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형 렬

쿠웅,

속에서 무엇이 스러졌다. 건들지 않고 사나흘 놔두면 놈은 일어나 나를 충동질 할 것이다. 그런데 기척이 없다. 그는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을 작정인가. 내 속에 무덤을 만들고 죽어버린 걸까.

갑자기 한 번도 보지 못한 그가 보고 싶다. 나의 모멸과 학대를 감내하며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해온, 흉측한 그, 여기까지 나를 멱살 잡고 끌고 온 지겨운 짐승…

두 눈으론 볼 수 없는 괴이한 형상물

오늘부터

내부에서 부패의 냄새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내부에 귀 기울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죽은 것 같다)

놈의 감옥 서까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모멸과 학대를 참아내며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해온 시인의 몸속에 가두어 둔 짐승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인 자신의 의식이고 욕망이 아닐까. 때로는 분열된 자아의 대립과 갈등으로 힘들었던 때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분열된 자아에서 벗어나서 일체된 자아로의 환원을 염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