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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心 특정후보 지지 ‘32.9%’… 그래도 아직은 영향력 있다

박형남기자 · 고세리 기자
등록일 2023-09-26 19:48 게재일 2023-09-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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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브리씨앤알 공동 대구 시민 여론조사<br/>박 前대통령, TK지역 지지세력 여전… 내년 총선 유영하 변호사 공천받으려 힘 쏟을 듯<br/>서울 노원병 출마 1순위 꼽은 이준석 “국회의원 되는 것이 목표”… 대구 출마 여부 관심

이번 추석 민심은 ‘내년 4월 총선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명절을 맞아 전국 각지의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역과 세대를 넘어서는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가기 마련이다. 먹고사는 걱정, 나라 걱정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종착지는 정치권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이런 담론이 모이면 여론이 되고, 이 여론의 흐름은 내년 총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명절 밥상 민심이 정치권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금언(金言)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리는 이유다.

이번 추석 연휴를 통해 대구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소재들이 명절 밥상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의 대구 출마 여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정 후보 지지 여부’, ‘현역의원 물갈이론’,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차출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이다.

◇‘지지하겠다’ 29%, 이준석 어디 출마하나

대구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과거 박근혜 키즈로 불렸으나 당에 쓴소리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대구 출마 여부다. 그는 최근 대구 행보가 부쩍 잦다.

얼마전에는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경산지역 무소속 출마가 거론되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기도 했다. 또 대구 지역 대학에서 MZ세대와 소통하는가 하면 대구 정치권을 향해서는 “다이내믹보다 동네 반장 선거 같이 가는 분위기가 크다”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서울 노원병’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대구지역에 출마하기 위해 포석을 두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대구대 경산캠프 강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원병에서 계속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서도 “이런 의도 자체를 방해하거나 아니면 또 이런 의도를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그들의 나쁜 의도에 따라 움직여줄 생각은 없다. (그럴 경우)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 계획은 노원병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며 대구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면서 당내에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와 공천장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류가 이렇다 보니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전 대표가 “대구 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며 대구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 전 대표가 대구 북을, 대구 수성을 등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대구 북을의 경우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현역인 홍의락 의원이 컷오프에 포함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양명모 후보를 압도적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된 지역이다. 더구나 이 전 대표의 고향인 칠곡 출신 인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구 수성을의 경우 홍준표 시장이 지난 총선 당시 양산에서 공천이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에 앞서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이 외에도 대구 지역에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A의원 지역에 출마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지가 이 전 대표의 대구 출마를 가정해 지지 여부를 물은 결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29%에 달했고,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은 23.7%로 집계됐다. 특히 20대에서는 이 전 대표의 대구 출마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8∼29세에서 41.2%가 ‘지지하겠다’고 응답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의 35.6%보다 5.6%포인트 앞섰다.

반대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 역시 47.4%에 달했다.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에서는 모두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지지하겠다’는 응답보다 최소 16.3%포인트에서 최고 30%포인트까지 높게 나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전 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지역 중 하나인 대구 북을, 즉 대구 북부권에선 지지세가 만만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3.8%였고, ‘잘 모르겠다’는 18.2%였다.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8%로 나타나 출마 시 한판 승부를 달굴 전망이다. 대구 수성을이 포함된 대구 동부권에서는 ‘지지하겠다’와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각각 29.6%, 47.1%를 기록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3%였다. 이 전 대표의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마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지지하겠다’는 응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긴 했으나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 역시 20% 이상이라는 점은 예의주시할 만하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대구에 내려 올 경우 TK정치권의 지형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임을 예측케 해준다. “29%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20·21대 총선에서 당초 과반 승리가 유력했음에도 공천 탓에 참패한 전적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 ‘용산 차출설’, ‘낙하산 공천’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 지역에서 공천 잡음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반발 표심을 이 전 대표가 흡수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특히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 전 대표의 29% 지지율은 대구 정치권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정후보를 지지할 경우 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의 48.6%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34.3%만 ‘이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답변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가 과거 대구·경북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다는 소신을 밝혔다가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반감을 산 일 등이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영향력 놓고 갑론을박…朴 보수통합 방점 찍나

대구 정치권의 또 다른 관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지 여부다.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 세력이 남아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향수만으로도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롯해 유영하 변호사, 3선 국회의원 이력의 김재원 전 정무수석 등이 TK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 출마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그 결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2.9%,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3.9%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소지도 있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3.2%였다. 부정적 견해가 다소 높은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영향력이 있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한 이후 뚜렷한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공개행보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가장 골치 아픈 곳은 국민의힘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13일 대구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대표에게 “여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 달라”며 “여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여당 대표”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함께 가야 이긴다는 뜻도 담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정계에 진출시키기 위해 그동안 나름대로 활발히 움직였다. 지난해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 시에는 지지영상을 내보내기도 했고, 홍준표 국회의원의 시장 당선으로 보궐선거가 실시될 때에도 중앙당에 유 변호사의 공천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행보로 보아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유 변호사의 공천을 성사시기 위해 진력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으로서도 박 전 대통령을 외면할 수는 없는 처지다. 큰 틀에선 보수 통합이지만 박 전 대통령을 안지 못하면 대구 경북 선거가 힘겨워 지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께서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는 정치적인 활동은 안 하실 것”이라며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또 나아가 친박 신당 창당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치에 대해 대통령이 갖고 계신 여러 생각이 있었고, 그런 생각에서 친박은 없다고 누차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실 기회가 곧 있을 것이라 본다. 이달이 가기 전에도 있을 수 있고, 늦으면 10월 초·중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만족하는 선에서 정치적으로 협의가 되면 국민의힘을 적극 지원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윤 대통령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했고, 박 전 대통령도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져 회동이 성사되면 그 자리에서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통합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 변호사를 대구 지역에 공천을 주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비례대표를 줘 ‘빅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개요

이번에 진행된 대구시 여론조사는 경북매일신문 의뢰로 9월 20∼21일(2일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에브리씨앤알에서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3만명(SKT:1만5천명, KT:9천명, LGU+:6천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율은 6.1%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남·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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