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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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오랜 해외생활을 끝내고 돌아와서 당황하는 건 이해하기 난해한 신조어의 등장일 것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시절 서클(circle)이라고 부르던 말은 동아리라고 바뀌었고 커트라인(cut line)이라고 부르던 말도 입결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엉뚱한 단어로 바뀌어져 있었다. 인강이라는 말도 신조어다. 인터넷 강의를 줄여 쓴 말인데 “인강의 1타 강사”라는 국적 불명의 말도 쓰인다. 인터넷 강의를 최고로 잘하는 강사라는 말이다.

캠퍼스가 인강에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학가에는 초유의 인강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과목 강의는 물론 졸업식, 입학식도 각종 세미나나 교내 집단 행사 등이 모두 인강으로 대치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주요 대학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번 가을 학기에도 온라인강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입생들이나 지역출신 학생이나 유학생들은 고향이나 본국으로 돌아가 온라인 강의를 듣겠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학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최근 트위터에선 ‘대학생의 일상도 중요하다’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확산되고 있고, ‘가을학기도 온라인으로 결정됐다. ‘벌써부터 지친다’ ‘온라인 수업은 대면과 질이 다른데도 학비는 왜 똑같은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는 대학들에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의 병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다수 대학은 여전히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보다 감염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며 대면수업에 소극적이다.

한국은 제한적으로 교수들의 대면 수업을 허용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교수들의 대처 방안도 다소 신경질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오가는 활기찬 모습이 캠퍼스의 모습이건만 지금 캠퍼스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캠퍼스로 변했다. 학생, 교수, 직원 모두 지쳐가고 있다. 불안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도 암암리에 앓고 있다.

코로나19로 빚어진 캠퍼스 대참사로 인하여 캠퍼스는 삭막해져 가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출장이 크게 줄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교수와 학생, 교수와 교수간의 대화도 사라지고 침묵이 감도는 것이 캠퍼스의 현실이다.

아마 캠퍼스는 더 삭막해 질 것이고 지쳐갈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마스크를 6개월 이상 써야 하는 상황을 당해 본 적이 없는 데 지금 우리는 인류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모두들 지쳐 가지만 캠퍼스는 그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인강이 언제 끝날 것인가? 아무도 예측을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백신이 개발되어 출시 되었다고 한다.

신규 감염자 제로의 시간이 언제 올 것인가? 꽃이 피었던 캠퍼스는 이제 녹음이 푸르고 싱그럽다. 언제 학생들과 교수들이 캠퍼스로 돌아올지 기약은 없고 이제 곧 캠퍼스에는 낙옆이 쌓일 것이다.

지쳐가는 캠퍼스는 언제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