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탄핵불복론
위험한 탄핵불복론
  • 김진호 기자
  • 등록일 2021.04.22 19:36
  • 게재일 2021.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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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이 4·7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열흘 남짓 지난 시점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앞장서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비상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생활하는 데에 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고, 당권주자로 나선 홍문표 의원 역시 라디오에 출연, “국민화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사면쪽에 손 한번 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초청해 열린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도 박 시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고, 오 시장 역시 브리핑에서 자신 역시 사면 건의를 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야권이 4·7보궐선거 참패 뒤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 모처럼 하고 싶었던 얘기를 끄집어낸 모양새다. 그러나 이같은 대통령 사면론은 자칫 야권 일각의 탄핵불복론에 이어 과거회귀라는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재보궐 선거 전인 지난해 말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에“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며 국정농단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당내 일각의 반발이 있었지만 야권이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변화의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로 상당수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보선이 끝나자마자 터져나온 사면론은 수구퇴행으로 읽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원조친박으로 곱히는 국민의힘 중진인 서병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탄핵불복론을 내세워 사면을 요구했다. 무소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지난 17일 SNS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부분 통치행위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을 이용하여 여론몰이로 구속하고 나아가 또다시 검찰을 이용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거도 없이 구속했다”며 사면을 요구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통합이나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다. 문제는 사면론의 근거로 들고 나온 탄핵불복론은 아주 모양새 나쁜 악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주장이며, 국민들의 정서에도 맞지않다. 자칫 국민의힘이 보선 승리에 취해 수구퇴행으로 회귀하는 걸로 읽힐 수 있다. 또한 모처럼 야권 지지로 돌아선 중도층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배신행위다. 야권이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하는 민심의 바다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벌써 잊은건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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