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br>수필가
박창원
수필가

지난달 4일, 갑작스레 사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19년 7월 25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제43대 검찰총장에 취임한 후 사퇴하기까지 1년 8개월, 역대 검찰총장 중 이 사람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총장직을 수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임명됐음에도 임명의 이유이기도 했던 바로 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때문에 문재인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재임 기간 내내 권력 핵심과 대립했고, 종종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러다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따른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에 반발하여 ‘검수완박’이라는 신조어를 남기며 검찰을 떠났다. 떠나는 순간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었고, 지금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선지 이곳저곳에서 내가 국어 선생을 했으니까 묻는다면서 윤석열은 [윤성녈]로 읽어야 하는지, [윤서결]로 읽어야 하는지 답해 보란다. 나는 바로 [윤서결]로 발음하는 게 맞다 한다. 왜 이런 논란이 생겼을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은 대게 [윤성녈]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방송에서 자꾸 [윤서결] 하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한자명은 尹錫悅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을 [윤서결]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말은 연음 법칙이 적용되어, 모음으로 시작되는 음절은 앞 음절의 끝소리(받침)를 이어서 소리내기 때문이다. 즉 모음으로 시작되는 ‘열’은 앞 음절 ‘석’의 끝소리 ‘ㄱ’을 이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결] 발음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서울말에 익숙한 사람들은 [윤서결]로 발음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경상도 방언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발음이 어색하여 곧잘 [윤성녈]로 발음한다. 경상도 방언권의 사람들은 ㅑ, ㅕ, ㅛ, ㅠ 같은 이중모음으로 시작되는 음절의 앞 음절에 끝소리가 있을 경우 이어서 소리를 내기보다는 이 이중모음 앞에 ‘ㄴ’을 첨가시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단열[다녈]을 [단녈]로, 금요일(그묘일)을 [금뇨일]로, 산유국[사뉴국]를 [산뉴국]으로 발음하게 된다. ‘석열’도 예외가 아니어서 ‘열’에 ‘ㄴ’을 첨가시켜 ‘녈’로 읽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석렬(石烈)’이라는 이가 있다. 이 경우에는 뒤 음절의 원음이 ‘렬’이어서 [성녈]로 읽는 게 맞다. ‘석렬’이 [성녈]로 되는 것은 ‘석’의 끝소리 ‘ㄱ’과 ‘렬’의 첫소리 ‘ㄹ’이 만나면서 자음동화현상을 일으켜 ‘ㄱ’은 ‘ㅇ’이 되고, ‘ㄹ’은 ‘ㄴ’이 된다. ‘매울 렬(烈)’ 자를 쓰는 병렬, 억렬, 삼렬 같은 이름들은 이런 현상을 거쳐 [병녈], [엉녈], [삼녈]로 발음되는 것이다.

사퇴 후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선두 그룹에 올라 선 윤석열. 그가 정치권에 진입하여 큰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그룹도 있고, 한사코 그의 등장을 막아 보려는 그룹도 있다. 정치활동 찬성편이든 반대편이든 그는 현재, ‘[윤서결]이냐 [윤성녈]이냐’ 하는 논란만큼이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