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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봄의 전령사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매화(梅花)를 첫 번째로 꼽는다.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에서는 벌써 매화축제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남해나 거제, 창원 등 남부지방 곳곳에서도 매화꽃이 봉우리를 맺기 시작해 매화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로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매화는 장미과의 갈잎, 중간 키 정도의 나무다. 꽃을 강조할 때는 매화라고 부르며 열매를 강조할 때는 매실나무라고도 부르고 있다.군자(君子)의 기품에 비유한 네 가지 꽃(사군자) 가운데 하나다. 매(梅) 난(蘭) 국(菊) 죽(竹)순으로 표현되어 매화는 사군자 중에도 으뜸이라 한다.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름도 갖가지다.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부른다. 색깔에 따라 백매, 홍매 등으로 나뉜다. 중국에서는 음력 2월을 매화를 볼 수 있는 달이라 하여 매견월(梅見月)이라 특별하게 부른다고 한다.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서 고운 꽃을 피운다. 온갖 꽃들이 미처 피기도 전에 먼저 꽃을 피워야 하기에 그 기개가 가상하다 할만하다. 옛 선비들이 매화를 특별히 좋아한 이유도 이처럼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어나는 늠름함에 있다. 우리나라 근대 수필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김진섭은 매화찬(梅花讚)이란 글에서 적설(積雪)과 찬 기운 속에 고요히 피는 매화에서 장엄하고 숭고한 기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일반 꽃들과 대비되는 매화의 특성을 선구자적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매화가 핀다는 것은 이제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아무리 추워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그 누구도 불복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봄에 들어선다는 입춘도 막 지났다. 매화꽃이 조금씩 봉우리를 피우면서 우리를 추위에 떨게 했던 겨울 한파도 곧 물러 설 것으로 보인다. 봄의 전령 매화꽃의 만개 소식과 더불어 겨우내 움츠려왔던 우리들의 가슴도 이제 활짝 기지개를 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19-02-12

달라지는 병영문화

문재인 정부 들어 군부대 병사들의 복무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군 복무기간 단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육군·해병대·의무경찰·상근예비역은 군 복무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의무해양경찰·의무소방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공군은 군 복무기간이 24개월에서 22개월로 줄어든다.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에서 21개월로, 산업기능요원(보충역)은 26개월에서 23개월로 줄어든다. 다만 당장 줄어드는 게 아니라 육군을 기준으로 2017년 1월 3일에 입대한 사람부터 군 복무기간이 보름간격으로 하루씩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20년 6월 15일에 입대하는 사람들부터 육군의 경우 18개월 복무를 하게 된다. 이는 같이 근무하는 병사들의 복무기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 따른 것이다.또 지난 1일부터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허용됐고, 오는 4월부터는 휴대전화도 쓸 수 있게 된다. 국방부의‘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일과 후 휴대폰 사용과 장병 평일외출이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군인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은 오후 5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4시간이며, 일과 종료 후부터 저녁점호 전까지 자기개발·병원진료·면회 등 개인용무를 위해 개인별 월 2회 이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각 군의 13개 부대를 대상으로 평일 외출 시범운영을 해왔다.4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병사들이 생활관에서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로 다양한 강좌도 들을 수 있어 자기 계발도 가능해진다. 다만 군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휴대전화 사용 지역을 생활관으로 한정하고, 카메라 렌즈는 보안 스티커로 완전히 봉해 촬영을 금지했다. 촬영이나 녹음을 못 하게 하는 보안 앱도 병사들 휴대전화에 설치된다. 통화 남용을 막기 위해 평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 휴일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 36개월 군 복무한 어르신 왈,“요즘 군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11

눈총 받는 공시열풍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공시(公試)열풍으로 들떠 있다.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이 단연 1등이다.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직업도 공무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40세 이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시 재수생이 는다. 일반직장에서도 공시준비에 나서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2017년 8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 회장은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꿈이 빌 게이츠가 아니고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투자처로서 한국은 매력이 없다. 이래서는 중국 등 신흥국과 맞서 경쟁하기 힘들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공시열풍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시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은 공시에서 벗어날 만한 매력적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 민간분야에서 안정적 직업이 나올 수 있다면 공시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 분야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실업난 해소란 이유로 지나치게 공공부문을 확대해 열어놓은 것도 공시열풍을 부추긴 요인이 된다.미국은 공무원이 우리처럼 인기가 없다. 일반적인 대학졸업자는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벤처기업을 가려는 것이 보통이라 한다. 창의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보편적 흐름이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의 재생산이나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은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다. 그런 그들이 상류층이 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생산한 민간기업 직원이 빈곤층이 된다면 경제가 역동성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최근 LA타임스가 한국의 공시열풍을 꼬집어 보도했다. 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하버드대 입학 하기보다 어렵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 공공부문에 많이 몰린 탓이라 주석을 달았으나 비정상적 현상으로 비치는 한국의 공시열풍에 대한 따가운 지적으로 들린다. 외국 언론조차도 곱잖게 보는 공시열풍을 멈출 방법은 없는가./우정구(논설위원)

2019-02-10

농촌 살릴 ‘귀농’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은 엄격히 따지면 약간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귀농은 본래 도시에서 살아왔던 사람이 농촌으로 돌아가 농사 등을 지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귀촌은 농촌 출신 중 도시에서 살고 있다가 고향 생각이 나 농촌으로 되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농(離農)은 귀촌보다는 귀농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귀농·귀촌을 통틀어 우리는 귀농 현상이라 부른다.1997년 외환위기(IMF)라는 직격탄을 맞은 우리 사회는 이때부터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난 많은 봉급자가 생계를 걱정하며 찾은 곳이 귀농 현장이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었던 그들로선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의 생활 정착이 새로운 희망의 빛이었다. 이른바 생계형 귀농 현상이다.2000년대 들어서는 은퇴자의 귀농이 늘어난다. 직장 생활을 끝내고 전원풍의 주거생활을 꿈꾸며 나타난 것이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머리가 복잡했던 도시생활을 벗어난다는 개념으로 농촌의 전원생활이 로망이 되던 시절이다. 이후 농촌에는 3040세대의 엘리트 귀농이 등장한다. 젊은이의 등장과 새로운 영농기법을 동원한 귀농 현상은 귀농의 경제화와 경영화 바람을 일으킨다.2017년은 우리나라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처음 넘어선 해다. 2013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많은 귀농·귀촌 인구 증가 현상을 보였다. 연령별로도 40세 미만의 젊은층이 절반가량 차지해 귀농의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귀농현상이 고용 증가와 소득 증가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귀농현상이 인구 감소로 걱정하던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각 지자체별로도 귀농 정착을 위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10명 중 3명이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희망자 중 상당수가 구체적 계획은 없었지만 귀농·귀촌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높았다.소멸위기에 있는 우리 농촌으로서는 희망적 요소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귀농·귀촌을 이끌 당국의 화끈한 유인책이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2-07

명절 증후군

명절 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한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을 호소한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뒷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남성의 경우 명절 동안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운전자의 피로와 장시간 차량에 탑승하면서 발생하는 멀미, 정신적 스트레스까지도 포함된다. 직장인의 경우 기존 일상 생활과 다른 긴 연휴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특히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며느리들이 마음고생이 심하다. 힘든 명절 준비는 물론 말로 상처받아도 당장 내색하기 어렵다. 한번 우울감에 빠져들면 명절이 지나도 한동안 지속되며, 설을 전후로 높아진 우울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번진다. 이처럼 겨울에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계절성 정서장애’로서 의학적인 근거가 있다. 설 명절인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뇌의 기분조절 충추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감소한다. 팔, 다리가 무겁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진다. 평소 하던 집안 일도 귀찮아진다. 이럴 경우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기 쉽다. 식사량이 많아지고 단맛을 좋아하게 되며,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계절적 정서장애, 일명 ‘겨울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20분 정도 밖에 나가 걷는 게 좋다. 햇볕은 우리의 눈을 통해 뇌로 들어와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산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친구나 가족들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아내의 명절증후군이 심하면 남편도 모른 척 하지말고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격적인 우울증으로 빠져들 수 있다. 우울감이 인간관계나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주위의 도움말이나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니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꼭 약을 먹어야 낫는 병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2-06

소풍이 즐거우려면

수행을 통해 높은 인격에 도달한 스님 한 분이 있습니다. 사심과 물욕 없는 고결한 삶을 추구합니다. 그분 소유는 딱 하나. 난초였지요. 소박한 거처에 생명이라고는 자신과 난초뿐, 온 정성 다해 돌봅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찾아 부지런히 옮겨 주고 겨울에는 떨면서도 실내 온도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난초들은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과 연둣빛 꽃을 피워 스님을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상 청청했습니다. 다래헌을 찾은 손님들은 한결같이 난을 보고 좋아했지요.여름 날 잠시 외출한 스님. 눈부신 햇볕이 쏟아져 내리고 개울물의 소리와 숲의 매미들이 목청을 한없이 돋우는 순간 깨닫습니다. 난초를 뜰에 내 놓은 채 그냥 외출해 버렸다는 것을.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지고, 난초가 어른거려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만남도 허둥지둥 마치고 급히 돌아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난초 잎은 축 늘어져 있습니다. 급히 샘물을 길어 축여주니 겨우 고개를 들었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날 밤. 스님은 깨닫습니다. 집착이 괴로움에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난초에 집착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결심하지요. 이 집착에서 벗어나기로. 산방에 올라온 친구에게 이 난초를 맡깁니다. 횡재에 친구 얼굴이 환해집니다. 스님 마음도 환하게 밝아옵니다. 아쉬움 보다 해방감을 느낍니다.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 일화입니다. 스님은 이 사건 이후 하루에 한 가지 자신의 소유를 버리겠노라 다짐합니다.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사사키 후미오 씨는 1년 동안 자신의 소유물 95%를 처분합니다. 11년 정든 집을 팔고 6평 조그만 원룸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이삿짐을 싸는 데 30분 걸렸다고 하죠. “물건이 줄어드는 것만큼 마음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소유물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훨씬 더 많은 시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신기한 일입니다. 이제 이삿짐 꾸리는 시간을 15분으로 줄이는 게 제 목표입니다.”끊임없는 덧셈만이 삶의 지름길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과잉 소비 조장 풍조에 속지 않고 불필요한 것들을 일절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소박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음은 반가운 현상입니다. 소풍은 두 손이 가벼워야 행복합니다. 인생 소풍이 진정 아름답기 위해 올해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대와 함께 고민하는 날 많아지기를! /인문학365 대표

2019-01-31

어불성설(語不成說)

“세 번을 신중히 생각하고 말을 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의 교훈은 몇 백번 되새겨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이란 본래 완벽하지가 않아 누구나 실수를 범하기가 쉽다. 특히 말로 하는 실수는 돌이킬 수가 없기에 세 번을 생각하고 한번을 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것이 공인(公人)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중국 당나라에서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의 기준으로 삼았던 신(身) 언(言) 서(書) 판(判) 네 가지 중 말씨(言)가 포함돼 있다. 용모와 글씨와 판단력과 함께 관리가 지켜야 할 품격으로 언변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말에는 신중함과 품위, 정직함이 있어야 하므로 관리가 될 사람의 덕목으로는 당연하다.말을 잘못하여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경우를 구설수(口舌數)에 오른다고 한다. 설화(舌禍)는 혀를 잘못 놀려 당하는 화라는 뜻이다. 또 사람의 언변이 좋을 때 비유하는 말로 삼촌설(三寸舌)이라는 표현을 쓴다. 세 치의 혀라는 뜻이다. 모두 사람 입안에 있는 혀를 두고 나타낸 표현들이다. 비록 세치의 짧은 혀지만 잘 간수하고 신중하게 놀려야 한다는 의미다.“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우리 속담은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은 쓰기에 따라 돌아오는 반응도 여러 갈래다. 서양 격언에도 침묵이 금이다”고 했다. 동서양 할 것 없이 말에 대한 신중함을 경고한다. 불교에서는 구업(口業)이라 하여 사람이 입으로 저지르는 죄업을 이렇게 불렀다. 남을 욕하거나 속이는 말이 이에 해당하며, 남을 이간질을 하거나 요망한 말로 현혹시키는 것도 구업이라 한다.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구설수에 올라 사표를 내고 말았다. 사표라지만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그가 조찬 모임에서 던진 말이 기 막힌다. “50, 60대는 조기 퇴직했다고 할 일없이 산에만 다니지 말고 동남아로 떠나라”란다. 도대체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사람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요 인격이라 했다. 삼사일언의 교훈을 되새겨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1-31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청소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스톡홀름에서 패션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출산 후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녀는 최근 가까운 친정과 시댁 어머니 두 번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하지요. 가족들과 집을 정리하다가 친정 어머니 물건에 메모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버릴 것, 벼룩시장에 내다 팔 것,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 등 꼼꼼한 요청이었습니다. 연달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물건 정리가 다 끝난 후 그녀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왜 죽은 다음에 물건을 타인이 정리해야 하는 거지?” 살아 생전 스스로 데스 클리닝을 해 보리라 결심합니다.모리 슈워츠 교수는 루게릭 병 초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브렌다이스 대학 동료 교수가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힘겹게 장례식에 다녀온 후 모리 교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야! 다들 고인을 칭찬해 주었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한 마디도 듣지 못했으니 말이야.” 자신도 병이 깊어지고 더 이상 외출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모리 교수는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부랴부랴 몇 군데 전화를 걸지요. 날을 정해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어느 쌀쌀한 일요일 오후 집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입니다. ‘모리 슈워츠의 생전 장례식’.죽은 뒤에 치를 장례식을 미리 앞당겨서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치른 것이지요. 참가자들은 모두 한 마디씩 하며 모리 교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 환하게 웃는 사람, 시를 손수 지어와 읊어준 사람. 모리 교수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습니다. 가슴에 묻어만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리 교수는 이날 다 쏟아냅니다. 생전 장례식은 모두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삶을 어지럽히고 복잡하게 만드는 물건들, 관계들, 경험들.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면?”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자세로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면, 우리 눈이 밝아져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분별하며 살 수 있겠지요.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속 질문해 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다르지 않습니다.1월의 마지막 날, 한 번 팔 걷어 부치고 함께 묵은 것들을 비워내는 대 청소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버려지고 소멸되는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앞당겨 대 청소를 시작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지혜가 그대와 나의 삶을 한 뼘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요? /생각학교ASK 대표

2019-01-30

사회적 대화의 함정

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들이 한데 모여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쟁점을 논의한 뒤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보통 노사정 대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노사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를 축약한 말이다.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타협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1982년 체결한 바세나르협약이다. 당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가 재정 및 세제로 이 협약을 지원한 결과, 네덜란드는 재정안정과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우리나라에서는 탄력근로 확대, 최저임금 개편, 국민연금 개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과제들이 산적해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를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한국노총도 31일 경사노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대화 거부의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경사노위가 삐걱 거리면서 사회적 대화 무용론과 함께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대화는 국민의 결정이 아니라 경사노위 합의를 빌미로 정치투쟁을 선동해 국가의 정잭결정 과정이 왜곡되고 결국 사회적 갈등도 해결할 수 없고, 지난 20여년 동안 성과도 미진한 만큼 이제 폐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게 당사자들의 자발성과 필요성이 없으면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지금껏 투쟁으로 모든 걸 얻어온 노동계가 협상으로 주고받는 사회적 합의에서 뭘 내놓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에 집착하면 오히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게 사회적 대화의 함정이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30

숲과 도시

숲의 도시라고 하면 유럽의 도시를 연상하게 된다. 유럽의 왕조시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적 정원문화가 보통 사람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아름다운 것은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중세 문화 유적이 있기도 하지만 잘 가꾸어진 왕실 정원에서 풍기는 강열한 느낌이 잘 전해진 탓이기도 하다.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숲의 도시라 부른다. 인구 2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도시로, 면적의 28%가 공원이며 17%가 숲이다. 숲속에 주택이 자리를 잡고 숲과 주거지 사이에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베토벤이 걸었다고 하는 ‘칼렌베르크 숲’으로 빈은 숲의 도시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영국의 하이드파크는 왕실 소유의 정원이 시민공원으로 개방된 사례다. 80개가 넘는 공원을 보유한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심공원이다. 160만㎡의 광대한 면적 속에 숲과 호수가 있는 평온한 자연의 휴식처다.시민의 휴식처인 하이드파크를 흉내 낸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맨해튼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뉴요커들의 힐링 장소다. 언제 어느 때나 여유와 휴식을 즐기는 뉴욕시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로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연간 4천만 명이 방문하는 도심공원이다. 최근 들어 도심의 숲이 뜨고 있다. 여름철에는 열섬현상 방지 효과가 있고, 요즘의 골칫거리인 미세먼지 방지에도 효과가 인증돼 도시마다 도시 숲 조성에 앞 다투고 있다는 소식이다. 산림청도 가로수 수종교체 등을 통해 도심 숲의 자체 정화 능력을 높이기로 하는 등 도심 숲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경북도도 도내 34곳에 도심 숲 조성을 한다고 하니 우리의 도심들도 머잖아 숲으로 덮일까 기대가 된다. 잘 가꿔진 도시 숲은 최고의 공기청정기라고도 한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사람에게 흡수되면 인체의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는 등 산림치유 효과가 크다고 한다. 산림욕이 각광받는 이유다. 선진국의 대공원과 같은 도시 숲이 당장 나오기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도시 숲이 조성된다면 그나마 바람직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9

저온화상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위해 핫팩을 쓰거나 전기매트나 온수매트 등 온열기구가 많이 쓰인다. 이런 제품을 사용할 경우 비교적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저온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영하의 실외에서 오랜시간 바깥 활동을 하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따뜻한 아랫목부터 찾게된다.몸이 꽁꽁 얼었기에 온도가 높은 곳에 누워도 뜨겁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때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나른해져 잠이 드는 경우가 많은 데, 피부에 저온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사람의 피부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오랜 시간 열에 노출되면 변형이 일어난다. 끓는 물의 온도인 섭씨 100℃에는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수 있고, 48℃에서는 5분, 50℃에서는 3분, 60℃ 이상에서는 8초 정도 노출되면 단백질이 파괴돼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저온화상은 술에 취해 잠이 들거나 당뇨, 치매 등으로 몸의 통증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경우 저온에 수시간 동안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특히 핫팩은 보통 40℃에서 70℃까지 발열온도를 내는 데, 처음 개봉해서 흔들어 열을 내면 70℃ 가까이 온도가 상승했다가 차츰 낮아져 평균 40~50℃ 사이를 유지하게 된다.이 정도 온도에서는 화상을 입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하지만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된다. 40℃~50℃의 온도라도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피부가 노출될 경우 피부 갚숙이까지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저온화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피부손상이 누적되면 홍반,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저온화상은 특성상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이 때문에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피부 표피와 진피 모든 층이 화상을 입은 3도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띠게 된다. 이런 경우 피부이식 수술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피부감각이 둔하고 인지속도가 느려 저온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8

노인 연령기준

노인의 연령을 상향하자는 논의를 처음 내놓은 단체는 대한노인회다. 2015년 대한노인회는 줄곧 반대 입장에 있던 노인 연령의 상향을 공식적으로 공론화시키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론화에 앞장서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우리나라는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의 기준 연령이 65세가 됐다. 이를 기준으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과 같은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왜 65세가 기준점이 됐는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아마 국제적으로 65세 이상이 노인 연령의 기준점으로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짐작된다.그러나 한국인이 인식하는 실제적 노인 연령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노인 연령에 대한 인지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3%가 노인의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했다.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60세 정년으로 경제력을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것 등이 연령층을 높게 봐야 하는 이유였다.최근 복지부장관이 한 모임에서 노인 연령의 상향문제를 거론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한국사회는 사회복지 지출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늦추면 한국사회가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노령화가 빠른 국가다.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회통념의 문제이다.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의 상향 문제를 꺼낸 지 4년 만에 또다시 이 문제가 공론화장으로 나왔다. 공론화는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때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6년이나 늘어난 사회적 배경도 작용했으나 국가 재정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뜻이다. 노인 연령이 늘어난다고 노인 복지가 소홀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OECD 최악의 빈곤 수준에 처한 우리 노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 이 시대 노인은 가난한 대한민국을 부자나라로 만든 산업화의 일등공신이다. 충분한 복지혜택 누릴 자격이 있는 세대라는 뜻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7

깡통전세 대처법

집값과 전세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깡통전세가 문제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전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꽤 많고, 수도권까지 퍼지는 분위기다. 서민들에게는 거의 전재산일 수 있는 소중한 전세자금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해놓을 필요가 있다.유일무이한 대처법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전세자금대출을 크게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한다. 세입자가 반환보증이 포함된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전세 계약이 종료됐을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세입자는 계약 종료 1개월 내 보증기관에 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청구하면 100% 돌려받는다.반환보증은 대출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데,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가입할 수 있는 반환보증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임대인 동의는 필요 없다.계약기간이 만료되면 HUG나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 하락이나 임대인의 신용 문제에 따른 경매처분에도 걱정 없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는 물론 단독, 다가구, 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모두 가능하다. 전세계약 기간 절반이 지나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상 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7억 원, 수도권 외 5억 원 이하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요율은 아파트 연 0.128%, 기타 연 0.154%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연간 보증료는 38만4천원 정도다. 서울보증보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 제한이 없다. 일반주택은 10억 원 이하만 가능하다. 전세보증금이 7억 원 이하라면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유리하고, 7억 원을 넘는다면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이 낫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3

불혹(不惑)

마흔 살의 나이로 접어든 사람을 우리는 중년이라 부른다. 이때가 되면 서른 살 때와는 다르게 스스로가 어른스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인생의 성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마흔은 모든 것이 집결되는 인생의 절정기라 부른다.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마흔을 미혹(迷惑)되지 않는 나이라고 말했다. 미혹은 무엇에 홀리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이르는 말인데 마흔을 불혹이라 한 것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램 링컨은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고 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을 반영하는 거울로 보기 때문이다. 인생 40년은 인생의 변곡점이자 성숙기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말이다.중년은 인생의 중반기로 접어드는 나이로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그 역할이 주목을 받는 시기다. 국가적으로는 나라 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맡아야 할 세대다. 뒤에서 쫓아오는 젊은 세대와 앞서 간 기성세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역할과 주문이 더 많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생의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지난 모습을 성찰하고 성숙한 삶을 꿈꾸는 나이다. 이렇듯 마흔의 나이는 전환기적 세대로서 고민과 갈등과 욕망이 꿈틀대는 때다.요즘 들어 진취적 40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 모어 엉클(no more uncle)족이라 부른다.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중년의 상징인 뱃살과 칙칙한 정장 차림을 과감히 거부한다.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로 젊음을 추구한다. 가정에도 충실하다. 변화하는 불혹의 군단 모습이다.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발표됐다. 총인구의 평균 나이가 42.1세로 2008년 이후 10년 사이 5.1세가 높아졌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이립에서 불혹의 나이로 올라선 것이다. 노령화 현상으로 높아진 나이라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신세대 중년처럼 세련된 한국인 40세가 됐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2

예타면제 사업

예타는 예비타당성조사의 준말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경제성을 따지는 제도다. 사회간접자본(SOC), RD, 정보화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했다. 타당성조사가 주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적 타당성을 주된 조사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조사기관도 타당성조사의 경우 사업 시행기관이 담당하는 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의뢰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담당하며, 조사기간은 6개월(긴급사안은 3개월)이다. 하지만 2018년 4월 17일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당일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기정통부로 위탁했다.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고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한다. 공공건설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타당성이 검증된 경우에 한하여 타당성조사·기본설계비→실시설계비→보상비→공사비의 순서로 예산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이번 달 중에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예타면제 사업을 신청받은 심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은 영일만횡단대교를 포함한 영덕∼울진∼삼척을 잇는 동해안고속도로를 1순위, 동해선복선전철사업을 2순위로 신청했고, 대구시는 산업철도선(서대구역~달성 국가산단)과 도시철도 3호선(범물 용지~수성알파시티~혁신도시) 등 2건을 제출했다.문재인 대통령은 광역별로 예타면제사업을 1건씩 선정하겠다고 밝혀 자치단체들 모두 한껏 기대에 부푼 상태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예타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했다가는 혈세 낭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은 아무래도 찾기 어려운가 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21

미세먼지 비상

한국의 겨울 날씨는 오래전부터 삼한사온(三寒四溫)으로 대표된다. 사흘쯤 몹시 춥다가 나흘은 날씨가 풀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대신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다는 뜻이다.미세먼지는 잘 알려진 대로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공해물질이다. 공기 중에 있는 매연입자들과 황산화물, 수분 등이 엉켜 발생한 미세먼지는 먼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중금속에 더 가깝다. 금속가루가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발암물질을 동반할 수도 있어 이로 인한 더 큰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국제의학지에서는 미세먼지가 고혈압, 흡연, 당뇨, 비만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가져 올 것이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로 인해 갑자기 죽거나 아픈 사람이 많아질 것이란 경고가 이미 나와 있다.그러면 이런 미세먼지의 문제에 대해 과연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깊이 알고 있을까. 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생활에 불편을 주는 나쁜 공해 정도로 알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 경각심을 확대시켜 나갈 때가 된 것이다. 미세먼지 공포가 엄습하면서 국민들의 일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깥 외출을 자제하거나 자동차 운행까지 규제를 받게 되니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마스크 착용이나 공기청정기 구입으로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국가가 나서 미세먼지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 처방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 정설이다. 중국 공해산업에서 발생한 매연 등이 편서풍에 실려 한반도로 넘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중국은 한국 내 문제로 국한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나서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함에도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한마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국민이 깨달아 여론화시켜나가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1-20

명태

명태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로 불리는 대구과 한류성 어종이다.예로부터 “맛이 좋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 했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많이 잡혀 국민이 즐겨 먹던 생선이라 하여 국민 생선으로도 통했다.1991년 연간 1만t 넘게 잡혔던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08년 이후부터는 거의 잡히지 않는 어종으로 분류됐다.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도 없다. 건조법이나 동결법 등에 따라 혹은 성장 상태에 따라 갖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얼리거나 말리지 않고 잡은 그대로의 것을 생태, 잡아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혹은 건태라 한다. 하얗게 말린 것을 백태라 하고 검게 말린 것은 흑태라 부른다.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반 건조한 상태를 코다리라 한다. 건조대 얹어 녹는 과정을 반복시키면 살이 황금빛으로 변하는데 이를 황태라 부른다. 어린 상태의 명태는 애기태 또는 노가리라고도 한다.이름 만큼이나 효능도 많다고 한다. 명태의 필수 아미노산은 간을 보호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칼슘, 인, 철 등의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도 한다. 살과 알 등에는 비타민 E, 토코페롤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노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이처럼 명태는 오래전부터 우리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생선이다. 예로부터 제사와 고사, 전통 혼례 등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으로 여겨져 왔다.정부는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27cm 이하의 작은 명태만 포획을 못하도록 했으나 오는 21일부터는 크기에 관계없이 명태를 잡으면 안 된다.명태의 자원 회복을 위한 조치라 당분간 명태를 잡으면 처벌도 받게 된다. 한국산 명태 구경이 어렵게 될 전망이라 아쉬움이 남는 조치라 여겨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친 남획의 결과가 빚은 자업자득의 짐이다. 또다른 어종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1-17

정치 유튜브 시대

유튜브(YouTube)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사용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하며 공유할 수 있다.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 텔레비전)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지난 2005년 페이팔의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조드 카림이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에 유튜브 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배포하기 위해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냈고, 이것이 유튜브의 시초다. 2006년 10월 구글이 유튜브 사를 인수했으며, 한국어 서비스는 2008년 1월 시작됐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동영상이나 사용자에게 댓글을 달아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일종이다.유튜브가 정치현안에 대한 견해를 알리는 수단으로서 각광받으면서 ‘정치 유튜브 시대’가 열리고 있다.현재 정치인이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1위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채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를 내걸면서 구독자 수 61만명을 넘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 방송 3회 만에 50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몰렸다. 이보다 약 3주 앞서 유튜브에 뛰어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TV홍카콜라’의 구독자 수는 23만명을 넘겼다.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가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보수논객 신혜식씨가 2014년부터 운영한 ‘신의 한수’가 대표적인 채널로, 구독자 수는 47만명이 넘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도 구독자 수 35만명이다. 이 채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단독 인터뷰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보수 논객·정치인이 이끄는 유튜브 채널로는 △황장수의 뉴스브리핑(31만명) △고성국TV(20만명) △조갑제TV(18만명) △김문수TV(15만명) △가로세로연구소(11만명,강용석) 등이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끄는 ‘딴지방송국’이 구독자 수 21만명 수준이다. 정치도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변해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16

투잡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아이슬란드 국가 대표선수 중에는 기이하게 투잡족이 많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대전에서 메시 선수를 집중 마크했던 선수는 소금 포장공장에서 일하는 투잡맨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축구 감독도 치과의사 출신이었고, 골키퍼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알려졌다. 우리 눈에는 동네선수 선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표팀 구성이지만 인구 35만 명의 작은 국가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게 해설자의 설명이었다.투잡(two job)을 우리는 겸업이라 표현하나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본업 이외 부업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는 투잡이 많지 않다.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이었던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투잡이 유행한다고 한다. 2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 가운데 투잡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 봤더니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투잡을 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월급이 적어서라고 했다.투잡은 본업 말고도 또다른 업에서 일을 해야하므로 몸이 고달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경야경(晝耕夜耕)의 일상생활을 반복하는 인생이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알바 등이 그런 경우다.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투잡을 희망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경우 1주일에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62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가 늘었다. 투잡 희망자 통계 작성 후 최대치라 한다.아이슬란드처럼 인구가 적은 미니 국가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투잡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투잡 현상은 모두가 생계형이라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이다. 나라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주도 정책을 추진함에도 현장에서는 빈익빈(貧益貧)의 사회구조가 더 심화 되는듯해 우울하다. 요즘 주 52시간 근무제로 자영업자들 사이에 알바 일자리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자영업자의 나름의 생존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하나 세상이 더 각박해지는 것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투잡도 지금 우리시대의 자화상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1-15

그림자금융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중개기구 혹은 상품을 통칭한다.이 용어의 유래는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지난 2007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사용한 후 널리 쓰이게 됐다.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하고, 이 대출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원금 및 이자 상환액)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또 다른 대출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은행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 증권은 기초자산의 신용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눠져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판매가 된다. 헤지펀드, 보험사,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금융상품의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즉, 은행의 경우 예금자와 대출자 등으로 자금중개경로가 단순한 반면 그림자금융은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기관들이 서로 연계돼 있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자가 대부분 기초자산의 담보가치를 이용한 대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자본 대비 투자액이 많아 원금손실의 위험이 일반 금융상품보다는 높다. 이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은행이 아닌 곳에서 조달하는 부동산 자금인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가 470조원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약 80조원이 부실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의 국내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47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이중 환매와 계약철회, 부실화 등의 리스크가 예상되는 자금은 8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데, 부동산 금융마저 부실위기로 빠져든다니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라 살림살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