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 스님불교중앙박물관 관장용인대 객원교수
탄탄 스님
불교중앙박물관 관장용인대 객원교수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근접한 동남아조차 여행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여행이란 호기심을 충족하고, 여행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간혹 여행국의 음식을 이해하는 것도 인문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항저우를 가면 당송 팔대가이며 북송의 대문장가인 소식(1037~1101)의 호(號)를 붙인 ‘동파육(東坡肉)’이라는 이름난 요리가 있다. 소동파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하여 황저우의 단련부사로 좌천되었을 때 그가 개발하여 유명해진 음식이다.

손수 음식을 해 먹으며 궁핍하게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오랜 친구 마정경이 찾아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에 정신이 팔려 그를 대접하려 불 위에 올려놓은 돼지고기를 깜빡 잊고 있었다. 나중에 졸아 버린 돼지고기가 오히려 더 맛있게 변해 일품요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동파는 돼지고기를 예찬하는 ‘식저육(食猪肉)’이라는 시를 남긴다. 서호의 둑이 무너져 범람할 위험에 처하자 조정에 상소하여 서호를 재정비 하였는데, 이때 항저우의 백성들이 감사의 표시로 돼지고기를 바쳤다. 동파는 자신이 개발한 방식으로 정성껏 요리하여 백성들과 나누어 먹으니 모두들 그 맛에 탄복하였으며, 이후 그의 호인 ‘동파’를 붙인 ‘동파육’이라는 항저우의 유명한 향토음식이 탄생하게 되었다. 바로 항저우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돼지고기를 오래도록 졸여 즐긴 요리가 ‘동파육’의 원형이다.

식저육이란 시 후반부에 요리법까지 일러준 것을 보면 동파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난 듯하다. 어찌 되었거나 가진 자들이 즐기지 않고 가난한 이들은 요리를 할 줄 몰랐던 값싸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그의 애민 정신이 돋보인다.

우리 나라에서도 돼지고기 요리에 인명을 붙인 ‘성계육(成桂肉)’이 있다. 이는 개성의 무당들에 의하여 전국 각지에 전파된 것이다. 당제(堂祭)에 올린 돼지고기를 음복할 때 칼로 마구잡이 난도질하고, 혹은 머리를 내치기도 하며, 배를 가르고 살점을 뭉텅뭉텅 썰어 고기를 마구 씹어 먹는다.

이 험한 표정은 이성계에 대한 복수를 하는 듯하다. 이는 최영 장군을 신으로 모시는 무당들이 장군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성계육’을 씹는 것이다. 민중은 원한을 삭이며 오래도록 성계육을 씹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동파육’과 ‘성계육’은 감사와 복수의 뜻을 담고 있으며 그 의미는 다르지만, 돼지 고기요리에 인명을 붙인 스토리를 품은 텔링의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