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투자 축소··· 통신망 국산화 후퇴 방산·6G·소프트웨어는 유지, 외산 의존 심화
일본 통신장비 업계에서 4G·5G 기지국 개발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NEC와 교세라가 민간용 5G 기지국 개발을 사실상 접으면서, 스마트폰 통신망의 국산화 전략이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다.
NEC는 스마트폰 등 기존 통신 규격(4G·5G) 기지국 장비에 대한 신규 개발 투자를 중단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NEC는 기존 4G·5G 기지국의 유지·보수는 계속하지만, 신규 장비 개발은 하지 않는다. 다만 방위산업용 장비와 차세대 통신 규격인 6G 관련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모리타 다카유키 NEC 사장은 “기지국 장비의 장기적인 개발 투자는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영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NEC는 당초 5G 기지국을 성장 사업으로 육성했지만, 통신사들의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사업 적자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해외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교세라도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해 온 5G 기지국 개발을 중단했다. 경쟁이 과열된 시장 환경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세라는 향후 전파 중계장치 등 일부 통신 장비 개발에만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입지는 이미 크게 축소된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지국 장비 시장의 약 80%를 외국계가 차지하고 있고 NEC, 후지쓰 등 일본 업체 점유율은 1.4%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계(화웨이 34.2%, ZTE 11.4%)가 차지하고 있고 스웨덴 에릭슨(25.7%), 핀란드 노키아(17.6%), 한국 삼성(4.8%), 기타(5.0%) 순으로 조사됐다.
일본 국내 통신사들의 조달 전략도 변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한때 NEC·후지쓰 등 이른바 ‘전전(電電) 패밀리’로 불린 자국 제조사를 우선했지만, 2024년 이후 외국계 업체로 조달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통신 인프라의 외국산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NEC는 기지국 장비 제조를 전자기기 위탁생산(EMS) 업체에 맡기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후쿠시마 사업장은 시제품 제작과 기술 축적을 위한 ‘마더 공장’ 기능을 유지한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기지국 일부 기능을 가상화하는 vRAN(가상 무선접속망)과 IT 서비스 개발은 계속 추진한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통신망 국산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NEC는 방위용 안테나 등 안보와 직결된 영역에 대해서는 자체 개발과 생산을 유지하고, 6G 분야에서도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러나 민간용 대규모 기지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일본의 통신 인프라 국산화 전략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