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의 ‘씨앗 비’
곡우의 ‘씨앗 비’
  • 등록일 2021.04.19 18:48
  • 게재일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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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구 <br>포항 중앙고 교사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오늘이 곡우이다.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이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는 음력 3월, 양력 4월 20일경이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즉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곡식을 깨우는 비’로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곡우의 곡은 ‘기르다. 양육하다’ 뜻이다. 곡우는 ‘씨앗 비’라는 말과 함께 ‘곡식을 살리는 비’‘곡식을 기르는 비’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 치 밖에 있는 봄 구경을 제발 좀 하여라/ 단 하루만이라도 봄빛으로 눈 떠 보아라./ 하늘빛이 시리도록 맑고 흰 눈동자를/ 펑, 펑, 펑 꽃 터지듯 떠보아라.”

강우식 시인의 ‘봄 기도’를 보면 청각적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펑, 펑, 펑 소리가 난다. 탁!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다. 어느새 차가운 공기 대신 따스한 훈기가 코끝에 닿는 계절이 돌아왔다. 봄이다.

봄이 오면 비슬산 천왕봉에서 대견사 방향으로 걸어가면 멋진 참꽃에 발목 잡혀 참꽃군락지 곳곳을 누비며 참꽃 물결의 비슬산에 정신줄을 놓는다.

곡우의 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고 붉게 피어난 비슬산의 참꽃이 봄의 색으로 채워가고 있다. 대견사 뒤편엔 비슬산 참꽃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참꽃 군락지 중간 중간으로 이어진 전망대와 데크길 때문에 아름다운 참꽃의 향연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견사 3층 석탑에서 대견봉까지 참꽃으로 이어진 꽃길은 상춘객으로 어우러지고 참꽃과 하나 되니 더욱 아름답다. 또한 자연 암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대견사지 삼층석탑의 모습이 벼랑 끝 간절한 바람의 기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 끝에서 무언가를 빌어보는 듯하다. 누구의 건강과 안녕과 소원을 빌며 봄을 맞는다. 필자도 건강한 봄을 위해 빌어본다.

곡우 때가 되면 조기의 살이 두툼하게 오르는 시기라고 한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 지인이 있다면 조기를 선물하여 마음을 전한다. 또한 곡우 전후에 채취한 녹차 역시 최상품으로 여긴다. 그리고 곡우 물은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먹는다. 병이 있는 사람이 병을 고치기 위해 그 물을 마신다. 봄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따뜻한 봄은 밝고 희망찬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만큼 나뭇가지의 눈에서 파아란 새싹이 돋아나고 우리의 하루하루도 활기차고 의미 있는 날로 채워진다.

2021년 봄은 새싹의 꽃망울이 펑, 펑, 펑 터지는 소리가 더욱 희망차게 들리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얼굴에 그리워진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곡우의 봄비처럼 새로운 ‘씨앗 비’가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도 해 본다.

곡우의 ‘씨앗 비’가 희망으로 지금까지의 고난과 역경, 어려움을 잘 극복 해왔던 것처럼 이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고 우리에게 더 아름다운 미래가 있음을 확신한다. 가슴에 조각난 덩어리 모두 씻어버리고 펑, 펑, 펑 꽃 터지듯 새 생명을 꽃피우는 봄과 봄비를 맞는 봄 기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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