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이익 대변하는 국민의 노조 만들고파”
“국민의 이익 대변하는 국민의 노조 만들고파”
  • 홍성식기자
  • 등록일 2021.01.20 20:04
  • 게재일 2021.0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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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가 만난 경북 사람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최병욱 위원장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위원장 최병욱(49)씨의 고향 사랑은 유별나다. 그의 ‘카운터 파트너’라 할 전·현직 장관들은 한 명 빠짐없이 포항 호미곶의 일출을 찍은 사진을 취임 선물로 받았다. 최병욱 위원장의 고향은 포항이다.

최 위원장은 직장이 있는 세종시에서 계속 살지는 않을 생각이다. 항상 일에 쫓기면서도 거의 매주 빼놓지 않고 포항행 KTX 열차에 오른다. 부모님과 자식 셋이 생활하는 고향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 아픈 문제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고 한다.

만 19세에 군대에 갔고, 만 21세에 공무원이 됐다. 그로부터 28년 세월. 8년 전부터는 공무원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사이버대학에서 법학 공부도 시작했다. 지금도 틈틈이 노동법 관련 책들을 읽는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20대 초반 특채로 건교부서 첫 출발
부산국토관리청 등 거쳐 국토부 입성 후
불합리한 제도 개선 위해 노조활동 시작
늦깎이로 법 공부하며 정책 현장 지켜와

국토교통부 김현미 전 장관에게 포항 호미곶 일출 사진을 선물하는 최병욱 위원장.
국토교통부 김현미 전 장관에게 포항 호미곶 일출 사진을 선물하는 최병욱 위원장.

그는 공무원노조 조직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의 노동조합으로 역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밥통을 끼고 앉아 무슨 노조냐”라고 힐난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부동산 관련 업무는 국토부가 하는 일의 10%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탓에 장관 이하 모든 직원이 지탄의 대상이 된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가 낼 수 있는 시간은 짧았고, 기자가 듣고 싶은 말은 많았다. 이런 불협화음을 넘어설 수 있었던 건 최병욱 위원장의 간명하면서도 명확한 어법 때문이었다.

아래는 지난주 본사 편집국을 찾은 최 위원장과 1시간가량 흉금을 터놓고 나눈 이야기의 핵심을 정리한 것이다.

-유년을 보낸 포항에서의 기억은.

△아버지가 공무원이었다. 평범한 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고등학교 가면서는 말썽도 부리고 가출도 하고 그랬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웃음) 3남매 중 장남인데, 다행히 동생들은 모범생이라 아버지를 기쁘게 해줬고.

 

-공무원이 된 시기와 그 직업을 택한 이유는.

△고교 졸업 후 바로 입대했다. 제대 후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무원을 특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응시해 합격했다. 만 21세 때다.

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포항국토관리사무소다. 포항, 울진 등에서 근무하다 국토교통부로 간 건 2014년이다.

-공무원 노동조합 운동을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2011~2012년경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하던 중 화물차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 그즈음 화물차량에 불법이 있을 경우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을 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런데, 화물차 운전사들이 억울한 경우를 많이 겪는 것 같았다. 직업의 특성상 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벌금고지서를 전달받지 못하기도 하고…. 그들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하위직 공무원의 입장에선 한계가 너무 분명했다. 내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때 알게 됐다. 현장 공무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부처의 장관과 정책을 설계하는 실·국장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걸. 이것이 내가 공무원노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공무원 노동조합 간부로서의 활동에 나선 최 위원장.
공무원 노동조합 간부로서의 활동에 나선 최 위원장.

-공무원노조가 사기업노조와 다른 점은.

△사회공공성 강화를 특징으로 한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정책의 현장 집행자는 공무원이다.

그 정책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걸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공공성을 띤다는 게 사기업 노조와 다른 점이다.

-2021년 현재 공무원노조의 현황과 당면 과제는.

△대표적인 공무원노조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조합원 18만 명), 전국공무원노동조합(조합원 10만~11만 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조합원 5만~6만 명)이다. 작은 단체는 100개가 넘는다. 노조 가입률은 대략 70~80%다.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즈음에 공무원노조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이후 10년 넘게 개정이 안됐다. 시작부터 노동3권 중 핵심인 단체행동권이 없었다. 단결권도 6급 이하 공무원으로 제한했다. 회계, 감사, 인사 담당자들은 6급 이하도 단결권이 없었다. 지난해 마지막 정기국회 때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부처의 장차관을 제외하곤 누구나 노조 가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공무원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의 가입이 불가능해 실제 노조원은 5급 이하가 대부분이다.

 

나는 노동운동 조직의 대리인이다. 노조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앞장서 투쟁하는 역할이 내 몫이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이 현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부 정책도 현실에서 제대로 펼쳐질 수 없음을 알기에 더 노력할 각오다.

-가까이서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장관 2명을 지켜봤는데.

△김현미 장관은…. 국토부의 전체 업무를 놓고 보자면 부동산 관련 업무는 1할 정도다. 그런데, 그걸 잘못했다고 나머지 잘한 사업들도 싸잡아 욕을 먹고 있는 상황에 가끔은 자괴감이 든다. 국토부는 부동산 업무 외에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항공, 철도, 도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홍수 등의 재해 대비도 국토부의 몫이다. 물론 부동산 문제는 사람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이니 국민들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업무에서 우리가 흘린 땀까지 무시당하는 듯해 조금 아쉽다. 변창흠 장관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확하게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나본 느낌을 말한다면 노조와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가진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장관에게 현장의 상황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며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홍남기(현 경제부총리)씨가 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 2차관에 내정됐다. 교통 관련 정책의 책임자가 앉는 자리인데, 노조가 보기엔 전문성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정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련해서 언론 인터뷰도 진행하며 반대했다. 다행히 홍 부총리가 당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가 됐으니.(웃음) 권도엽 장관도 잊을 수 없다. 내부 승진으로 장관이 된 경우인데 노조와 소통이 잘 됐다. 지금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국토부 노동조합의 최우선 과제는.

△노동운동의 꽃은 단체교섭이다. 단체교섭이 없다면 노동자들이 연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국토부 노조는 지난 10년간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김현미 전임 장관의 재임 시절에서야 막혔던 교섭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습다. 이제 어느덧 교섭 체결이라는 고지가 눈 앞에 다가왔다. 
국토부 노조가 지향하는 노동운동은 투쟁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노사가 상생 발전하는 방향을 제안하고, 그 결실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을 추구한다. 우리 조합원들은 실제 일선 현장에 근무하기에 국민의 목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고품질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고 있다.

-어떤 공무원, 어떤 공무원노조 간부로 기억되고 싶나.

△공무원노조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익집단이라는 선입견을 씻어내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의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진화하는 과정에 힘을 쏟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노동운동 조직의 대리인이다. 노조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앞장서 투쟁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공무원 노동자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도 염두에 두고 노동운동을 전개하려고 힘쓰고 있다. 내가 국토부 노조위원장을 맡은 이후 처음, 아니 10년 만에 단체교섭 체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공무원 노동운동가로서 국민에게 우리 노조가 지탄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국토교통 공공기관 노동조합 연대회의가 그것이다. 연대회의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건설, 부동산을 비롯해 도로, 철도, 항공 등을 아우르는 공공기관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노조가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균형과 견제 기능을 잘 발휘해 사회 구성원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운동의 공공성 확보에 힘쓰겠다. 이런 변화의 물결이 내 고향 포항까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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