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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시민의 워라벨

대구시민은 얼마나 ‘휴식 있는 삶’을 즐기고 있을까. 고용노동부가 전국 17개 시도별 워라벨 지수를 조사 발표했다. 워라벨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되는 상태를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대세적 흐름이다. 정부가 워라벨과 관련한 조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과 생활과 관련한 통계치를 활용 조사해 지역별 삶의 만족도를 간접적으로나마 가늠해 보았다는 점에서 관심이 가는 내용이다.대구와 경북의 워라벨 지수는 전국 평균에 미달했다. 2023년에 100점에 도달한다고 봤을 때 대구는 36.5점, 경북은 36.6점으로 전국 평균 37.1에 못 미쳤다.26년째 전국 꼴찌를 하는 대구의 지역총생산(GRDP)을 감안할 때 그 결과가 새삼스럽지는 않다. 삶의 질이란 도시의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보면 대구의 평균치 미달은 당연한 결과다. 대구의 부끄러운 민낯이 또 한번 드러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43.1)과 부산(39.5), 대전(38.4), 울산(38.2) 등이 대체로 휴식 있는 삶의 수준이 양호한 도시로 밝혀졌다. 대기업과 우량기업이 많은 대도시, 근로소득이 높은 도시가 삶의 질 면에서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다.대구는 일, 생활, 제도, 지자체 관심도 등 4개 조사영역 전반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으며, 특히 제도영역에서 서울(14.8)의 절반 수준(7.9)에 머물렀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직 미흡한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뜻한다.대구는 봉급 근로자의 급여가 울산시의 72% 수준에 그치고 있고, 법인의 당기 순이익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대구 경제의 취약성이 이번 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된 거라 보면 된다.인구 250만의 거대도시 대구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세상은 워라벨이나 케렌시아같은 여유와 휴식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요구하고 있다. 돈보다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 살기 좋은 도시로 가야하는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꼴찌도시 대구의 분발을 촉구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3

기부 천사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부호들의 기부 권유를 위해 만든 세계적 기부 클럽이다. 이곳의 회원이 되려면 자신의 재산 중 50%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해야 한다. 현재, 이 클럽에는 미국 출신 억만장자 등이 줄줄이 가입해 우리 돈으로 500조 원이 넘는 재산이 모여 있다고 한다.세계적 부호가 앞장서 기부하는 이런 행위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한다.홍콩의 대표 배우 주윤발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키로 해 화제다.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그가 지난 10월 영국의 신문 ‘제인 스타즈’와의 인터뷰에서 8천억 원의 자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던 사실이 국내 방송에서 재차 확인돼 그의 선행을 둘러싼 얘기가 무성하다.특히 남부러울 것 없는 갑부이면서 평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닐만큼 검소했던 그의 사생활이 공개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생활비로 11만 원 정도 쓴다. 17년간 같은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연예인의 기부 사례는 많다. 미국 배우 디카프리오가 재단을 통해 수백억 원을 기부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가수 김장훈이 200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배우 장나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모금하거나 기부한 돈이 무려 13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많은 기부천사가 숨어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어려운 처지에서 모은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일거에 쾌척하는 용기를 가진 이도 적지 않다.얼마 전 과일장사 노부부의 400억 상당 재산기부가 그것이다.어저께 경남 합천의 한 우체통에는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이곳 우체통에서만 벌써 8번째라 한다. 누군지 알 수 없으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모와 함께 우체통에 현금을 두고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충격을 주고 있다. 주윤발은 “돈이 행복의 원천은 아니라” 했다. 기부에 앞장 선 천사들에게 행복은 나눔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20

명랑보(明朗報)

핑퐁외교로 유명한 일본 나고야(名古屋)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냉전 상태에 있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개선시킨 대회로 유명하다. 1971년의 일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중국이 같은 해 미국 대표 선수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면서 양국은 새로운 교류의 길을 열게 된다. 다음해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성사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최초로 국교를 수립하는 역사의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민간차원의 외교영역은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 예술, 경제, 정치까지 다방면에서 이뤄진다. 국가 간에 풀지 못하는 현안이 민간외교 과정에서 물꼬를 여는 일은 흔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외교관이 부러워할만큼의 뛰어난 사교력으로 중국의 외교를 돕는다고 한다. 경제인의 민간외교 활동이라 할 수 있다.지난 주말 베트남이 10년만에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우리나라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국내 생방송 중계된 결승전도 예상을 넘어 18%의 시청률을 보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베트남에서 분 열풍이 한국의 안방에까지 넘쳐 흘렀다고 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관계는 물론 양국의 협력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다. 베트남에는 6천 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박 감독의 매직으로 이들 기업이 받을 후광 효과도 대단할 것이란 기대다.그러나 베트남에서의 한류 열풍은 따지고 보면 박 감독보다는 우리의 기업이 먼저다. 그 중 삼성전자는 단연 독보적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50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맡고 있는 수출액이 전체의 20%다. 종업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을 계기로 박 감독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에서 땀 흘려 일하는 우리 기업의 활약상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또 하나 기분 좋은 성과다.여러모로 국내 사정이 어려운 이때 베트남에서 그들이 들려준 쾌거야말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명랑보(明朗報)라 하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9

왕릉의 별자리

경남 함안의 아라가야 왕릉으로 알려진 말이산 13호분(사적 제515호)에서 전갈자리와 궁수(사수)자리 등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 5~6세기 아라가야인들이 생명이 만발하는 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를 그린 것으로 평가돼 화제다. 별자리는 하늘의 별들을 찾아내기 쉽게 몇 개씩 이어서 그 형태에 동물, 물건, 신화 속의 인물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것으로 성좌(星座)라고도 한다. 별자리는 본래 약 5천년 전 바빌로니아 지역에 해당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살던 유목민 칼데아인들이 양떼를 지키면서 밤하늘 별들의 형태에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 BC 3천년경에 만든 이 지역의 표석에는 양·황소·쌍둥이·게·사자·처녀·천칭·전갈·궁수·염소·물병·물고기 자리 등 태양과 행성이 지나는 길목인 황도를 따라 배치된 12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을 포함한 20여 개의 별자리가 기록돼있다.또 고대 이집트에서도 BC 3천년경에 이미 43개의 별자리가 있었다. 바빌로니아·이집트의 천문학은 그리스로 전해져서 별자리 이름에 그리스신화 속의 신과 영웅, 동물들의 이름이 더해졌다. 세페우스·카시오페이아·안드로메다·페르세우스·큰곰·작은곰 등의 별자리가 그러한 예다.동양의 고대 별자리는 서양과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BC 5세기경 적도를 12등분해 12차(次)라 했고, 적도부근에 28개의 별자리를 만들어 28수(二十八宿)라 했다. 한국의 옛 별자리는 중국에서 전래됐다. 다만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는 별자리 이름이 지역에 따라 따르게 사용돼 불편이 많았다. 그래서 1930년 국제천문연맹(IAU) 총회는 하늘 전체를 88개의 별자리로 나누고, 황도를 따라서 12개, 북반구 하늘에 28개, 남반구 하늘에 48개의 별자리를 각각 확정했다. 현재 쓰이고 있는 별자리가 바로 이것이다.1천5백년이란 긴 세월을 뛰어넘어 발견된 왕릉의 별자리 소식을 듣고 가만히 옛 아라가야 봄철 남쪽 하늘은 어땠을까를 가늠해보노라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것인가 하는 깨달음이 가슴을 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9

카풀 2라운드

카풀(car pool)은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승용차에 같이 타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카풀운동은 1973년 석유 위기에 직면한 미국인들이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국내에서도 카풀과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생존권을 주장하는 택시업계 반발로 제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실례로 자가용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지난 2013년 8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1년 반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 그러나 지난 2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 T 카풀’이라는 이름으로 ‘카풀’시장에 뛰어들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고있다. 택시업계는 법적으로 카풀을 전면금지할 것을 요구하며,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택시기사 최모(57)씨가 국회 인근에서 분신해 사망하면서 택시업계의 카카오 카풀 도입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업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이 요금을 받고 손님을 태울 수 없지만, 출퇴근 시간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은 예외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출퇴근 시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택시업계와 ‘카풀’서비스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시민들은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및 난폭운전 문제를 지적하며 택시업계에 비판적인 반응이다. 또 카풀이 되더라도 제한적으로 적용할 경우 택시기사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택시업계의 우려는 근거없다는 주장도 있다.정부는 면허없는 개인이 직업처럼 운행하면서 돈을 받고 자가용을 택시처럼 (운행)하는 우버식의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 택시의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풀을 일정 시간·횟수의 틀 안에서 허용하는 제한적 카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20일 국회앞에서 10만 명 규모로 카풀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는 택시업계와 시민에게 다양한 이동수단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카카오 등 승차공유업계간 갈등이 카풀 도입을 위한 찬반 2라운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8

장자상속

상속제도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천돼 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고려와 조선 초기시대까지는 자식에게 골고루 상속을 주는 남녀균분 상속제도가 대세였다.역사학자에 의하면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유목사회는 말자(末子)상속이 선호되었고,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농업사회에 와서는 장자(長子)상속으로 바뀐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고 한다. 상속은 부모의 봉양과 가통의 계승, 생존이라는 삶의 본질적 문제 속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사회 관습이라 볼 수 있다.말자상속은 성숙한 아들이 차례로 분가(分家)하고 마지막 남은 아들이 가계를 계승하는 제도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산권과 사회적 권위를 유지하며, 가장 오랫동안 자식의 보필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장자상속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일반화된 사회 관습이다. 부모의 봉양을 맏이에게 맡기고 부모 사후의 제사도 맏이가 책임을 진다. 그 대신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회적 당위성을 갖게 한다.우리나라의 장자상속은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영향을 받아 조선 중기 이후 나타난다. 균분상속은 자식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모두가 가난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이를 보완한 측면이 있는 제도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한 형태라 할 수 있다.아들 선호사상이 강한 우리 사회에 장자상속에 대한 지지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얼마 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2017년 노인실태 조사’에서 응답 노인(65세 이상)의 59.5%가 “자녀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 주겠다”고 답했다. “장자에게 더 주겠다”(9%), “장자에게만 주겠다”(2%) 등으로 재산상속에 있어 장자 우대를 고집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자신을 위해 쓰겠다(17.3%)는 답도 장자 우대 답보다 더 많았다.상속문화의 변화는 그 시대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 부모의 자녀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장자상속은 이젠 흘러간 구시대 유물로 전락할 처지가 된 셈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7

안지랑골

대구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산을 꼽으라면 앞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접근성 면에서 팔공산보다 더 친근감이 있는 산이다. 앞산은 좌우로 산성산과 대덕산을 두고 있는 해발 660m 높이의 높지 않은 산이다. 앞산에는 다섯 개의 골이 있다. 대덕(大德)골이라 불리는 큰 골과 고산골, 안지랑골, 용두골, 달비골 등이 그것이다.그 중 안지랑골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과 싸움 끝에 도망쳐 피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싸움에 패해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와서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안지랑이라는 말은 원래 왕지렁이에서 유래됐다 한다. 지렁이의 정기를 타고 났다는 견훤이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을 쫓아 이곳에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 다른 설은 이곳의 물이 청결하여 질병 치료에 좋다는 소문이 나 앉은뱅이가 여기 물로 치료받고 일어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왕건이 이곳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것과 물이 청결해 영험했다는 얘기로 미뤄보아 안지랑골의 물이 영험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50∼60년 전만해도 안지랑골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대구사람이 많이 찾아왔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안지랑골은 여름철이 되면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찾아왔던 대구시민의 안식처였다고 할 수 있다.언제부턴가 안지랑골 입구가 곱창 골목으로 바뀌었다. 젊은이가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등장했다. 대구의 10대 대표음식의 하나인 막창과 곱창구이를 테마로 50여 곳의 식당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밤이면 젊은이가 붐비는 불야성의 명품 골목이 됐다.안지랑 곱창골목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의 ‘2018년 한국관광의 별’에 뽑혔다. 국내 우수한 관광자원을 알릴 목적으로 해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은 올해로 8번째를 맞고 있다. 대구서는 근대골목과 서문시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대구시 등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3곳을 삼두마차로 해 대구의 관광산업을 빛내보겠다고 의욕이다. 안지랑골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한 모습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4

아마존 효과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다양한 생물이 사는 브라질의 열대 우림을 가리킨다. 넓이가 우리나라 넓이의 70배 정도다. 스페인 원정대가 아마존을 탐사할 때 용맹스러운 아마존 여자 원주민에게 많은 공격을 당했었는데, 여자 원주민의 모습이 마치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나스를 떠올린다고 해 아마존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다만 ‘아마존효과’에서 나오는 아마존은 도서, 의류, 신발, 보석, 식품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온라인 커머스 회사를 가리킨다. 아마존은 1995년 제프 베조스가 시애틀에서 인터넷 서점으로 처음 설립했다. 인터넷서점은 인터넷을 통해 도서검색 및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점공간이나 점원이 필요없고, 반품률도 매우 낮아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비용절감 효과를 도서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사는 1998년 기준으로 총 250만 권의 서적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총 매출 5억5천여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아마존은 전자 상거래 이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 전자책 킨들을 비롯한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제조 판매하며, 전자 상거래 이외의 분야에도 사업을 확장했다.아마존효과는 아마존의 사업 확장으로 업계에 파급되는 효과를 이르는 말이다. 대형 온라인기업인 아마존이 해당 분야에 진출한다는 소식만 들려도 해당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추락하고,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특히 최근 한국은행이 민간소비가 느는 데도 고용이 줄고,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아마존 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1분기(2.1%)나 2016년 4분기(1.4%)보다 낫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체감경기는 나쁜 것은 ‘아마존 효과’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로 눈총 맞고있는 문재인 정부의 궁색한 변명이 아마존효과로 뻥튀겨져 나오는 건 아닌가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3

3050 클럽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고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국민 소득은 높으나 인구가 적어 3050 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나라도 더러 있다. 스위스, 홍콩, 스웨덴 등이 이에 속한다. 한 국가가 인구와 경제규모를 함께 갖춘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세계적으로 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천만 명을 함께 겸비한 나라는 현재 6군데밖에 없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다. 경제 선진국일 뿐 아니라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쟁쟁한 나라들이라 할 수 있다.올해 말이면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예측대로라면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한국은 올 연말이면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일제의 억압을 벗고, 동족상잔의 6·25 전쟁을 치른 한국이 단시일 내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세계 최강 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전 세계가 아마도 경이적인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1960년대 불과 100달러 내외였던 한국인의 국민소득은 1995년 1만달러를 넘어섰다. 1996년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비록 다음해에 외환위기가 찾아와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후 11년만인 2006년 우리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누가 봐도 대단한 성과라 극찬할 만하다.그러나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의 분위기는 신통치가 않다. 최악의 실업률로 내수경기가 침체일로에 있고 내년도 성장률도 10여년 이래 최저 수준이 예상된다. 소득 수준이 향상된만큼 국민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하위계층의 고통이 더 커지는 빈부 격차는 오히려 심화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소망했던 3만달러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무턱대고 반가워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소득 3만 달러 시대,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되지 않게 자축보다는 새로운 다짐으로 출발하는 것이 옳을 것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2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

단두대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작될 무렵, 진보 성향의 의사 조제프 이냐스 기요탱이 인간의 목을 베기 위해 만든 기계다. 당시 기요탱은 프랑스 처형 제도의 개혁을 위해 공포스럽고 지저분한 전차 바퀴 사형법이나 교수형을 대신할만한 단순한 처형 방법을 제안했다. 기요탱의 기계장치는 고통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사형을 민주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즉, 참수형은 전통적으로 귀족에게 행해지는 처형법이었지만 효율적으로 목을 벨 수 있는 기계가 나옴으로써 이 특권을 모든 계급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1791년에 프랑스 국민공회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위원회를 소집했다. 기요탱도 여기에 포함됐으며, 주도자는 왕실 의사이자 외과의학회 서기관이었던 앙투안 루이 박사였다. 기본 디자인은 높은 틀의 꼭대기에 날을 매달았다가 떨어뜨리는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 기계들보다 진화한 점은 경사진 삼각날이었다. 원래는 루이 박사의 이름을 따서 ‘루이종’이나 ‘루이제트’로 불렸던 단두대는 곧 ‘기요틴’이라고 불렸으며 ‘인민의 적’으로 규정된 사람들의 목을 자르는 처형기구로서, 혁명적 극단주의의 상징이 됐다. 루이 16세는 1793년 1월 21일에 처형됐다. 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처형에 찬성한 로베스피에르를 중심으로 한 산악파는 국민공회 안에 최고 기관인 공안위원회를 설치해 단두대에 피가 마를 틈 없이 반혁명파들을 모조리 처형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이 시기에 단두대에 목이 걸렸던 희생자들이 자그마치 1만 명이 넘었다. 그 이후 국민공회는 로베스피에르를 고발했고, 그 역시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고 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 민간인 사찰 의혹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살기등등한 적폐청산의 칼끝이 또 한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면서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가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야당 의원의 비유를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은 정부가 얼마나 귀담아들을지 의심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11

워렌 버핏과 대구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인구 34만 명의 도시에서 60년째 살고 있다. 세계적 갑부라지만 그의 생활은 늘 검소하고, 번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경영철학으로 살아왔다.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의 한 사람인 그는 숱한 일화가 있다. 그 중에 2007년부터 시작한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꽤 유명하다. 경매에 낙찰된 사람은 그와 점심 식사를 하며 식사시간 동안 모든 질문을 할 수 있다. 작년에는 그와 식사비용으로 267만 달러(약 30억원)를 낸 사람도 있다. 그는 17년 동안 이런 방법으로 모아진 2천360만 달러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빈민구제단체에 기부했다.워렌 버핏이 투자한 수많은 회사 가운데 국내서는 유일하게 대구에 하나가 있다. ‘대구텍’은 달성군 가창면에 소재한 절삭공구 전문업체다. 1952년 설립된 대한중석이 민영화되고 이후 부도가 나자 이스라엘의 IMC그룹이 인수했다. IMC그룹은 워렌 버핏이 100% 투자한 회사다.지난 2007년 버핏은 대구텍 방문을 위해 대구를 처음 찾았다. 세계적 투자가의 대구 방문에 대구시민도 열정적으로 환영했다. 한번 이상 자회사 방문을 않는다는 그가 2011년에 또다시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텍의 제2공장 착공식 참석을 위해서다.당시 대구시장이었던 김범일 시장은 그를 최상의 예우로 환영했다. 버핏 회장의 전 일정에 일일이 동행하는 성의도 보였다. 그의 방문만으로 대구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김 전시장은 퇴임을 앞두고 버핏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버핏은 “자신의 고향인 오마하를 방문하면 언제든 특별한 손님으로 맞겠다”는 답신을 보내 대구와의 인연을 잊지 않음을 전했다.IMC가 700억원을 들여 대구에 첨단공구 회사를 세운다고 한다. 대구에 새로운 버핏의 자회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어서 특별히 의미가 있다. 권영진 시장이 이스라엘을 찾아 투자협약도 했다. 워렌 버핏과 대구와 인연이 더 커진 셈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10

경상감영의 복원

조선시대에는 전국을 8도로 나눠 지방을 관리했다. 각도마다 관찰사를 파견해 지역을 관할케 했으며 관찰사는 그 지역에 대한 행정 및 사법권은 물론 군사 지휘권까지 갖도록 했다.지금의 도청과 같은 감영(監營)은 시대에 따라 소재지가 왔다갔다했다. 경상도를 관할하던 경상감영(慶尙監營)은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경주에 있었다. 이후 면적이 넓다는 이유로 상주와 관할지역을 반으로 나눠 관리하기도 했고, 팔거현, 달성군, 안동부 등으로 감영이 옮겨진 적도 있다.현재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 있는 경상감영은 선조 34년(1601년)에 이전해 자리를 잡은 곳이다. 지금까지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감영이다. 고종 33년(1896년) 갑오개혁으로 지방행정이 13도 체제로 개편된 뒤 이곳은 경상도의 실제적 중심지가 됐다. 1910년에는 경상북도청이란 이름으로 개칭되고 1966년까지 도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경상감영에는 원래 여러 채의 건물이 지어졌으나 현재는 관찰사가 집무를 보았던 선화당(宣化堂)과 관사 징청각(澄淸閣)만이 남아있다. 경상감영의 가장 상징적 건물은 역시 관풍루(觀風樓)다. 선화당의 정남쪽에 세워진 경상감영의 정문인 포정문(布政門)의 2층에 만들어진 누각이다. “감사가 누상(樓上)에서 세속을 살핀다”(觀風世俗)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06년 대구읍성이 헐리고 도로가 나면서 관풍루는 달성공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해체·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대구시가 경상감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달성공원에 있는 관풍루를 본래의 자리로 옮긴다고 한다. 관풍루가 있던 옛 병무청 부지를 사들여 옛 모습을 복원할 계획이다. 장차는 경상감영 관리가 일하던 사령청, 백화당 등도 복원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이 일대가 크게 변모될 전망이다. 대구의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이번 작업에 시민의 관심이 적지 않다. 대구가 오늘날 전국 제3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역사적 근원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복원의 의미도 충분하다. 대구근대골목과 인접한 지역에 복원될 대구 뿌리역사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07

편의점 출점 제한 논란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자율 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에 따라 승인했다. 우선 출점예정지 근처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다면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 대신‘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현재,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7조의3 제1항에 따르면,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은 50m로 정해져 있으며, 지자체별로는 50~100 m로 규정돼 있다. 규약 참여사는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이 논란을 빚는 것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 때문이다. 편의점 출점제한은 지난 1994년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이 생겼지만, 2000년 공정위에서 이를 담합행위로 보고 폐지하도록 했다. 이후 2012년 공정위가 동일 브랜드 편의점 간 반경 250m 내에 출점을 금지하는 기준을 만들었으나 2014년 박근혜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됐다. 그러다가 지난 7월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거리제한 기준을 80m로 하는 안을 공정위에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거리제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게 일종의 ‘담합’으로 부당 공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반려했다.그랬던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편의점 경영 환경을 개선하라”고 언급했고, 최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 문제를 해소하라고 지시한 뒤 입장이 바뀌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실패한 정책으로 편의점주들의 반발을 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렇다해도 경쟁 촉진을 최우선시해야 할 공정위로 하여금 경쟁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을 눈감아 주도록 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따갑게 받아들여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06

자선냄비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것이 있다.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착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 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해서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이다. 남을 돕게 되면 느끼게 되는 최고조의 기분 상태를 ‘헬퍼스 하이’(Help‘s High)라 한다. 남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난 뒤 느끼는 정신적 만족감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은 이런 심리적 포만감을 며칠씩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혈압과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엔돌핀이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돼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는 상태다.자선냄비가 곳곳에 등장했다. 올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온 것이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서 배가 좌초되면서 발생한 1천여 명의 난민과 도시빈민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으로 시작한 자선행사에서 유래됐다. 기독교 한 교파에 의해 시작한 구세군 자선냄비는 현재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연말이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벌이는 가두 모금운동으로 발전했다.우리나라도 1928년 당시 한국 구세군에 의해 서울 도심에 처음으로 자선냄비가 설치되고 90년 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서 모금된 자금으로 많은 사람이 빈궁에서 구제되고 특히 성탄절에 벌이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연말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모금으로 사용된다.“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연말에 등장하는 자선냄비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그동안 소홀했던 이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운 이웃이 내 가까이에도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대구경북에서도 이달부터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했다. 자선냄비의 참 뜻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연말이 되면 좋겠다. 한해를 보내면서 자선냄비를 통한 나의 작은 실천이 우리사회를 훈훈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보람된 일이다. 마더 테레사 효과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올 연말도 자선냄비를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05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Black List)의 반대 개념으로, 분야별로 다른 뜻으로 쓰인다. 우선 IT분야에서는 안전한 IP 주소를 따로 분류해 이곳에서 보내는 것은 모두 수용하도록 하는 목록을 가리킨다. 알려진 IP 주소로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이로부터 전송된 이메일은 메일 서버가 언제나 수용하도록 하거나 은행, 각종 포털 사이트가 자발적으로 보안 업체나 단체에 화이트리스트로 등록해 웹 사이트의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알려 주게 된다. 불법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스팸 메일, 악성 코드를 유포하는 IP 주소, 피싱을 조장하는 허위 사이트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블랙리스트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서 등장했다.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메일만 받아볼 수 있게 설정하면 역으로 악성 메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단체에 국비지원을 강요한 목록으로 쓰였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에는 지원이 배제됐다. 박근혜 정부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소됐다. 김 실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월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고, 조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실형을 면했다.노동계에서도 화이트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최근 울산 소재 중견기업 S사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노조가 특정 조합원 자녀와 친인척 등을 채용하라며 고용세습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2011∼2013년과 올해 실제로 40명이 채용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S사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 부품사로, 해당 노조는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이다.영화계에서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출국’이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지원사업의 특혜로 모태펀드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걷어내며 ‘평화 모드’에 접어든 시점에 개봉한 영화 ‘출국’이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에 논란에 휩싸인 건 아이러니컬한 모양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2-04

노폰 존(No Phone Zone)

우리나라는 IT(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영광도 있으나 이면은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어두운 부분도 숨겨져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이런 사회 병리적 현상에 대한 처방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급속히 늘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 단절과 휴대폰 사용을 둘러싼 충돌 등 적잖은 가정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3시간, 20대에서는 4시간 10분 가량으로 밝혀졌다. 초등학생의 휴대폰 보급률(피처폰 포함)이 80%에 이르고, 중고교생의 보급률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사실상 스마트폰 자체는 우리의 생활필수품이 됐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고 잘 사용하느냐가 우리 시대의 과제라 할 수 있겠다.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사용 자세에 따라 목 디스크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한국인의 스마트폰 중독률을 인터넷 중독률(7.7%)보다 높은 8.4%라고 밝힌 바 있다. 젊은 층일수록 높아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너다 사고가 날뻔 한 일을 경험했다거나 밥 먹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다가 엄마로부터 스마트폰을 압수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압수에 침묵 시위하는 자녀와의 전쟁을 벌이는 부모도 또한 많다. 그러나 이 모두 뾰족한 대책은 없다.영국의 한 식당에서 노폰 존을 운영해 이목을 끌고 있다. 식당측은 고객이 휴대폰을 쓰지 않기로 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바구니에 휴대폰을 넣어두면 어린이 메뉴는 공짜로 제공한다. 식당측은 “휴대폰 때문에 귀중한 가족의 식사시간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뜻”이라 설명했다.24시간 스마트폰으로 지내는 현대인에게 자칫 부족해지기 쉬운 가족 간 대화시간을 마련코자 한 식당측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족 간 대화 부족에 대한 경종(警鐘)의 의미로 들린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2-03

‘베이징 스모그’ 공포

올겨울 최악의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됐다는 나쁜 소식이다. 중국은 한반도 대기 질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기상 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한다. 어제부터 중국발 황사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전국이 미세먼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황사는 중국의 스모그와 섞여 최악의 오염물질이 되어 한반도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지난 26일 베이징에서는 대기오염 ‘오렌지색 경보’가 처음으로 발령됐다.오렌지색 경보는 대기오염 경보 최고 단계의 바로 앞 경고로 이 정도쯤 되면 일상의 활동이 거의 제약 받게 된다.이날 베이징은 9개의 고속도로와 시 외곽 도로가 짙은 스모그로 폐쇄됐다.이날 베이징에서 발생한 스모그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무려 40배에 달했다. 노약자가 장시간 바깥에 노출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스모그(smog)는 연기라는 뜻의 스모크(smoke)와 안개라는 포그(fog)가 합쳐진 말이다. 산업혁명 후 석탄과 석유 사용량이 늘고 공장과 자동차에서 매연을 내뿜어 대면서 스모그라는 인공재해가 만들어졌다. 스모그는 호흡기와 심장에 이상을 일으키고 심지어 암까지 유발한다. 임신과 출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역대급 스모그로는 단시간에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런던의 스모그’가 유명하다. 1952년 12월 5일 발생한 스모그는 닷새 동안 런던에 머물면서 4천 명의 목숨을 앗았다. 겨울철 난방과 공장가동에 사용되던 석탄이 주범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배출되어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한 것이다. 노인, 어린이, 허약자 등이 치명상을 입었다. 세계에서 대기 질이 가장 나쁜 인도에서도 매년 1만 명이 스모그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베이징에서 발생한 스모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는 중국발 황사와 겹쳐 한반도의 대기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도 일상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매우 민감해져 있다. 스모그 피해를 상상한다면 지금보다 더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옳을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30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전자담배는 전자 기기로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2003년 중국의 루옌(RUYAN)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초음파나 열로 카트리지에 담긴 액상을 기화시켜 사용자가 액상을 들이마실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전자 담배의 유형에는 액상형과 궐련형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 담배라면 액상을 기화해 피우는 액상형 전자 담배를 말하고, 궐련형 담배도 최근 유행하고 있다. 액상형은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체를 끓여 피우는 것이고, 궐련형은 기존의 담배처럼 담뱃잎을 사용하지만 담뱃잎을 쪄서 혹은 가열해서 피우는 원리이다.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뜨겁다.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발암물질 성분 3가지가 일반 담배보다 최대 4.6배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연학회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가 덜 위험한 담배인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승인받기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인 부티로락톤(Butyrolactone) 등 3가지 성분은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함유량이 최대 460%까지 증가했다는 것.담배회사의 반격도 만만찮다. 필립모리스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함유돼 있다”는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발표의 근거에 대해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나오키 쿠누키타 박사의 주장을 인용,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 중 한국 식약처가 타르로 통칭한 물질의 대부분이 의약품으로 쓰이는 등 인체에 무해한 습윤제 글리세롤이라고 주장했다.어쨌든 전자담배도 엄연히 중독성 강한 니코틴이 들어있는 담배인데다 액상 제조과정에서 어떤 유해성분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연을 하려면 전자 담배가 아니라 금연보조제를 선택하는 게 더 낫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1-29

‘국민의 뜻’

최근 국제사회에서 ‘국민의 뜻’으로 결정한 두 가지 중대한 일이 벌어졌다. 그 하나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에 대한 합의문 서명이다.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지도자와 영국이 ‘영국의 EU 탈퇴’에 공식 서명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지 43년만의 이별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얻는 것보다 탈퇴 후 얻게 될 이득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난민 문제와 EU 통합국가로서 영국민의 회의 등 복합적인 이유로 2016년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국민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의 51.9%가 찬성했고, 반대도 48%나 나왔다. 근소한 표차다. 국민적 갈등도 적잖았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의한 결정인만큼 민주적 원칙에 따라 국민의 뜻은 EU 탈퇴로 종결됐다.또 하나의 일은 지난 24일 대만에서 있은 국민 투표다. 대만을 탈원전 국가로 만들겠다는 차이잉원 정부의 핵폐기 정책이 국민의 선택으로 폐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만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어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가 큰 나라다. 그럼에도 탈원전 정책이 폐기돼야 할 입장에 처한 것은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정한 전력 수급 등이 직접적 원인이라 한다.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태양광같은 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적 시도로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대만은 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정부가 벤치마킹해 온 나라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탈원전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벌써 국민투표로 확인하자는 정치적 공세도 벌인다.국민의 뜻이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 편하고 행복해지는 정치를 뜻한다. 정치인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말하는 국민의 뜻은 왜곡되거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때가 많았다. 국민투표는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한 형태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 투표, 우리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1-28

엇갈리는 선거제 논의

선거제 개혁을 둘러싸고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선거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지역구 의석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선거 방식이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며 ‘독일식 비례대표제’ 또는‘독일식 정당명부제’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당별 총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총 의석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합쳐서 100석이라 가정하자. 정당 투표에서 지지율이 A당 30%, B당 10%로 나타났다면 A당은 30석, B당은 10석을 배분하게 된다. 이 경우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면 이들은 자동으로 당선이 확정되며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 후보 순서에 따라 당선된다. 그리고 만약 B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한 명도 없다면 10명 모두 비례대표 후보 순서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한다.민주당은 그동안 비례성·대표성 강화 개혁에 찬성한다는 큰 원칙만 밝혀 왔는데 지난 23일 이해찬 대표가 “정확하게 말하면 그동안 민주당이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방향을 틀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크게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나눈다. 반면 야3당이 주장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보고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기 때문에 현행 지역구 의석 253석을 기준으로 하면 비례대표 의석이 현행보다 60석 이상 늘어난다. 이에 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마련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면 20석 안팎 의석이 늘어난다. 자유한국당은 입장이 또 다르다. 지역구에서 동반 당선하는 중·대 선거구제를 원한다. 현역 의원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이처럼 여당과 제1야당이 지난 대선때 공약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발을 빼려하니 선거제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군소정당만 애가 탄다. 그러나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정치인 데, 정치공학적 손익계산대로 이익이 분배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