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경쟁이 본격화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구·경북(TK) 정치권 ‘2선 후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4·7 재보궐선거 직후 “우리당이 영남 지역당의 모습, 기득권 정당의 모습, 꼰대당의 모습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계속 쳐다봐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퇴임 기자회견에서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모두 당내 핵심 기반인 TK를 겨냥한 말이다. 당내 일부 세력이 ‘당의 기반’을 ‘외연확대의 장애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지역·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악의 모양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PK(부산·경남)당, TK당 하는 것은 지금은 실체가 없다. 스스로를 한계 짓는 그런 용어들은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경계했다. 당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이 영남지역당, 꼰대당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당의 외연확대와 대구·경북 2선 후퇴를 연결시키는 논리에 대해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의원은 초선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긴 했지만 당 자체의 힘으로 승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심을 잘못 읽고 오만에 빠졌다가는 과거처럼 순식간에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지금 가장 피해야 할 부분도 내부분열과 반목이다. 문을 활짝 열고 모두를 포용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특정지역을 배제시키는 행위는 자해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위해 할 일은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라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