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증 식

스무 해 훌쩍 지나 시장통 걷는다

그때 그 할머니 지금도 할머니인 채

그때 그 술잔 내놓는다

그때처럼 주문하면 바로 시장 봐다가

파전 부치고 생선 굽는다

메뉴판도 인정도 그때 그대로

하긴 뭐 이십 년 세월쯤이야

저기 저 밀양상회 할매 어물전 오십 년

저기 저 시장식당 할매 국밥집 사십 년

여기저기 더하면 천 년도 훌쩍이라지

허기진 가슴들이여 이리로 오시라

먼저 가신 어매아배 장마당 나와 있고

흘러간 그때 그대로가 여기 있으니

시인의 회한과 그리움이 시 전편에 녹아있고 정겹다. 먼저 가신 이들을 그리워하며 자신도 언젠가 떠나고 먼 훗날 누군가가 자신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장마당에 스며 있는 따스한 사람의 온기들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