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삼국시대 제갈공명은 위나라를 정벌하고 중원을 통일하기 위해 전진기지인 기산으로 수차례 출병했다. 이 와중에 한번은 가장 좋은 호기를 포착해 연전연승하며 중원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때 본국에서 급히 귀국하라는 소환장이 날아왔다. 공명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눈물을 머금은 채 퇴각한다. 본국에 와 일의 전말을 알아보니 방탕한 신하들이 어린 황제의 귀를 막고 공명이 전쟁에서 이기면 역심을 품을 것이라는 선동질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공명은 한탄했다. 병사들은 수 만리 먼 전쟁터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서 전투를 수행중인데 반해 주색에 찌들은 살찐 신하들이 나라를 망치는구나라고. 공명은 내부기강과 단합이 전쟁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 당분간 전쟁을 접고 내치에 접어들었다. 이후 몇 년 동안 국력을 다진 후 공명은 다시 기산으로 진출한다. 이 고사는 국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조직, 심지어 가정 등에서 내치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경북도의 경우를 보면 최고 수장이 지역의 백년 미래를 결정하는 신공항에 매진하는 사이에 내부 기강이 상당히 흐트러지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또 조직원 간의 불협화음은 고위, 중하위직 등에서 골고루 일어나고 있어 조직 안정화가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구세대와 사고가 상당히 변화된 젊은 세대가 도청에 대거 진입하면서 이들 사이를 잘 조화시키는 여러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도청 토론방에서 확인되지 않은 댓글이 난무, 피해자가 악플러를 고소하는 등 경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젊은 직원들이 확인되지 않은 일에 악플을 단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고, 정확한 내용은 관계 당국의 조사 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 중간 간부급의 부적절한 처신이 올라와 댓글 수 십개가 달리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 얼마 전에는 절도사건으로 공무원이 경찰수사도 받았다. 한 여직원이 소지품을 분실한 사건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남자직원이 일부러 훔쳐 주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올 초에는 인사와 관련, 지사를 겨냥한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공개된 방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사업소에서 상당한 문제를 일으켰으나 오히려 본청으로 발령받아 근무중이다.

경북도에는 약 2천명의 직원이 북적이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조직 내의 갈등 속에서 순기능적인 면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경북도내 조직분위기는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강 해이에 대해 감독 부서도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지사가 백년대계를 위해 매진하는 동안 조직에 문제가 생긴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직원들 사이에 반목과 질시가 길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다.

제갈공명의 고사가 보여주듯, 경북도도 내부 안정화와 더불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작은 불씨 하나가 마을 전체를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