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민주주의를 훔쳐 간 트럼프
미국 의회 민주주의를 훔쳐 간 트럼프
  • 등록일 2021.01.13 19:43
  • 게재일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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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워싱턴의 미국 의회당을 폭도들이 점령했다.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극우 보수 세력이 점령한 의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시위자들은 경찰의 저지를 무시하고 높은 담벼락을 넘어 의사당 회의실을 점령해 버렸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의자에는 미국 총기 소지자협회장이 걸터 앉았다.

현장에서 4명이 사망했다. 한국 국회는 여야 몸싸움의 ‘동물 국회’로 비판받았는데 미국 의회는 완전 ‘탈법 국회’가 되어 버렸다. 미국 의회 민주주의가 점령당한 모습에 세계인들은 모두가 놀라고 있다. 어쩌다 미국의 의회 정치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을까. 여태껏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모델이었고, 그들 스스로도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미국 민주주의가 이렇게 추락한 것은 분명 트럼프에게 책임이 있다.

​​​​​​​스스로 대선 패배를 인정치 않고 선거가 도난당했다던 트럼프가 초래한 비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47.7%의 표를 얻고도 낙선했다. 그는 내심으로 원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군중 앞에서 의회로 행진을 하자고 선동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그의 처신이다. 그는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치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인격의 졸렬함이 드러난 최악의 비극이다.

몇 해 전 광화문 태극기 집회를 스쳐 지나간 적이 있다. 이상한 것은 태극기 사이에서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 모습이었다. 미국 성조기까지 동원한 것은 한미 동맹을 과시하거나 보수성향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번 미국 집회에서도 성조기와 함께 “USA”를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한국의 축구 경기 시 붉은 악마들의 “대-한-민-국”과는 비슷한 소리였다. 그러나 시위자들의 USA는 미국 의회 난입의 파열음이라면 우리의 대한민국은 한국인의 저력이었다. 이번 의사당 난입은 성조기와 미국의 국호마저 동시에 모독했다.

사실 대통령 트럼프의 그간 정치행적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았다. 그의 아메리카 우선주의는 인종차별주의로 귀결됐다. 그는 우방과의 방위비 협상에서도 철저히 돈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기후 협정에도 탈퇴하고 이란과의 핵 협정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모두가 부동산 재벌다운 그의 정치 행각이다.

본란을 통해서도 필자는 트럼프 식 정치를 여러 번 경고한 적이 있다. 그의 선거 결과 승복은 빠를수록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링컨 대통령이 주창한 ‘인민을 위한 정치’를 ‘트럼프만을 위한 정치’로 변질시켜 버렸다.

20일 취임할 바이든 대통령이 해결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미국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튼튼한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주의적 정책은 철저히 폐기해야 한다. 힘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결별해야 미국의 위상은 회복될 수 있다. 동맹국까지 거래의 수단으로 이용한 트럼프 식 외교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 바이든은 실추된 미국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미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비정상적인 정치 행각은 정치 지도자의 품성과 자격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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