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개나리
시드니의 개나리
  • 등록일 2021.03.02 20:06
  • 게재일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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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br>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고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19도 시간을 멈추지 못한 채 세월을 지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춘 3월을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개나리가 샛노란 잎을 틔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개나리는 봄의 전령뿐 아니라 샛노란 꽃으로 무장해 오고가는 길손의 눈길을 사로잡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에 더욱 아련하다.

개나리를 보면서 문득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민을 가 호주 시드니에서 성공한 교민이 있었다. 그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누렸지만, 항상 향수병에 시달리는 등 마음속 깊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이듬해 봄이 됐고 그는 개나리가 만개하기를 기다렸다. 깨끗한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개나리의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보다 더욱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첫 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됐다. 한국처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가 아예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뿌리가 일정한 저온기간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전문용어로 ‘춘화현상(Vernalization)’이라 하며 튤립과 백합, 라일락,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봄철 한때 지나가는 자그마한 식물도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춥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거친다.

개나리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판과 정치판을 들여다 봤다.

지금 지역의 화두는 어떤가. 사라져 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군위의성에 유치했지만, 첫삽도 뜨기 전에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굴러들어온 돌에 튕겨나갈 위기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초법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결과다. 이는 권력욕에 눈이 먼 정치권이 법과 이성을 깡그리 무시한 채 힘의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정상적으로 거치면서 성장해 온 이성과 합리성을 갖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야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다.

올바른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휴지통에 들어간 좌파사상으로 무장된 세력들이 진보라는 미명 아래 대거 정관계에 진입하면서 선무당이 생사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철저한 사상무장으로 각종 분야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로 자신들의 논리가 최고의 선인양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면서 국책사업마저 뒤집고 있다. 이런 판을 깔아준 국민도 문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는 정치인은 자신의 당리당략보다 먼저 국익을 생각해야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이들 정치인을 ‘춘화현상’을 거치지 않은 시드니의 개나리로 보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시드니의 개나리도 일정기간 냉장고에서 저온기간을 거친 뒤 심으면 꽃이 핀다고 한다. 작금의 정치인을 냉장고 넣어 저온숙성을 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있다. 이로움(利)이 보이면 의로움(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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