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가상 사이, 딥페이크의 덫
사실과 가상 사이, 딥페이크의 덫
  • 등록일 2021.03.08 19:50
  • 게재일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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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까워진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사진 속 눈, 코, 입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게 아닌가. 늘 멈추어 있던 유관순 열사의 눈이 두어 번 깜빡이더니 순간 맑은 빛이 어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오며 옅게 웃는 듯한 모습이 실제 눈앞에 마주한 듯 생생했다.

윤봉길 의사의 얼굴은 더욱 생동감 있어 보였다. 광대뼈가 움직이며 고개가 돌아가기도 하고, 눈동자가 위아래로 흐르기도, 닫히는 입술은 곧은 결의를 보여주는 듯했다.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움직이는 독립 열사의 영상은 모두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 사용된 결과물이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일컫는다. 여러 인물의 얼굴을 합성하여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특정 인물의 얼굴을 원하는 영상에 합성하기도 한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한 현상이다.

딥페이크 기술은 빠르게 인간 생활 가까이에 스며들고 있다. 이미 SNS상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란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된 가상의 디지털 인물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릴 미켈라(Lil Miquela), 일본의 이마(Imma)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엔 LG전자에서도 가상인물인 레아 김(Reah Keem)을 선보였다. 레아 김은 서울에 거주하는 23살의 여성으로 음악 작업을 하는 인플루언서다. 레아 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제 MZ세대가 흔히 쓰는 언어 사용과 패션을 선보이고, 이태원이나 대림미술관을 방문한 사진을 남긴다. 이들은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여 의상과 소품의 유행을 선도하며, 얼굴 특징, 피부색, 신체 타입, 헤어스타일 등에서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모습으로 인간들 앞에 서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은 나날이 놀랍게도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인물 합성은 물론 표정이나 이목구비의 움직임, 목소리까지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 최근엔 기존 포르노 영상에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포르노’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BBC는 2019년 기준 딥페이크 비디오 중 96%는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얼굴 합성 피해자는 미국과 영국의 여배우, 그 다음으로는 25%의 수치로 K-POP 여자 가수가 해당된다. 더욱 심각한 건 인터넷상에서 쉽게 인물의 이미지 데이터를 구할 수 있기에, 일반인에게도 피해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딥페이크 기술은 꽤나 정교하다. 일반인이 맨눈으로 딥페이크 기술이 적용된 가짜 인물을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누구나 쉽게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데, 최근엔 스마트폰으로도 딥페이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 문제는 늘 대두되어 왔다. 그럼에도 인간이 가져야 하는 윤리의식이나 교육, 구체적인 법적 제도의 준비 없이 시간이 흘렀다. 다행인 건 올해 6월부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개정으로 포르노 딥페이크 영상 제작과 유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제도가 실시된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인공지능은 나날이 인간과 비슷해지고, 어쩌면 머지않은 날에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완벽히 베낄 것이다. 앞서 말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버추얼(virtual)은 ‘가상의’ ‘현실적인’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 상반되는 의미를 지녔다. 사실과 가상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진짜와 가짜의 판가름이 더욱 중요해지는 지금 시기에,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공생하며 살아갈까. 인간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딥페이크가 던지는 여러가지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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