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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불혹(不惑)

마흔 살의 나이로 접어든 사람을 우리는 중년이라 부른다. 이때가 되면 서른 살 때와는 다르게 스스로가 어른스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인생의 성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마흔은 모든 것이 집결되는 인생의 절정기라 부른다.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마흔을 미혹(迷惑)되지 않는 나이라고 말했다. 미혹은 무엇에 홀리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이르는 말인데 마흔을 불혹이라 한 것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램 링컨은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고 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을 반영하는 거울로 보기 때문이다. 인생 40년은 인생의 변곡점이자 성숙기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말이다.중년은 인생의 중반기로 접어드는 나이로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그 역할이 주목을 받는 시기다. 국가적으로는 나라 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맡아야 할 세대다. 뒤에서 쫓아오는 젊은 세대와 앞서 간 기성세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역할과 주문이 더 많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생의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지난 모습을 성찰하고 성숙한 삶을 꿈꾸는 나이다. 이렇듯 마흔의 나이는 전환기적 세대로서 고민과 갈등과 욕망이 꿈틀대는 때다.요즘 들어 진취적 40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 모어 엉클(no more uncle)족이라 부른다.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중년의 상징인 뱃살과 칙칙한 정장 차림을 과감히 거부한다.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로 젊음을 추구한다. 가정에도 충실하다. 변화하는 불혹의 군단 모습이다.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발표됐다. 총인구의 평균 나이가 42.1세로 2008년 이후 10년 사이 5.1세가 높아졌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이립에서 불혹의 나이로 올라선 것이다. 노령화 현상으로 높아진 나이라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신세대 중년처럼 세련된 한국인 40세가 됐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2

예타면제 사업

예타는 예비타당성조사의 준말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경제성을 따지는 제도다. 사회간접자본(SOC), RD, 정보화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했다. 타당성조사가 주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적 타당성을 주된 조사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조사기관도 타당성조사의 경우 사업 시행기관이 담당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의뢰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담당하며, 조사기간은 6개월(긴급사안은 3개월)이다. 하지만 2018년 4월 17일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당일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기정통부로 위탁했다.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고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한다. 공공건설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타당성이 검증된 경우에 한하여 타당성조사·기본설계비→실시설계비→보상비→공사비의 순서로 예산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이번 달 중에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예타면제 사업을 신청받은 심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은 영일만횡단대교를 포함한 영덕∼울진∼삼척을 잇는 동해안고속도로를 1순위, 동해선복선전철사업을 2순위로 신청했고, 대구시는 산업철도선(서대구역~달성 국가산단)과 도시철도 3호선(범물 용지~수성알파시티~혁신도시) 등 2건을 제출했다.문재인 대통령은 광역별로 예타면제사업을 1건씩 선정하겠다고 밝혀 자치단체들 모두 한껏 기대에 부푼 상태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예타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했다가는 혈세 낭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은 아무래도 찾기 어려운가 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1

미세먼지 비상

한국의 겨울 날씨는 오래전부터 삼한사온(三寒四溫)으로 대표된다. 사흘쯤 몹시 춥다가 나흘은 날씨가 풀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대신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다는 뜻이다.미세먼지는 잘 알려진 대로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공해물질이다. 공기 중에 있는 매연입자들과 황산화물, 수분 등이 엉켜 발생한 미세먼지는 먼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중금속에 더 가깝다. 금속가루가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발암물질을 동반할 수도 있어 이로 인한 더 큰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국제의학지에서는 미세먼지가 고혈압, 흡연, 당뇨, 비만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가져 올 것이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로 인해 갑자기 죽거나 아픈 사람이 많아질 것이란 경고가 이미 나와 있다.그러면 이런 미세먼지의 문제에 대해 과연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깊이 알고 있을까. 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생활에 불편을 주는 나쁜 공해 정도로 알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 경각심을 확대시켜 나갈 때가 된 것이다. 미세먼지 공포가 엄습하면서 국민들의 일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깥 외출을 자제하거나 자동차 운행까지 규제를 받게 되니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마스크 착용이나 공기청정기 구입으로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국가가 나서 미세먼지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 처방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 정설이다. 중국 공해산업에서 발생한 매연 등이 편서풍에 실려 한반도로 넘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중국은 한국 내 문제로 국한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나서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함에도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한마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국민이 깨달아 여론화시켜나가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0

명태

명태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로 불리는 대구과 한류성 어종이다.예로부터 “맛이 좋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 했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많이 잡혀 국민이 즐겨 먹던 생선이라 하여 국민 생선으로도 통했다.1991년 연간 1만t 넘게 잡혔던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08년 이후부터는 거의 잡히지 않는 어종으로 분류됐다.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도 없다. 건조법이나 동결법 등에 따라 혹은 성장 상태에 따라 갖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얼리거나 말리지 않고 잡은 그대로의 것을 생태, 잡아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혹은 건태라 한다. 하얗게 말린 것을 백태라 하고 검게 말린 것은 흑태라 부른다.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반 건조한 상태를 코다리라 한다. 건조대 얹어 녹는 과정을 반복시키면 살이 황금빛으로 변하는데 이를 황태라 부른다. 어린 상태의 명태는 애기태 또는 노가리라고도 한다.이름 만큼이나 효능도 많다고 한다. 명태의 필수 아미노산은 간을 보호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칼슘, 인, 철 등의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도 한다. 살과 알 등에는 비타민 E, 토코페롤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노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이처럼 명태는 오래전부터 우리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생선이다. 예로부터 제사와 고사, 전통 혼례 등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으로 여겨져 왔다.정부는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27cm 이하의 작은 명태만 포획을 못하도록 했으나 오는 21일부터는 크기에 관계없이 명태를 잡으면 안 된다.명태의 자원 회복을 위한 조치라 당분간 명태를 잡으면 처벌도 받게 된다. 한국산 명태 구경이 어렵게 될 전망이라 아쉬움이 남는 조치라 여겨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친 남획의 결과가 빚은 자업자득의 짐이다. 또다른 어종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1-17

정치 유튜브 시대

유튜브(YouTube)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사용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하며 공유할 수 있다.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 텔레비전)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지난 2005년 페이팔의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조드 카림이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에 유튜브 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배포하기 위해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냈고, 이것이 유튜브의 시초다. 2006년 10월 구글이 유튜브 사를 인수했으며, 한국어 서비스는 2008년 1월 시작됐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동영상이나 사용자에게 댓글을 달아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일종이다.유튜브가 정치현안에 대한 견해를 알리는 수단으로서 각광받으면서 ‘정치 유튜브 시대’가 열리고 있다.현재 정치인이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1위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채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를 내걸면서 구독자 수 61만명을 넘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 방송 3회 만에 50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몰렸다. 이보다 약 3주 앞서 유튜브에 뛰어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TV홍카콜라’의 구독자 수는 23만명을 넘겼다.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가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보수논객 신혜식씨가 2014년부터 운영한 ‘신의 한수’가 대표적인 채널로, 구독자 수는 47만명이 넘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도 구독자 수 35만명이다. 이 채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단독 인터뷰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보수 논객·정치인이 이끄는 유튜브 채널로는 △황장수의 뉴스브리핑(31만명) △고성국TV(20만명) △조갑제TV(18만명) △김문수TV(15만명) △가로세로연구소(11만명,강용석) 등이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끄는 ‘딴지방송국’이 구독자 수 21만명 수준이다. 정치도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변해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16

투잡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아이슬란드 국가 대표선수 중에는 기이하게 투잡족이 많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대전에서 메시 선수를 집중 마크했던 선수는 소금 포장공장에서 일하는 투잡맨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축구 감독도 치과의사 출신이었고, 골키퍼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알려졌다. 우리 눈에는 동네선수 선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표팀 구성이지만 인구 35만 명의 작은 국가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게 해설자의 설명이었다.투잡(two job)을 우리는 겸업이라 표현하나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본업 이외 부업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는 투잡이 많지 않다.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이었던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투잡이 유행한다고 한다. 2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 가운데 투잡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 봤더니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투잡을 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월급이 적어서라고 했다.투잡은 본업 말고도 또다른 업에서 일을 해야하므로 몸이 고달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경야경(晝耕夜耕)의 일상생활을 반복하는 인생이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알바 등이 그런 경우다.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투잡을 희망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경우 1주일에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62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가 늘었다. 투잡 희망자 통계 작성 후 최대치라 한다.아이슬란드처럼 인구가 적은 미니 국가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투잡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투잡 현상은 모두가 생계형이라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이다. 나라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주도 정책을 추진함에도 현장에서는 빈익빈(貧益貧)의 사회구조가 더 심화 되는듯해 우울하다. 요즘 주 52시간 근무제로 자영업자들 사이에 알바 일자리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자영업자의 나름의 생존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하나 세상이 더 각박해지는 것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투잡도 지금 우리시대의 자화상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1-15

그림자금융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중개기구 혹은 상품을 통칭한다.이 용어의 유래는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지난 2007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사용한 후 널리 쓰이게 됐다.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하고, 이 대출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원금 및 이자 상환액)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또 다른 대출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은행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 증권은 기초자산의 신용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눠져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판매가 된다. 헤지펀드, 보험사,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금융상품의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즉, 은행의 경우 예금자와 대출자 등으로 자금중개경로가 단순한 반면 그림자금융은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기관들이 서로 연계돼 있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자가 대부분 기초자산의 담보가치를 이용한 대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자본 대비 투자액이 많아 원금손실의 위험이 일반 금융상품보다는 높다. 이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은행이 아닌 곳에서 조달하는 부동산 자금인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가 470조원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약 80조원이 부실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의 국내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47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이중 환매와 계약철회, 부실화 등의 리스크가 예상되는 자금은 8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데, 부동산 금융마저 부실위기로 빠져든다니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라 살림살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14

꼴뚜기

꼴뚜기는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 옛날부터 별 볼일 없고 가치가 낮은 것에 비유됐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못난 사람이 동료를 망신시킬 때 빗대 하는 말이다.꼴뚜기가 들어가는 속담으로 “어물전 털어먹고 꼴뚜기 장사한다”는 말과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것이 있다. 앞의 것은 큰 사업에 실패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뒤에는 남이 한다고 하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설 때 이르는 말이다.그 옛날, 사람을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처럼 사람이나 생물도 풍채나 용모가 잘 생겨야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도 못생긴 모과의 생김새를 보고 하는 말이다.꼴뚜기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긴 연체동물이나 오징어보다 훨씬 작고 생김도 볼품이 없다. 크기가 6~7㎝밖에 안 돼 주로 젓갈로 담아 먹는다. 꼴뚜기처럼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중에 미꾸라지가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말은 한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이 집단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가는 사람을 “미꾸라지 같다”고 한다. “미꾸라지 용 됐다”는 속담도 미꾸라지를 비하한 표현이다.우리나라에 해외여행자유화가 시작된 것은 1989년도다. 올해가 꼭 30년 되는 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되고 한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이 일면서 해외 곳곳에서 한국인의 추태가 문제됐다. ‘어글리 코리언’이란 부끄러운 이름이 이때부터 생겨났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새치기를 하는 등 각양각색의 추태로 한국인은 교양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오죽했으면 한국인 출입금지란 팻말까지 등장했을까.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요즘의 한국인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예천군 의원들의 해외여행 어글리 행각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향 사람조차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 지경이라 한다. 예천사람은 물론 경북사람까지 망신 준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꼴뚜기 꼴이다. 일벌백계가 마땅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13

포항산 바나나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1도가 올라가면 안데스 산맥의 작은 빙하를 녹여 약 5천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 매년 30만 명이 이상기후와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생물의 10%가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적 변화에 과연 우리 인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지만 그 후유증에 반응하는 인류의 태도는 천하태평인 듯해 더 걱정스럽다.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은 2016년도 지구표면의 평균 온도가 13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때 CNN은 지구상의 불길한 징조란 표현으로 지구온난화를 우려한 적이 있다.온대 기후인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일부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다. 바다 속 어종에서 과일 채소 등에 이르기까지 종(種)의 교체가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가 지금의 추세로 가면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6℃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2041~2050년 사이에는 서울 등 중부 내륙과 강원 영동 고지대를 제외한 남부 대부분의 지역이 아열대 기후에 포함될 것이라 했다. 아열대 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한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한국의 남해안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고 정의한 학자도 더러 있다.포항에서 바나나가 재배되고 있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탔다. 포항 흥해읍에 0.5ha 규모 비닐하우스에 작년 3월부터 시험재배 중인 바나나가 지난해 11월부터 꽃을 피우더니 올 들어서는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농업 차원에서 시행된 사업이라지만 기후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어서 눈길이 간다. 바나나는 쌀의 40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과일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체 작물의 효율성은 인정되나 지구 온난화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지구 온난화가 피부에 와 닿는 쇼킹한 소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10

타운홀미팅

타운홀 미팅은 정책결정권자 또는 선거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 또는 주요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 회의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지역 주민들이 정책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들과 만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형식을 말한다. 직접민주주의적 발상이 반영돼 있는 제도로, 미국 참여민주주의의 중요한 토대로 평가된다.타운홀 미팅의 기원은 식민지 시대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행해졌던 타운미팅(town meeting)으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주민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 후 투표를 통해 예산안·공무원선출·조례제정 등 지역의 법과 정책, 행정 절차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타운미팅의 전통을 이어받은 타운홀미팅은 비공식적 공개 주민 회의로, 지역사회의 모든 주민들이 초대되어 중요한 정책 또는 이슈가 되는 사안에 관련된 공직자 또는 선거입후보자들의 설명을 듣고,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게 된다. 공직자들은 정책 결정에 있어 주민들을 설득하는 하는 동시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참고하게 되고, 주민들은 정책결정권자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타운홀미팅의 진행에는 특별한 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참가자가 너무 많으면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해 의견을 펼칠 수 있지만 투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국민과 직접 소통을 시도하는 ‘e-타운홀미팅’을 열기도 하는데 이때 네티즌들은 문자와 동영상 등으로 정책에 대한 질문을 올리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요즘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전사적인 현안 또는 상황을 임직원과 공유하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타운홀미팅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새해 벽두, 문재인 대통령이 틀에 박힌 신년 기자회견 대신 타운홀 미팅형식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화제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기탄없는 의견개진이 가능한 타운홀 미팅방식의 장점이 제대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9

대구FC 전용구장 시대 개막

모든 운동 경기는 이변을 낳는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 신화까지 끌어 올린 히딩크 감독의 등장도 따지고 보면 뜻밖의 결과물이다.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을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된 박 감독에 대해 베트남 국민조차 유명 감독을 데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사실 박 감독의 축구 인생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여정의 연속이었다.대구FC가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항상 중하위권을 맴돌다 지난해 창단 후 첫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올해 열리는 아시아챔피언리그(ACL)에 진출하는 영광도 얻었다.스포츠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팬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도 이 같은 이변이 있기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변은 스포츠 경기의 흥미를 끌어 올리는 마술과 같은 신통력이 있다. 대구FC가 작년 FA컵 우승에 이어 프로 축구팀의 숙원인 홈구장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어 경사가 겹쳤다.대구시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건립한 ‘포레스트 아레나’는 전국 11번째 만들어진 축구 전용구장이다. 1만2천석 규모다. 종전의 월드컵 경기장과는 완전히 다르게 설계됐다. 그라운드에서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실감나는 축구 관람을 할 수 있다. 또 국내 최초로 좌석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관중이 발을 동동 구르면 알루미늄 바닥을 통해 나는 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게끔 만들었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9만 9천석)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캄푸누’만큼은 못하지만 이만하면 자부심을 가질 전용구장이 대구FC에게 생긴 것이다. 3월 13일 중국 광저우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포레스트 아레나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시민구단 대구FC가 새해에는 기분 좋은 출발로 팬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 나갈지 벌써 궁금해진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8

셧다운 협상

셧다운(shut down)은 예산안 처리 무산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를 뜻하는 용어다.상·하원에서 기간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상·하원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발생한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공공기관들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며, 연방공무원에게는 강제 무급 휴가 조치가 내려진다. 미국 법률에서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방, 치안, 소방, 교정, 항공, 전기, 수도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발주 공사, 여권, 비자 발급, 공공기관 업무 등이 일시에 중단된다.미국에서는 1976년 이후로 모두 열아홉 차례의 셧다운이 있었으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복지 예산이 대폭 삭담된 예산안을 민주당 소속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1995년 말 셧다운이 가장 오랜 기간인 21일간 지속됐다.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는 2019년 1월 현재까지 총 세 차례의 셧다운이 있었다. 첫 번째 셧다운은 미국 상원에서 양당 간 불법 체류 청년 추방 문제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8년 1월 20일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셧다운에 돌입, 사흘간 지속됐다. 두 번째 셧다운은 2018년 2월 9일민주당과 공화당이 2018~2019 회계연도에 세출 한도를 총 3천억 달러 인상하는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소속의 랜드 폴 상원의원이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반대하면서 두 번째 셧다운이 발생, 반나절만에 종료됐다. 세번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공약이던 국경지대 장벽 설치를 위해 정부 예산 57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 불발로 2019 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12월 22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가 아직도 대치중이다.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과 한국이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대립하는 것은 운명적일지 모른다. 다만 한국의 경우 매년 예산안 의결이 법정 처리 기간을 넘기더라도 우선 예비비를 사용하며, 정부 기능을 정지시키는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7

갈등사회

갈등(葛藤)의 갈(葛)은 칡 갈자다. 등(藤)자는 등나무의 등자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고 올라가며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두 가지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양이 된다. 칡과 등나무는 아주 질겨 자르기도 힘들다. 뿌리까지도 뽑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 식물체의 특성에서 따온 뜻의 말이 갈등이다.사전에서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견이나 신념, 목표 등이 서로 달라 상호 충돌하고 상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한국 사회에서 갈등 관계의 대표적 사례는 고부(姑婦)간 갈등이다. 아들을 중시하는 부계 중심의 가족관계에서 파생한 구조적 문제다. 따지고 보면 같은 처지에 있는 며느리에게 온정적이지 못할 것도 없으면서 불신의 관계로 발전해가는 잘못된 가족관계의 문화다. 일찍부터 자녀를 독립시키는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갈등 구조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갈등이 없는 집단을 살펴보면 조화롭고 평온하다. 협동적이기도 하나 매우 정적이다. 감동이 별로 없으며 무덤덤하다. 오히려 의견 충돌이나 가치관의 충돌 등 작지만 갈등적 요소가 있는 집단은 진취적이다. 남의 의견을 엿볼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조직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그러나 작금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구조는 이런 정도를 훨씬 넘어선 현상이다. 갈등의 수준을 떠나 이해관계 집단의 대충돌로 비견된다. 종착점도 보이지 않는다. 사회가 복잡 다변화되면서 개인이나 집단의 욕구도 다양화 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욕구를 분출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적이고 쌍방향적이지 못할 때는 우리 사회가 혼란해 진다. 지금이 그렇다.정부의 소통력도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나 통제도 잘 안 된다.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갈등 구조로 지출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한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 구조가 격해지고 있다. 올 한해 우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런 갈등에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6

100세 맞는 老교수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일상이 각종 매체에 조명되면서 연초부터 화제다.KBS ‘인간극장’에 등장한 그는 “나이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올라서니 조금 부담스럽다”는 말로 100세 된 소감을 피력했다.3·1운동이 일어난 다음해인 1920년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다. 옥고를 치르고 나온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는 같은 반에서 수학했다. 1960대 서정적 문체의 ‘고독이라는 병’ 등 다수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한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은퇴 후에도 쉼없이 30여 년간 강단에 섰다. 지금도 한해에 160여 차례나 강연을 다닐 정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인생의 절정기를 60∼75세라 한 그의 말대로 그는 그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산증인이다.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는 인간수명 100세를 뜻하는 말이다. 2009년 유엔이 내놓은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보고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긴 국가가 6개국뿐이었지만 2020년에 가서는 31개국에 이를 것이라하고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 불렀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호모 헌드레드 에코노미쿠스란 말도 생겨났다. 100세에 이르기까지 쓸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100세 시대를 소망하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과학자들은 인간이 의학의 도움이 없이 자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이를 최대 115세 정도라 한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재단은 2150년에는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가 될 것이라 예측 보고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실제 가능할지도 모른다.김 교수는 100세 인생을 되돌아보며 “고달팠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가 제대로 열리려면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가능할 것같다는 말로 들린다. 행복하지 않는 100세 시대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3

경험경제시대

과거의 마케팅이 고객에게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주었다면 오늘의 마케팅은 고객에게 제품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을 선사한다. 바로 경험경제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경험 경제의 가치 생성메카니즘을 설명하면 이렇다. 커피가루 납품 사업은 커피 한 잔당 2센트의 수익을 만들지만 이를 포장해 판매하면 한 컵당 수익이 10센트로 증가한다. 그러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판매하면 한 잔당 1.5달러로 가치가 높아지고, 새로운 커피 경험을 만들어낸 스타벅스는 한 잔당 2.75달러의 가치를 창출해 냈다. 이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커피 원재료인 커피 콩은 2~3센트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오렌지색 조명, 초록색 로고, 미국식 카페테리아 등의 경험요소가 추가돼 가격은 5천원이 된다. 인터넷에서는 1천원이라도 싸게 구매하려고 몇시간씩 서핑을 하는 사람이 스타벅스에서는 기꺼이 5천원을 지불하는 이유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에서 오는 경험과 만족감 때문인 것이다. 커피 콩 재배는 1차산업이며, 그것을 가공해 캔에 담으면 2차산업, 이 캔에 담긴 커피가 서비스로 전달되면 3차산업, 여기에다 ‘관계’ ‘경험’ ‘문화’를 포함시키면 4차산업이 된다.경험경제시대의 대표주자로는 애플을 들 수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수직 통합해 고객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적절히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다. 애플의 충성스러운 고객들은 신제품 출시일에 맞춰 조금이라도 먼저 제품을 손에 쥐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고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특히 요즘 시대에 디지털 기술은 모든 기업, 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존,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테슬라, 업워크 등 성공적인 파괴적 혁신을 꾀한 것으로 꼽히는 기업의 비결은 결국 디지털 기술 자체보다는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요즘 부각되는 경험경제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02

돼지 꿈

돼지는 사람과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농촌지방 어느 곳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인데다 사람에게는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매우 이로운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제천 의식의 제물로 사용되는 희생의 동물이자 잔치와 같은 행사에는 반드시 식탁에 올라오는 고마운 동물이다. 오늘날 우리 국민의 먹거리 식품으로는 돼지고기가 단연 1등이다. 작년 돼지 생산액은 7조3천억 원으로 우리나라 축산업을 앞장서 책임질 만큼 소비가 많은 식품이다.돼지고기에는 단백질과 9가지 필수 아미노산, 철분, 아연, 비타민 등 영양소가 다양하게 함유돼 있다. 불포화 지방산도 많아 체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으며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돼지는 동양권에서는 복(福)과 재물의 상징으로 통한다. 한꺼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 습성 때문에 다산(多産)과 풍년을 상징한다. 돼지의 한자 발음 돈(豚)이 돈(화폐)가 같아서 재물을 갖고 온다는 속설도 전해지고 있다.사람들은 돼지 꿈 꾸기를 희망한다. 돼지 꿈은 길몽(吉夢)이기 때문이다. 돼지 꿈을 꾼 날이면 괜스레 기분이 좋다. 돼지 꿈 꾼 날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산다. 이처럼 돼지는 우리 국민에게 행복과 재산을 키워주는 재물처럼 여겨지는 좋은 이미지의 동물이다.2007년은 600년만에 한번 온다는 황금돼지의 해였다. 그 해는 출산붐이 일어 한 해 출생아 수가 49만여 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무려 4만5천여 명(9.9%)이 늘었다. 당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에 비교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올해도 부자가 된다는 황금돼지의 해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출산을 준비한다는 부부들의 얘기도 간간히 전해진다. 황금 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 때문에 기왕이면 황금돼지 해에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에서다.지난 한해는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고생한 사람이 유별나게 많았다. 부의 상징인 황금돼지의 해에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돼지꿈을 꾸며 희망차게 살았으면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9-01-01

암(癌)과의 싸움

1347년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등 유럽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유럽 인구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는 데만 20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문명사적으로는 수많은 예술가가 사라지면서 문화적 후퇴는 물론 노동력 감소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유발했다.인류는 우리를 위협했던 흑사병과 콜레라, 결핵, 오늘날의 에이즈까지 과학기술의 힘으로 극복해 냈다. 인류가 창출한 과학의 힘은 불가능한 영역이 없을만큼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그러나 단 하나 현대 의료의 기술로 극복해 내지 못하는 질병이 있다면 바로 암(癌)이다. 발병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불과 3년 동안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희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해동안 880만 명(2017년)이 숨지고 그 수는 줄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도 암이며 한해 7만여 명, 전체 사망자의 27.6%가 이 병으로 숨진다.‘불치의 병’이란 오명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병이다. ‘만병의 황제’로 통한다. 인류에게는 여전히 속수무책인 병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현대 의료기술이 가져온 장수(長壽)에 대한 운명적 저주란 표현도 나온다.그러나 무모할 줄만 알았던 암과의 전쟁에서 조금의 진전은 있었다. 복지부가 최근 낸 자료에서 암 5년 초과 생존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전체 암유병 환자의 52.7%가 5년 이상 생존한 것이다. 암은 다른 질병과 달리 5년 생존율이란 표현을 쓴다. 일반적으로 암환자는 수술 후 5년 생존하면 재발할 확률이 낮다고 보고 완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사전 예방과 조기진단 등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인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그것이 자연이 준 재앙의 수준일지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흑사병이 발생할 14세기 무렵 유럽 사람의 평균 나이는 35세에 불과했다. 갖은 질병이 인류의 수명을 제한했으나 인간은 이를 극복하고 장수시대를 열었다. 매년 암 발생률이 증가세에 있으나 상대적으로 생존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암과의 싸움을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30

송해 공원

송해 선생은 코미디언 겸 MC이자 가수다. 9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당당한 현역이다. 모두가 그의 당당한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KBS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은 그는 특유의 진행 방식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청률도 10~15% 수준으로, 방송 프로그램 중 늘 상위권을 랭크한다.6·25 전쟁 중에 고향인 황해도에서 남으로 넘어와 국군 통신병으로 근무한 그는 전쟁이 끝난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데뷔를 했다. 따지자면 60년 이상 현역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셈이다. 처음에는 해주음악전문학교에서 전공한 성악을 살려 가수로 출발했으나 악단공연의 특성상 진행을 맡다보니 자연스레 MC 경험도 쌓게 됐다고 한다.이후 TV 방송이 시작되자 코미디언으로 들어가 구봉서와 배삼룡 등과 함께 오랫동안 코미디 활동을 했다.80세 때나 90세를 넘긴 지금도 그는 ‘송해 오빠’로 통한다. 특유의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 그가 대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통신병 시절 근무지가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가 고향인 부인 석옥이 여사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된다. 그는 처가 고향인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틈이 나면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2011년 달성군 명예군민이 되고 명예홍보대사도 맡았다. 달성군이 옥연지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송해 선생과의 인연을 모티브로 해 공원 이름을 송해라 명명했다. 올해 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부인 묘소가 이곳에 있다.송해공원이 지난 23일 올해 대한민국 명소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 것 보존협회 주최의 이 상은 전국 최고의 경관과 명소를 뽐내는 지역에 주는 상이다.서울의 청계천도 이 상을 받았다.달성군은 지난 10월에는 ‘송해 코미디박물관’을 이곳에 건립키로 하고 그와 MOU를 맺었다. 송해는 자신의 소장물품 등을 기증할 것이라 약속했다. 송해공원은 연간 90만 명이 찾는 시민 휴식처다. 우리 지역에 한국 코미디 1세대의 기록물이 전시될 박물관이 들어선다니 이것 또한 기쁜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7

블랙 크리스마스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오히려 ‘블랙 크리스마스’가 찾아와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블랙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국 유럽 증시가 크게 무너진 현상을 가리킨다. 성탄절 날, 세계 주식시장에 산타클로스 대신 ‘블랙 먼데이’가 찾아왔다는 뜻에서 ‘블랙 크리스마스’라고 이름붙여졌다.이번 블랙 크리스마스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통화긴축 정책 등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내년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금융시장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탓으로 분석된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이 미국 경제의 유일한 문제”라고 공격하며 노골적으로 통화정책에 개입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통상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 연말 보너스 지출로 인한 소비 증가 등으로 주가가 상승해 ‘산타 랠리’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엔 미국 증시 사상 최악의 폭락장세가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2.91% 떨어져 이 지수가 만들어진 133년 역사상 크리스마스 이브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과 스탠다드 앤 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2.121%, 2.71% 급락했다. 다우·나스닥·SP 등 미국 3대 주가지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1% 이상 하락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하루 시차를 두고 폭락한 것은 내년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라는 단기 악재와 미국 은행 유동성 악화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경질설 등 루머가 겹치며 공포감에 의한 투매(패닉 셀)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정책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국내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트럼프발 ‘블랙 크리스마스’가 우울한 연말 경기를 더욱 어둡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26

유아독존의 트럼프

유아독존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줄인 말로 석가모니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면서 처음으로 외쳤다는 말이다. 이른바 부처님의 탄생게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내가 가장 존귀하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이 말의 참 뜻으로 “부처가 이 땅에 온 뜻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고 인간 본래의 성품인 참된 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이 말의 본뜻과는 달리 오직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혹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고집불통의 사람을 일컬을 때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직장이든 사회생활 중에 유독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가 상사이거나 지도자급 인사이면 조직 내의 인간관계가 원만해지기 쉽지 않다. 상사의 고집을 꺾는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꺾어야 할만큼 힘들기 때문이다.직장인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최악의 상사는 어떤 유형일까? 첫째가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상사”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잦으면서 정작 본인은 그 잘못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상의 상사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상사”가 손꼽힌다. 머리가 영민해 실수도 적지만 상사가 설치지 않아 편안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법하다.직장 상사가 이러할 진데 국가 지도자의 결정과 판단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두고 전 세계가 전전긍긍한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철수를 결정함으로써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반발하고,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만과 독선으로 유아독존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의 결정을 두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어느 국가든 지도자의 영도력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트럼프의 독선적 결정은 국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