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경찬의 대구·경북人
대구문화재단 이승익 대표

문화예술의 생산 유통 전 과정에서 막힘 현상이 없도록 예술인과 생활문화인을 연결하고 싶다는 이승익 대표.

문화재단은 아파트 마당에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이 건물을 찾느라 더러 헤맬 수도 있겠다. 지원금 신청할 때 서류 넣기가 어려워서 딱 한 번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주차공간을 가진 도로의 어떤 건물을 상상하고 온다면, 더부살이 하는 자취생 같은 문화재단의 위치에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올해 7월초에 첫 출근 하셨다는 대구문화재단 이승익 대표님을 만났다. 인상이 좋으시다. 무슨 얘기든 다 들어줄 테니 편안히 해보라는 얼굴이다. 따끈한 커피부터 마시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구문화재단은…
2009년 출범… 예술인 진흥·교육사업 실시
생활문화지원 외 코로나로 힘든 예술인 지원
예술발전소·범어 아트스트리트 등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각종 레지던스 프로그램 실시
걸어온 길…
경제학 전공 후 중국어·사회복지학 등 공부
언론계서 30년간 근무하며 집필·방송 등
활발한 활동 펼치다 문화재단 수장 맡아

포부는…
“문화예술도 일자리 될 수 있다” 증명 위해
예술인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체화하고
홀로서기 위한 단계별 컨설팅도 구상 중
문화기부 챌린지 정착시켜 재정 충당 이룰 것

“문화재단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화재단은 2009년에 대구시 문화예술 플랫폼 기능을 표방하며 출범했습니다. 찾아가는 예술행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예술인 진흥사업과 예술인 교육사업, 생활문화지원 외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예술인을 위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생활문화의 비중이 높아지고 ‘시민 문화 본부’라는 조직이 만들어져서 일반인들의 생활문화육성도 돕습니다. 운영하는 시설로는 KT&G를 리모델링해서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비슷한 예술창작공간을 만들어낸 예술발전소와 범어 아트 스트리트, 가창창작스튜디오, 대명공연예술 연습 공간 등이 있습니다.”

예술인들에게는 경제적 창출도 중요하지만 작업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경제적 효과를 더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레지던스 사업은 모든 작가들의 생활을 돕는 방안이기도 하다. 지원할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레지던스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다수여서 경쟁이 치열한 것이 문제다. 작가의 방 같은 작업공간만 주어져도 좋겠다.

“대구 문화계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변화가 주어져야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서 문화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데 단계적 과제로 예술인들이 안정된 기반 속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이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문화예술의 생산 유통 전 과정에서 막힘 현상이 없도록 예술인과 생활문화인을 연결하고, 예술인과 시민을 연결하고, 기업과 매칭해서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출연금 확보 노력과 동시에 문화 메세나 운동이나 기부활동 등 여러 가지 운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술인 지원 사업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 결과를 오픈하고, 탈락자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추가재원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는 말씀에 신뢰가 간다. 어려운 자리에 앉아 있어서 어깨도 무거울 것 같다. 어두울수록 더 무거운 법이니.

“문화인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려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졸업 예정자나 청년작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서 문화 예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각종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작지원 공연지원으로 홀로서기와 중견작가 중견예술인을 위한 생애 주기별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해외네트워크를 통하여 외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와 베를린을 잇는 ‘다베 네트워크사업(DaBe Net work)’입니다. 그동안 두 도시간 교류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교류가 잠정 중단되어 아쉽습니다.”

다베(DaBe)는 대구와 베를린의 합성어로 아트 허브의 도시 베를린에서 예술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귀띔해주신다. 그 외에 ‘멘티멘토’로 원로작가들이 청년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확대하려 하신다.

“기관장으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대구는 교육과 문화의 도시입니다. 근대예술인의 근거가 많이 남아 있고, 6·25 때에는 예술수도 기능도 했어요. 국립극단의 본부와 임시행정 수도가 대구에 있었거든요. 대구를 보는 외부의 시각이 곱지 않아요. 문화가 낙후되어 있고 우리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문화적으로 정체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최근에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이어받자는 얘기가 나오며 2·28운동의 자랑스러운 민주화 정신과 K방역으로 자부심이 깨어나고 있어요. 풍성한 문화 활동으로 시민들의 자긍심을 깨어주는 것이 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안 상처 받고 기죽은 자긍심을 깨우는 일, 루쉰은 그것을 희망 없음의 희망을 부르짖는 애타는 포효라고 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대에 목이 아프게 외친 희망, 그게 바로 루쉰의 ‘납함’이다. 문화재단이 국채보상운동이라든가 2·28 민주화 운동으로 보여준 ‘대구의 정신’을 살리고 지역예술인들에게 기를 불어넣어주면서 대구시민과 소통하는 기관으로 나아간다면 20년을 향한 문화재단의 역할로 충분하고말고. 향후 계획은 문화재단과 예총의 협약으로 뭘 수행하고 무엇을 고민해야할지 논의하고 있다니까, 다 잘 될 거라고 믿어본다.

“대구문화계에 소속된 예술인이 얼마나 되나요?”

“예술인 활동증명 등록 인원이 2천600여 명이고 일 년 사이에 1천여 명 늘었습니다. 대구의 문화산업 사업체 비중은 전국 5.5% 가량이고, 예술 인원은 전체의 3.3%인데 문화산업 매출액 비중은 1.7% 밖에 안 된다는 점으로 볼 때 문화예술계가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예총만 해도 10개 단체가 있는데 실제로 그들이 창출하는 매출이 얼마나 저조하고 열악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문화재단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어요?”

“언론계에 30년 동안 근무하며 글 쓰고, 방송하고, 방송토론회 사회도 봤어요. 언론인의 출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언론인의 균형감각과 소통능력으로 문화재단의 변화를 추구할 생각입니다. 수성문화재단과 국채보상공원 기념사업회, 여성가족재단 등과 같은 기관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고 문화가 경쟁력이 되는 문화재단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혹시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으신지.”

“문화예술도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합니다. 예술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체화해 나갈 생각이고, 예술학교처럼 예술인이 창업하고 창작의욕을 발판 삼아서 홀로서기를 하도록 단계별 컨설팅을 구상 중입니다. 현재 대구시 재정과 일부기업에 의존해서 충당해나가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예술인의 자율과 홀로서기를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문화기부 운동에 앞장 서 보려고 해요. 대구시민에게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DNA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예총회장님과 소액기부로라도 먼저 릴레이를 시작해서 문화기부 챌린지를 정착시키자고 협약했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예술인들의 멘토 한 마디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 사실을 기억하고 예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때일수록 선후배가 함께 하는 영역발굴과 세대를 연결하는 노력으로 문화생태계를 살아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일자리와 문화기부운동이 활성화되고 플랫폼이 형성되면 기부 매체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만약 다른 사옥으로 옮기게 되면 기부의 전당을 만들어서 거액기부자의 초상화도 그려주고, 기부를 자랑스러워하는 범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하신다. 침체된 예술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부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임기를 마치고 나서 누가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왔느냐?’고 물으면 문화기부의 씨앗을 뿌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신다.

“학부 때 얘기 좀 해주세요.”

“경북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중국을 알기 위해 중국학 공부를 해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사회복지학 공부로 공공에 대한 봉사의 소양도 키웠고. 오랜 방송생활의 경험이 공공의 눈으로 이웃을 보게 해주었어요.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며 혼자 즐기는 밀실문화가 아닌 거시 분야, 다시 말해 공동체와 공공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하세요?”

“날마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30여 년간 수영과 헬스를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습니다. 해발고도 8611m의 K2 히말라야까지 갈 정도로 산을 좋아했어요. 무릎에 무리가 오며 수영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실내에서도 아령 등으로 근육 운동을 하고 있어요.”

“대구예술인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야외에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 블루로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예술인들의 멘토 한 마디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 사실을 기억하고 예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때일수록 선후배가 함께 하는 영역발굴과 세대를 연결하는 노력으로 문화생태계를 살아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어느 시인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예술가는 하늘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고.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시민들에게 빛이 될 수 있도록, 예술인들의 몸짓이 문학으로, 그림으로, 무용으로 별빛처럼 활활 타오르기를 기다려봅니다.” /글 장정옥 소설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