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형’에 열광하는 사회심리
‘테스 형’에 열광하는 사회심리
  • 등록일 2020.12.02 20:05
  • 게재일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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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코로나 비상사태 하에서도 트로트 열풍은 종편을 강타했다. 남녀 트로트 가수 경연 이후 트로트는 여전히 방송가를 달구고 있다. 무명 가수의 가수왕 등극도 재미있었지만 나훈아의 방송 복귀는 더욱 재미있었다. 그의 신곡 ‘테스 형’은 엄청난 조회 수를 자랑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사람들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나훈아는 부모님 무덤 앞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시상이 ‘테스 형’의 작곡배경임을 털어놓았다. 세상을 풍자하는 (소크라)‘테스 형’은 코로나 시대 답답한 사람들에게 흩어진 자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테스 형’은 첫 소절에서 ‘턱 빠지게 웃다가 찾아온 슬픔을 웃음 속에 묻는다’고 출발한다. 암울한 우리의 현실을 재미있게 빗대고 있다. 그는 뒤이어 ‘세상이 왜 이래’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뿐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어지럽기 때문이다. 살기 어려운 세상에 TV만 켜면 정치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싸움만 계속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유례없는 격투는 점입가경이다. 국회는 열기만 하면 패싸움이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코로나 보다 무서운 것이 불신과 혼돈이다. 세상이 왜 이래 하는 노랫말이 공감을 얻는 이유이다.

노래의 둘째 소절은 아버지 산소를 찾은 이야기이다. 무덤가에 ‘거저 피는’ 제비꽃과 들국화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꽃들마저 자주오지 못하는 아들을 꾸짖는다. 모두가 세상 살기에 바빠 무덤도 찾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오랜만에 부모님 산소를 찾아 불효를 후회하는 모습이 노랫말에 잘 담겨있다. 어느 늦가을 묘소 앞에 술 한 잔 올리고 회한을 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의 노래는 코스모스 핀 ‘고향 역’에서부터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영영’과 ‘누가 울어’에 이어 엄마를 그리는 ‘홍시’로 연결된다. 기성세대 누구나 공감하는 유행가가 되었다.

마지막 절은 저 세상에 먼저 간 테스 형에게 ‘천국이 있던가요?’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세상의 구원 문제를 소크라테스에게 묻고 있다. 일전에 어느 모임에서 신부님은 이 노래를 ‘스도 형’으로 개사해 부른다고 했다. 물론 ‘스도’는 그리스도를 줄인 말이다. 살기 어려운 세상에 그래도 종교가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탈선된 종교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종교인이 정치하고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는 모순이 연출되고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국에 대한 그의 도발적인 질문은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가수 나훈아는 그의 사생활에도 불구하고 좋은 가수라고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 그도 이제 나이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의 예술혼만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칭송받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등장시킨 그의 발상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비례 대표 의원직 제의도 단 칼에 잘라버렸다. 그는 가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그의 가슴에는 민족적인 애국심과 정서가 흐르고 있다. 일본 초청 공연에서도 그는 무대에서 할 말을 다해 버렸다. 흔해 빠진 CF 출연도 그만은 하지 않는다. 나훈아에 모두가 열광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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