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영 <br>​​​​​​​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
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

제품과 서비스는 사용자가 부여해 주는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Usable’ 유형으로, 일관성, 심미성 등 디자인 원칙에 잘 맞아 편리하다고 평가받는 제품들을 말하며, 흔히 ‘맥가이버칼’이라 불리는 스위스 군용칼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칼은 칼, 톱, 가위 등 여러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막상 요리나 집안일을 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비상시 요긴하고 기능적으로 완벽하지만, 실사용 환경에 잘 맞춰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Useful’ 유형으로, 식후 이쑤시개와 같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어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은 기능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실제 이용환경에도 특화되어 있어, 사용자가 의도한 목적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런 제품에 매겨지는 가치에도 한계가 있다. 이쑤시개는 다 같은 이쑤시개일 뿐 다른 제품 대비 차별화가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난 꼭 이 이쑤시개가 아니면 안돼!’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세 번째는 ‘Desirable’ 유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아 독보적인 선두 위치에 올라간 Market Leader들을 말한다. 경쟁자 대비 월등히 좋은 경험을 제공하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명품의 반열에 올라선 제품들 말이다.

자동차, 패션 등이 대표적이며, 고객들은 가격, 기능 등에서 불리한 조건이라도 선호하는 브랜드나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

마지막, 가장 강력한 유형은 ‘Delightful’ 유형으로, 고객을 기쁘게 함으로써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된 제품들이다.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와 팬덤이 형성되고, 종교나 컬트(Cult)에 가까운 숭배와 추종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모든 기업의 꿈으로,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형성 노력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객을 기쁘게 하는 제품, 브랜드,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Patrick Jordan 교수는 인류학자인 Lionel Tiger 교수의 이론을 토대로, 고객들이 제품을 통해 Physio, Psycho, Socio, Ideo 등 네 가지의 기쁨을 추구하며, 네 가지 기쁨이 균형 잡혀야 좋은 디자인이라 제안한다.

Physio Pleasure는 고객을 유혹하는 카페의 원두 향이나 화려한 색과 같은 감각적 기쁨을 뜻한다. Psycho Pleasure는 직관적인 사용법이나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인지적 기쁨을 의미하고, Socio Pleasure는 제품을 통한 순위 경쟁이나 커뮤니티 등과 같은 고객 간의 사회적 교류를 말한다.

Ideo Pleasure는 친환경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 있는’ 소비를 예로 들 수 있다.

연예인도 이제 수려한 외모나 목소리(Physio Pleasure) 뿐 아니라, ‘뇌섹남녀’(Psycho Pleasure)에 ‘인싸’(Socio Pleasure) ‘개념돌’(Ideo Pleasure)이 대세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비결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