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3파전이 됐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대통령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37%, 윤석열 31%, 안철수 17%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확실한 3자 구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15%는 선거에서 중요한 고비다. 이 선을 넘으면 선거비용을 모두 돌려받는다. ‘한 달 평균 지지율 5%’를 넘으면 법정 토론회에 참가할 자격도 생긴다. 이 기준은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늪에 빠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당내 갈등과 20대의 이탈, 부인 리스크 등이 차례로 윤 후보를 덮치면서 정권교체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유권자가 늘어났다.덕분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이 37%, 윤 31%, 안 17%)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7%포인트)으로 이긴다. (안 45%, 이 38%) 윤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도 2%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윤 42%, 이 40%)1987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지만,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한 탓이다. 김대중 후보 진영에서는 ‘4자 필승론’도 나왔다.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함께 출마해야 김대중 후보가 이긴다는 주장인데, 참혹한 실패(3위)로 끝났다.그 교훈인지 1997년 15대 대선에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성공시켰다. 선거 두 달 전 김대중 후보는 30~35% 박스권이지만 선두였다. 그런데도 과감한 양보로 DJP연합을 만들었다. 총리와 내각의 절반을 JP에게 넘겼다. 내각제 개헌도 약속했다. 선거 40여 일을 앞둔 시점이다.덕분에 김대중 후보는 충청지역에서만 이회창 후보를 무려 43만 표 이겼다. 39만 표 차 대선 승리의 화룡점정이다. 그렇게 시달리던 색깔론을 극복하고, 대구·경북(TK) 지역에서 14대보다 5% 더(13%) 얻은 것도 그 덕분이다.바로 그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가 이인재 후보의 492만 표 가운데 12분의 1만 가져갔어도 승패는 뒤집혔다. 저울추는 작은 무게에 기운다. 캐스팅보트 한 표는 한 표가 아니다.물론 단일화가 박수받을 일만은 아니다. 유권자의 뜻이나 정치적 이상 실현보다 자리 나눠 먹기를 위한 야합이 많다. 그렇지만 유럽에서는 자기 정책을 일부라도 반영하기 위해 치밀한 공동정부 합의서를 만든다. 윤 후보가 ‘분권형 책임장관제’, 안 후보가 ‘권력 축소형 대통령제’를 언급한 것은 공동정부로 갈 수 있는 작은 길을 연 것은 아닌가. 단일화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평균 지지율이 5%를 넘은 후보는 법정 토론 기회가 생긴다. 적어도 선거 막판까지 목소리를 내면서 지지율 상승을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선거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선거비용 상한은 513억 원. 15%를 득표하면 지출 비용 전액을, 10%만 넘어도 절반을 보전받는다. 중간에 포기하면 그동안 쓴 게 모두 빚으로 남는다.단일화 룰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앞선다. 윤 후보 측은 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윤 후보 뒤에는 국민의힘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있다. 이준석 대표처럼 안 후보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 3석짜리 정당 후보에게 양보하는 결론은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단일화에 성공해도 끝이 아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윤 후보 지지자의 78%가 안 후보에게 가지만, 윤 후보로 단일화하면 안 후보 지지자의 49%만 윤 후보로 간다. (한국갤럽) 이탈표 단속이 어려운 과제다.아직 52일이 남았다. 지지율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막판 작은 실수 하나가 판세를 뒤엎을 수도 있다. 18대 대선에서 두 달 전까지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앞섰으나 갑자기 지지율이 급속히 빠지면서 사퇴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단일화해줬다. 19대 대선에서도 안 후보는 선거 한 달 전까지 문재인 후보와 1, 2위를 다퉜지만 3등에 그쳤다. 인위적으로 단일화하지 못해도 국민이 힘을 몰아줄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본사 고문
202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