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마주하다
경계를 마주하다
  • 등록일 2020.10.19 19:50
  • 게재일 2020.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는 기준에 의해 양분되는 한계이며 끝과 시작을 연결하는 변화의 기준이기도 하다. 흐름이 중단된 경계에서는 방향을 결정해야만 하는 긴장감의 순간이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경계에 선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 힘겹게 눈을 떠야 하고, 아침과 오전의 경계에서 일터로 갈 채비로 분주해진다. 집과 직장의 경계에서는 늦지 않기 위해 어느 길로 가야 하나 고심하고, 오전과 오후의 경계에서는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한다. 오후와 저녁의 경계에서는 술 한잔의 유혹에 빠지고, 일과 삶의 경계에서는 항상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의 삶을 꿈꾼다.

 

그래서 경계는 선택이다. 흐름이 중단된 경계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필연적 선택의 순간이다. 흘러왔던 과정과 경계에서 느끼는 결과를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선상(線上)이다. 경계의 선상에서는 누구나 조급해진다. 끊어진 흐름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조급함이다.

 

나는 경계에 대한 사진 작업을 통해 경계 선상에서 한발 물러나 그 경계와 마주하고 있다. 경계 선상에서 나를 분리하고 객관적 관점에서 그 경계를 조망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경계와 거리를 두고 마주하다 보면 경계는 마지막도 시작도 아닌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이어져 가는 흐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계는 조급한 단절도 아니고 새로운 시작의 절박함도 아니다. 경계는 흐름이다.

 

/김만기(사진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