품에 비유한 네 가지 꽃(사군자) 가운데 하나다. 매(梅) 난(蘭) 국(菊) 죽(竹)순으로 표현되어 매화는 사군자 중에도 으뜸이라 한다.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름도 갖가지다.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부른다. 색깔에 따라 백매, 홍매 등으로 나뉜다. 중국에서는 음력 2월을 매화를 볼 수 있는 달이라 하여 매견월(梅見月)이라 특별하게 부른다고 한다.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서 고운 꽃을 피운다. 온갖 꽃들이 미처 피기도 전에 먼저 꽃을 피워야 하기에 그 기개가 가상하다 할만하다. 옛 선비들이 매화를 특별히 좋아한 이유도 이처럼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어나는 늠름함에 있다. 우리나라 근대 수필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김진섭은 매화찬(梅花讚)이란 글에서 적설(積雪)과 찬 기운 속에 고요히 피는 매화에서 장엄하고 숭고한 기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일반 꽃들과 대비되는 매화의 특성을 선구자적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매화가 핀다는 것은 이제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아무리 추워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그 누구도 불복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봄에 들어선다는 입춘도 막 지났다. 매화꽃이 조금씩 봉우리를 피우면서 우리를 추위에 떨게 했던 겨울 한파도 곧 물러 설 것으로 보인다. 봄의 전령 매화꽃의 만개 소식과 더불어 겨우내 움츠려왔던 우리들의 가슴도 이제 활짝 기지개를 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19-02-12

달라지는 병영문화

문재인 정부 들어 군부대 병사들의 복무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군 복무기간 단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육군·해병대·의무경찰·상근예비역은 군 복무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의무해양경찰·의무소방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공군은 군 복무기간이 24개월에서 22개월로 줄어든다.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에서 21개월로, 산업기능요원(보충역)은 26개월에서 23개월로 줄어든다. 다만 당장 줄어드는 게 아니라 육군을 기준으로 2017년 1월 3일에 입대한 사람부터 군 복무기간이 보름간격으로 하루씩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20년 6월 15일에 입대하는 사람들부터 육군의 경우 18개월 복무를 하게 된다. 이는 같이 근무하는 병사들의 복무기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 따른 것이다.또 지난 1일부터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허용됐고, 오는 4월부터는 휴대전화도 쓸 수 있게 된다. 국방부의‘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일과 후 휴대폰 사용과 장병 평일외출이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군인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은 오후 5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4시간이며, 일과 종료 후부터 저녁점호 전까지 자기개발·병원진료·면회 등 개인용무를 위해 개인별 월 2회 이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각 군의 13개 부대를 대상으로 평일 외출 시범운영을 해왔다.4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병사들이 생활관에서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로 다양한 강좌도 들을 수 있어 자기 계발도 가능해진다. 다만 군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휴대전화 사용 지역을 생활관으로 한정하고, 카메라 렌즈는 보안 스티커로 완전히 봉해 촬영을 금지했다. 촬영이나 녹음을 못 하게 하는 보안 앱도 병사들 휴대전화에 설치된다. 통화 남용을 막기 위해 평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 휴일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 36개월 군 복무한 어르신 왈,“요즘 군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1

눈총 받는 공시열풍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공시(公試)열풍으로 들떠 있다.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이 단연 1등이다.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직업도 공무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40세 이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시 재수생이 는다. 일반직장에서도 공시준비에 나서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2017년 8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 회장은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꿈이 빌 게이츠가 아니고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투자처로서 한국은 매력이 없다. 이래서는 중국 등 신흥국과 맞서 경쟁하기 힘들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공시열풍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시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은 공시에서 벗어날 만한 매력적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 민간분야에서 안정적 직업이 나올 수 있다면 공시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 분야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실업난 해소란 이유로 지나치게 공공부문을 확대해 열어놓은 것도 공시열풍을 부추긴 요인이 된다.미국은 공무원이 우리처럼 인기가 없다. 일반적인 대학졸업자는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벤처기업을 가려는 것이 보통이라 한다. 창의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보편적 흐름이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의 재생산이나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은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다. 그런 그들이 상류층이 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생산한 민간기업 직원이 빈곤층이 된다면 경제가 역동성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최근 LA타임스가 한국의 공시열풍을 꼬집어 보도했다. 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하버드대 입학 하기보다 어렵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 공공부문에 많이 몰린 탓이라 주석을 달았으나 비정상적 현상으로 비치는 한국의 공시열풍에 대한 따가운 지적으로 들린다. 외국 언론조차도 곱잖게 보는 공시열풍을 멈출 방법은 없는가./우정구(논설위원)

2019-02-10

농촌 살릴 ‘귀농’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은 엄격히 따지면 약간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귀농은 본래 도시에서 살아왔던 사람이 농촌으로 돌아가 농사 등을 지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귀촌은 농촌 출신 중 도시에서 살고 있다가 고향 생각이 나 농촌으로 되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농(離農)은 귀촌보다는 귀농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귀농·귀촌을 통틀어 우리는 귀농 현상이라 부른다.1997년 외환위기(IMF)라는 직격탄을 맞은 우리 사회는 이때부터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난 많은 봉급자가 생계를 걱정하며 찾은 곳이 귀농 현장이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었던 그들로선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의 생활 정착이 새로운 희망의 빛이었다. 이른바 생계형 귀농 현상이다.2000년대 들어서는 은퇴자의 귀농이 늘어난다. 직장 생활을 끝내고 전원풍의 주거생활을 꿈꾸며 나타난 것이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머리가 복잡했던 도시생활을 벗어난다는 개념으로 농촌의 전원생활이 로망이 되던 시절이다. 이후 농촌에는 3040세대의 엘리트 귀농이 등장한다. 젊은이의 등장과 새로운 영농기법을 동원한 귀농 현상은 귀농의 경제화와 경영화 바람을 일으킨다.2017년은 우리나라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처음 넘어선 해다. 2013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많은 귀농·귀촌 인구 증가 현상을 보였다. 연령별로도 40세 미만의 젊은층이 절반가량 차지해 귀농의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귀농현상이 고용 증가와 소득 증가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귀농현상이 인구 감소로 걱정하던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각 지자체별로도 귀농 정착을 위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10명 중 3명이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희망자 중 상당수가 구체적 계획은 없었지만 귀농·귀촌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높았다.소멸위기에 있는 우리 농촌으로서는 희망적 요소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귀농·귀촌을 이끌 당국의 화끈한 유인책이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07

명절 증후군

명절 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한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을 호소한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뒷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남성의 경우 명절 동안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운전자의 피로와 장시간 차량에 탑승하면서 발생하는 멀미, 정신적 스트레스까지도 포함된다. 직장인의 경우 기존 일상 생활과 다른 긴 연휴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특히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며느리들이 마음고생이 심하다. 힘든 명절 준비는 물론 말로 상처받아도 당장 내색하기 어렵다. 한번 우울감에 빠져들면 명절이 지나도 한동안 지속되며, 설을 전후로 높아진 우울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번진다. 이처럼 겨울에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계절성 정서장애’로서 의학적인 근거가 있다. 설 명절인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뇌의 기분조절 충추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감소한다. 팔, 다리가 무겁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진다. 평소 하던 집안 일도 귀찮아진다. 이럴 경우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기 쉽다. 식사량이 많아지고 단맛을 좋아하게 되며,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계절적 정서장애, 일명 ‘겨울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20분 정도 밖에 나가 걷는 게 좋다. 햇볕은 우리의 눈을 통해 뇌로 들어와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산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친구나 가족들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아내의 명절증후군이 심하면 남편도 모른 척 하지말고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격적인 우울증으로 빠져들 수 있다. 우울감이 인간관계나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주위의 도움말이나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니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꼭 약을 먹어야 낫는 병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06

소풍이 즐거우려면

수행을 통해 높은 인격에 도달한 스님 한 분이 있습니다. 사심과 물욕 없는 고결한 삶을 추구합니다. 그분 소유는 딱 하나. 난초였지요. 소박한 거처에 생명이라고는 자신과 난초뿐, 온 정성 다해 돌봅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찾아 부지런히 옮겨 주고 겨울에는 떨면서도 실내 온도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난초들은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과 연둣빛 꽃을 피워 스님을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상 청청했습니다. 다래헌을 찾은 손님들은 한결같이 난을 보고 좋아했지요.여름 날 잠시 외출한 스님. 눈부신 햇볕이 쏟아져 내리고 개울물의 소리와 숲의 매미들이 목청을 한없이 돋우는 순간 깨닫습니다. 난초를 뜰에 내 놓은 채 그냥 외출해 버렸다는 것을.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지고, 난초가 어른거려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만남도 허둥지둥 마치고 급히 돌아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난초 잎은 축 늘어져 있습니다. 급히 샘물을 길어 축여주니 겨우 고개를 들었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날 밤. 스님은 깨닫습니다. 집착이 괴로움에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난초에 집착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결심하지요. 이 집착에서 벗어나기로. 산방에 올라온 친구에게 이 난초를 맡깁니다. 횡재에 친구 얼굴이 환해집니다. 스님 마음도 환하게 밝아옵니다. 아쉬움 보다 해방감을 느낍니다.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 일화입니다. 스님은 이 사건 이후 하루에 한 가지 자신의 소유를 버리겠노라 다짐합니다.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사사키 후미오 씨는 1년 동안 자신의 소유물 95%를 처분합니다. 11년 정든 집을 팔고 6평 조그만 원룸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이삿짐을 싸는 데 30분 걸렸다고 하죠. “물건이 줄어드는 것만큼 마음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소유물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훨씬 더 많은 시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신기한 일입니다. 이제 이삿짐 꾸리는 시간을 15분으로 줄이는 게 제 목표입니다.”끊임없는 덧셈만이 삶의 지름길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과잉 소비 조장 풍조에 속지 않고 불필요한 것들을 일절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소박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음은 반가운 현상입니다. 소풍은 두 손이 가벼워야 행복합니다. 인생 소풍이 진정 아름답기 위해 올해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대와 함께 고민하는 날 많아지기를! /인문학365 대표

2019-01-31

어불성설(語不成說)

“세 번을 신중히 생각하고 말을 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의 교훈은 몇 백번 되새겨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이란 본래 완벽하지가 않아 누구나 실수를 범하기가 쉽다. 특히 말로 하는 실수는 돌이킬 수가 없기에 세 번을 생각하고 한번을 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것이 공인(公人)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중국 당나라에서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의 기준으로 삼았던 신(身) 언(言) 서(書) 판(判) 네 가지 중 말씨(言)가 포함돼 있다. 용모와 글씨와 판단력과 함께 관리가 지켜야 할 품격으로 언변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말에는 신중함과 품위, 정직함이 있어야 하므로 관리가 될 사람의 덕목으로는 당연하다.말을 잘못하여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경우를 구설수(口舌數)에 오른다고 한다. 설화(舌禍)는 혀를 잘못 놀려 당하는 화라는 뜻이다. 또 사람의 언변이 좋을 때 비유하는 말로 삼촌설(三寸舌)이라는 표현을 쓴다. 세 치의 혀라는 뜻이다. 모두 사람 입안에 있는 혀를 두고 나타낸 표현들이다. 비록 세치의 짧은 혀지만 잘 간수하고 신중하게 놀려야 한다는 의미다.“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우리 속담은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은 쓰기에 따라 돌아오는 반응도 여러 갈래다. 서양 격언에도 침묵이 금이다”고 했다. 동서양 할 것 없이 말에 대한 신중함을 경고한다. 불교에서는 구업(口業)이라 하여 사람이 입으로 저지르는 죄업을 이렇게 불렀다. 남을 욕하거나 속이는 말이 이에 해당하며, 남을 이간질을 하거나 요망한 말로 현혹시키는 것도 구업이라 한다.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구설수에 올라 사표를 내고 말았다. 사표라지만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그가 조찬 모임에서 던진 말이 기 막힌다. “50, 60대는 조기 퇴직했다고 할 일없이 산에만 다니지 말고 동남아로 떠나라”란다. 도대체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사람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요 인격이라 했다. 삼사일언의 교훈을 되새겨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1-31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청소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스톡홀름에서 패션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출산 후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녀는 최근 가까운 친정과 시댁 어머니 두 번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하지요. 가족들과 집을 정리하다가 친정 어머니 물건에 메모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버릴 것, 벼룩시장에 내다 팔 것,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 등 꼼꼼한 요청이었습니다. 연달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물건 정리가 다 끝난 후 그녀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왜 죽은 다음에 물건을 타인이 정리해야 하는 거지?” 살아 생전 스스로 데스 클리닝을 해 보리라 결심합니다.모리 슈워츠 교수는 루게릭 병 초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브렌다이스 대학 동료 교수가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힘겹게 장례식에 다녀온 후 모리 교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야! 다들 고인을 칭찬해 주었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한 마디도 듣지 못했으니 말이야.” 자신도 병이 깊어지고 더 이상 외출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모리 교수는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부랴부랴 몇 군데 전화를 걸지요. 날을 정해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어느 쌀쌀한 일요일 오후 집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입니다. ‘모리 슈워츠의 생전 장례식’.죽은 뒤에 치를 장례식을 미리 앞당겨서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치른 것이지요. 참가자들은 모두 한 마디씩 하며 모리 교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 환하게 웃는 사람, 시를 손수 지어와 읊어준 사람. 모리 교수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습니다. 가슴에 묻어만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리 교수는 이날 다 쏟아냅니다. 생전 장례식은 모두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삶을 어지럽히고 복잡하게 만드는 물건들, 관계들, 경험들.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면?”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자세로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면, 우리 눈이 밝아져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분별하며 살 수 있겠지요.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속 질문해 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다르지 않습니다.1월의 마지막 날, 한 번 팔 걷어 부치고 함께 묵은 것들을 비워내는 대 청소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버려지고 소멸되는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앞당겨 대 청소를 시작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지혜가 그대와 나의 삶을 한 뼘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요?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30

사회적 대화의 함정

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들이 한데 모여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쟁점을 논의한 뒤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보통 노사정 대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노사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를 축약한 말이다.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타협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1982년 체결한 바세나르협약이다. 당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가 재정 및 세제로 이 협약을 지원한 결과, 네덜란드는 재정안정과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우리나라에서는 탄력근로 확대, 최저임금 개편, 국민연금 개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과제들이 산적해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를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한국노총도 31일 경사노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대화 거부의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경사노위가 삐걱 거리면서 사회적 대화 무용론과 함께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대화는 국민의 결정이 아니라 경사노위 합의를 빌미로 정치투쟁을 선동해 국가의 정잭결정 과정이 왜곡되고 결국 사회적 갈등도 해결할 수 없고, 지난 20여년 동안 성과도 미진한 만큼 이제 폐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게 당사자들의 자발성과 필요성이 없으면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지금껏 투쟁으로 모든 걸 얻어온 노동계가 협상으로 주고받는 사회적 합의에서 뭘 내놓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에 집착하면 오히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게 사회적 대화의 함정이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30

숲과 도시

숲의 도시라고 하면 유럽의 도시를 연상하게 된다. 유럽의 왕조시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적 정원문화가 보통 사람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아름다운 것은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중세 문화 유적이 있기도 하지만 잘 가꾸어진 왕실 정원에서 풍기는 강열한 느낌이 잘 전해진 탓이기도 하다.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숲의 도시라 부른다. 인구 2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도시로, 면적의 28%가 공원이며 17%가 숲이다. 숲속에 주택이 자리를 잡고 숲과 주거지 사이에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베토벤이 걸었다고 하는 ‘칼렌베르크 숲’으로 빈은 숲의 도시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영국의 하이드파크는 왕실 소유의 정원이 시민공원으로 개방된 사례다. 80개가 넘는 공원을 보유한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심공원이다. 160만㎡의 광대한 면적 속에 숲과 호수가 있는 평온한 자연의 휴식처다.시민의 휴식처인 하이드파크를 흉내 낸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맨해튼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뉴요커들의 힐링 장소다. 언제 어느 때나 여유와 휴식을 즐기는 뉴욕시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로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연간 4천만 명이 방문하는 도심공원이다. 최근 들어 도심의 숲이 뜨고 있다. 여름철에는 열섬현상 방지 효과가 있고, 요즘의 골칫거리인 미세먼지 방지에도 효과가 인증돼 도시마다 도시 숲 조성에 앞 다투고 있다는 소식이다. 산림청도 가로수 수종교체 등을 통해 도심 숲의 자체 정화 능력을 높이기로 하는 등 도심 숲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경북도도 도내 34곳에 도심 숲 조성을 한다고 하니 우리의 도심들도 머잖아 숲으로 덮일까 기대가 된다. 잘 가꿔진 도시 숲은 최고의 공기청정기라고도 한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사람에게 흡수되면 인체의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는 등 산림치유 효과가 크다고 한다. 산림욕이 각광받는 이유다. 선진국의 대공원과 같은 도시 숲이 당장 나오기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도시 숲이 조성된다면 그나마 바람직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9

저온화상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위해 핫팩을 쓰거나 전기매트나 온수매트 등 온열기구가 많이 쓰인다. 이런 제품을 사용할 경우 비교적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저온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영하의 실외에서 오랜시간 바깥 활동을 하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따뜻한 아랫목부터 찾게된다.몸이 꽁꽁 얼었기에 온도가 높은 곳에 누워도 뜨겁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때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나른해져 잠이 드는 경우가 많은 데, 피부에 저온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사람의 피부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오랜 시간 열에 노출되면 변형이 일어난다. 끓는 물의 온도인 섭씨 100℃에는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수 있고, 48℃에서는 5분, 50℃에서는 3분, 60℃ 이상에서는 8초 정도 노출되면 단백질이 파괴돼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저온화상은 술에 취해 잠이 들거나 당뇨, 치매 등으로 몸의 통증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경우 저온에 수시간 동안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특히 핫팩은 보통 40℃에서 70℃까지 발열온도를 내는 데, 처음 개봉해서 흔들어 열을 내면 70℃ 가까이 온도가 상승했다가 차츰 낮아져 평균 40~50℃ 사이를 유지하게 된다.이 정도 온도에서는 화상을 입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하지만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된다. 40℃~50℃의 온도라도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피부가 노출될 경우 피부 갚숙이까지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저온화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피부손상이 누적되면 홍반,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저온화상은 특성상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이 때문에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피부 표피와 진피 모든 층이 화상을 입은 3도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띠게 된다. 이런 경우 피부이식 수술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피부감각이 둔하고 인지속도가 느려 저온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8

노인 연령기준

노인의 연령을 상향하자는 논의를 처음 내놓은 단체는 대한노인회다. 2015년 대한노인회는 줄곧 반대 입장에 있던 노인 연령의 상향을 공식적으로 공론화시키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론화에 앞장서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우리나라는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의 기준 연령이 65세가 됐다. 이를 기준으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과 같은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왜 65세가 기준점이 됐는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아마 국제적으로 65세 이상이 노인 연령의 기준점으로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짐작된다.그러나 한국인이 인식하는 실제적 노인 연령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노인 연령에 대한 인지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3%가 노인의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했다.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60세 정년으로 경제력을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것 등이 연령층을 높게 봐야 하는 이유였다.최근 복지부장관이 한 모임에서 노인 연령의 상향문제를 거론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한국사회는 사회복지 지출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늦추면 한국사회가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노령화가 빠른 국가다.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회통념의 문제이다.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의 상향 문제를 꺼낸 지 4년 만에 또다시 이 문제가 공론화장으로 나왔다. 공론화는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때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6년이나 늘어난 사회적 배경도 작용했으나 국가 재정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뜻이다. 노인 연령이 늘어난다고 노인 복지가 소홀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OECD 최악의 빈곤 수준에 처한 우리 노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 이 시대 노인은 가난한 대한민국을 부자나라로 만든 산업화의 일등공신이다. 충분한 복지혜택 누릴 자격이 있는 세대라는 뜻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7

깡통전세 대처법

집값과 전세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깡통전세가 문제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전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꽤 많고, 수도권까지 퍼지는 분위기다. 서민들에게는 거의 전재산일 수 있는 소중한 전세자금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해놓을 필요가 있다.유일무이한 대처법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전세자금대출을 크게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한다. 세입자가 반환보증이 포함된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전세 계약이 종료됐을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세입자는 계약 종료 1개월 내 보증기관에 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청구하면 100% 돌려받는다.반환보증은 대출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데,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가입할 수 있는 반환보증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임대인 동의는 필요 없다.계약기간이 만료되면 HUG나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 하락이나 임대인의 신용 문제에 따른 경매처분에도 걱정 없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는 물론 단독, 다가구, 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모두 가능하다. 전세계약 기간 절반이 지나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상 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7억 원, 수도권 외 5억 원 이하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요율은 아파트 연 0.128%, 기타 연 0.154%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연간 보증료는 38만4천원 정도다. 서울보증보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 제한이 없다. 일반주택은 10억 원 이하만 가능하다. 전세보증금이 7억 원 이하라면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유리하고, 7억 원을 넘는다면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이 낫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