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순 영

누가 또 나를 열고 들어온다

무거워진 나를

새벽부터 개밥바라기별 뜰 때까지

피곤에 젖은 나를 열고 들어와

다시 문을 열고 있다

문밖에 쌓여가는 어둠만큼

내 안에도 길어지고 깊어지는

어둠을 밟고 다닌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나도

열어 들어갈 문이 있을까

그 안에 한 사나흘 누운 채

푸르게 일어서는 비를 바라볼 수 있을까

문밖으로 가을 편지를 써서 날려 보낼 수 있을까

길어 올리지 못한 말의 타래 들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끝없이 문을 열고 나가 새로워지려는 시인의 열망을 본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세상에 부대끼며 상처 입은 자아를 치유하려는 시인은 문이라는 매체를 설정하고 그것을 열고 나감으로 진정한 자유와 해방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을 역설하고 있다. 문은 닫힘과 열림이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지만, 시인은 그 문을 열고 나가 여러 굴레에 묶이고 갇혀 있는 자아를 초월하려는 간절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