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경 탁

소백 준령 우람한 황악산길

걸어보니 만행일레

겹겹이 산 어깨 위

서쪽 하늘 얼굴을 가리고

산은 산끼리 어깨를 맞대고

나무는 나무끼리

하늘 뜻을 가늠하고 있는

소백 준령 묵묵한 산 세상

천년 노송 숲길 끝

나를 씻는 도량(道場) 있네

솔향기 목탁소리

뉘우침도 바래가며

청솔빛 쑥국새 울음 끝머리

떠오르는 저 별을 보며

걸러지는 별무리 보며

소백산맥 줄기의 황악산 뻗어 내린 산길에서 시인은 새와 나무와 천년 노송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음을 본다. 꽃 한 송이 나뭇가지 하나에도, 천년을 살아가는 노송에게서도, 별빛따라 흐르는 절집의 목탁소리에서도 시인은 깊고 그윽한 생명의 소리를 듣고 아름답고 고운 생명의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