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증명자연생태공원에 놓인 나무의 이름표.

코로나로 일이 없는 날이 많다. 마음은 편하지 않지만 몸은 편하니 산책을 가기로 했다. 친구에게 수목원으로 소풍을 가자고 했다. 사람이 많은 커피숍보다는 낫겠지 하며 간식을 싸서 나섰다. 주왕산에 숲속 도서관이 생겼다고 반가워하는 나에게, 누군가 포항 연일중명자연생태공원에도 도서관이 있다고 했다. 그럼 오늘 오후 산책은 거기로.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는 산, 길도 더 넓어지고 꽃의 키도 식구 수도 늘어났다. 한참 숲을 둘러보아도 도서관은 못 찾았다. 하지만 오늘 또 달라진 것 발견. 이름표를 새로 만들어 달았다. 내가 퀴즈마니아인줄 어찌 알고 “나의 이름은 뭘까요?” 한다. 감나무 뽕나무 정도만 구별 가능한 나에게 어려운 퀴즈이다.

내 실력을 알았다는 듯이 주위에 여러 나무 중에 어떤 나무의 이름인지 눈치채라고 앞판에 나뭇잎과 꽃과 열매를 새겨 놓았다. 그 정도 힌트로 맞힐 내가 아니다. 처음부터 알려주면 재미없다. 너무 쉬워 보일까 봐 뚜껑을 살짝 넘기란다. 손으로 들추니 이름이 나오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느 시기에 꽃을 피우는지 꽃의 이모저모를 적어 놓았다. 나무나 꽃이나 사람이나 쪼는 맛이 있어야 한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야생화 관찰원, 약용 식물원, 암석원, 야생화원 등 다양한 생태 학습장이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소리 채집기에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 바람 소리가 또 다르게 들린다. 오르면서 보니 계곡 여기저기에 동물 모형이 있어서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한쪽에 놓은 정자에 앉아서 가져간 간식으로 갈증을 달랬다. 산을 따라 올라가면 옥녀봉에 전망대도 있다. 오늘은 산책만 하기로 했으니 전망대까지 가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집에 돌아와 연일중명자연생태공원 홈페이지에 방문했다. 요런 재미난 생각은 누가 어찌하였는지, 다음번에 가면 또 다른 무언가를 내게 보여줄 건지 물어보고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어야겠다. 참 잘했어요, 도장도 찍어주고.

/이지헌(구미시 양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