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그리고, 쓰레기 치우고, 거리 청소하고…사랑하게 되면 봉사는 자연스런 실천이 됩니다
벽화 그리고, 쓰레기 치우고, 거리 청소하고…사랑하게 되면 봉사는 자연스런 실천이 됩니다
  • 홍성식기자
  • 등록일 2021.02.24 20:27
  • 게재일 2021.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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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가 만난 경북 사람
포항 꿈틀로 봉사단체 ‘트리플A’ 송영화 회장

누가 아름다운 사람인가?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면 답변은 너무나도 다양할 터. 하지만 가장 간명한 대답은 “자신의 자리에서 아이덴티티(Identity)를 지키며 사는 사람”이 아닐까?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에서 미국 미사일 기지를 지키는 해병 대령 제셉(잭 니콜슨 분)은 자신이 감옥에 갈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위국과 위민, 명예를 너희들은 농담할 때나 사용하지? 그러나 우린 달라. 그 단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살아왔지.”

다소 파시스트적인 성향을 보이는 군인 제셉 대령의 위 대사에 관한 사람들의 평가는 호오(好惡)가 갈리지만 그가 ‘자신의 자리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스물 셋에 교사 발령으로 포항과 인연
27년간 교직생활 후 만 50세에 명퇴
2년 전 꿈틀로 상가번영회 회장 맡으며
꿈틀로 정비 힘쓰다 작년 봉사조직 결성
“지역에 숨어 있는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주민들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 만들고파”

초등학교 교사로 27년, 이후엔 봉사활동을 전개하며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을 연결시키는데 힘쓰며 살아온 트리플A 송영화 회장 역시 ‘자신의 자리를 책임감 있게 지켜온 사람’ 중 한 명이다.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맑은 피부와 소녀 같은 미소는 송 회장을 마냥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게 하지만, 천만에다. 그녀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것에 있어서는 타협을 불허한다.

교사 명예퇴직 후 짧지 않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결정한 꿈틀로 상가번영회장 자리와 봉사단체 트리플A 회장으로서의 송영화는 누구보다 추진력 빼어나고 매사에 철두철미한 ‘단단한 사람’이다.

‘트리플A’는 Anthro(인간의 따스한 이야기가 숨쉬는), Angel(사회적 가치의 귀함을 아는), And(문화예술의 꿈이 살아 있는) 꿈틀로를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3개의 A 속에는 이런 의미가 함축돼 담겼다.

나눔과 봉사, 문화와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트리플A 송영화 회장을 성큼 다가온 봄이 따스한 햇살을 세상에 선물하던 지난주 수요일 만났다.

그리고 그날. 아래와 같은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들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1963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다. 이모가 계시던 포항에 온 건 스물세 살 때 교사로 발령 받고나서다. 20대 초반에 와서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살았으니 이젠 여기가 고향 같다. 27년을 교직에 있었고 만 오십 살에 명예퇴직 했다. 이후엔 뭘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남편은 약사다. 현재 꿈틀로 인근 두꺼비약국에서 일한다.

-트리플A 결성 시기와 결성 계기는.

△2019년 꿈틀로 상가번영회 회원들이 내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청했다. 내가 거리를 오가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남편 또한 여기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사실 그때까진 상가번영회 일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포항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로 활기찼던 꿈틀로 일대를 기억하고 있고, 지금도 그 시절처럼 이 공간을 에너지 넘치게 바꾸고 싶다는 꿈은 있었다. 꿈틀로 주민들과 입주 예술가들, 상인들을 하나로 묶어내자는 희망으로 번영회장을 맡았다. 그 꿈과 희망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것이 트리플A다.
 

포항 꿈틀로 주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트리플A 회원들.
포항 꿈틀로 주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트리플A 회원들.

-트리플A는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

△지난해 여름 결성됐다. 활동한지 8개월쯤이다. 처음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다. 일단 주민들에게 우리 단체가 가진 마음가짐을 알리고 싶었다. ‘서로 존중하고 평등을 지향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자’는 트리플A의 정신을 보여주고자 했다. 동네 벽에 예쁜 벽화를 그리고, 쓰레기를 치우고, 거리를 청소했다. 트리플A 유니폼을 입고.

봉사는 어려운 게 아니란 걸 실천을 통해 드러냈다. 포항문화재단과 함께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했다. 포스코와 포항시청, 우리가 힘을 합쳐 꿈틀로 정비도 이어갔다. 노출된 전선을 지하로 옮기고, 버려진 간판 등을 정비했다. 그러자 우리의 진심을 알아준 건물주들도 적극 협조하기 시작했다. 동네에 위치한 조그만 공간에서 소규모 노래 공연도 펼쳤다.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이 자세하게 보인다. 이처럼 꿈틀로를 향한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단체가 트리플A다.

-트리플A 구성원은 얼마나 되며,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회원 대부분이 다른 일을 가지고 있다. 꿈틀로 주민, 화가·공예가 등 꿈틀로 입주 작가, 교사 등 직업의 프리즘은 다양하다. 전업주부도 있다. 현재 회원은 32명이다. 우리 지역만이 아닌 트리플A의 정신과 지향에 동의하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가입의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부터 아이들에게 배려, 평등, 존중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해왔다. 모든 것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라고도 가르쳤다.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 그걸 실천하지 않으면 되겠는가?(웃음) 앞으로의 내 삶도 앞서 말한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지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트리플A의 활동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발대식 직후 ‘참참참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서로에게 반가움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캠페인이었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동네 장터를 열어 사람들에게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무성영화 상영회를 통해서는 포항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 혹시 아는가? 포항엔 반갑게 맞아야 할 이웃이 적지 않다. 바로 새터민(북한 이탈 주민)들이다. 그들도 트리플A의 뜻에 공감해 기꺼이 도움을 줬다. 무대에 선 새터민 가수의 노래는 많은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간 활동하며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

△포항 토박이라면 누구나 아는 아카데미극장이 있다. 예전엔 유명한 극장이었다. 거기서 오랫동안 간판 그림을 그려온 분이 우리가 활동하는 걸 보고는 자기도 적극 나서 주민들 초상화를 그려 선물했다. 화판 앞에서 행복해하던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리어카에 낡은 음반과 인문학 관련 책을 싣고 와 판매하던 분도 “이런 동네 장터가 생겨 너무 기쁘다”는 뜻을 전해왔다. 포항엔 숨어있는 문화예술인이 적지 않다. 트리플A는 봉사활동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을 이어주는 역할까지 하고자 한다.

꿈틀로를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건 많은 주민들의 소망이다. 이를 위해 트리플A 회원들은 지금도 포항시, 포항문화재단과 진지한 회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런 소통을 가짐으로써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 문화예술의 향기로 가득해지지 않겠는가.
 

꿈틀로를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건 많은 주민들의 소망이다. 문화예술인들과 효율적으로 연계해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곳이 ‘누구나 오고 싶은 거리’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깨끗한 환경 만들기에도 더욱 힘쓰겠다. 꿈틀로에서 동빈로까지 이어지는 ‘포항 문화예술의 거리’조성이 장기적 목표다.

-교직생활을 오래 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해 말한 것은.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 그러니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라”고 말해왔다.

-자녀들에겐 어떤 삶을 살라고 조언하는지.

△“네 주변 사람들을 존중해라. 그렇게 함으로써 너도 존중 받아라”고 늘 강조한다.

-트리플A의 향후 계획과 비전은.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 문화예술인들과 효율적으로 연계해 꿈틀로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곳이 ‘누구나 오고 싶은 거리’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깨끗한 환경 만들기에도 더욱 힘쓰겠다. 21세기 포항은 문화와 예술, 관광을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꿈틀로에서 동빈로까지 이어지는 ‘포항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이 트리플A의 장기적 목표다.

-‘인간 송영화’는 어떤 사람을 지향하는가.

△70~80대가 됐을 때 받는 것보다는 주는 걸 더 좋아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눔의 가치를 아는 사람 말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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