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나는 나의 가장 가난했던

미소 속으로 사라진다

어느 목마른 저녁거리에서

내가 늘 마시던 물은

내 눈물까지 데리고 땅속으로 사라지고

날마다 내 가슴속으로 눈부시게 날아오르던 새는

부러진 내 날개를 데리고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쓸쓸한 저녁 바닷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수평선과 함께

인간이 되고 싶었던 나의 모든 꿈조차

꿈속으로 사라져

캄캄한 서울

종로 피맛골 한 모퉁이

취객들의 밤의 발자국에 깊이 어린

별빛들만 사라지지 않고 홀연히

술에 취한다

가난과 결핍으로 삶이 힘겹고 어려웠지만 인간다움을 잊지 않은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본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움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서글픈 현실을 반성하며 가난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잃지 않은 지난 시간을 옹호하고 있는 시인의 따스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