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지진특별법 공청회 파행
정부 사과하고 100% 지원하라
분노한 시민들 고성·강력 항의
진행 30여분 만에 사실상 무산
이강덕 시장 “시행령 수정해야”

포항지진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6일 오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렸지만, 시민들의 항의로 사실상 무산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개정안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용선기자

입법 예고된 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피해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된 공청회가 포항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지역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포항 시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던 정부로서는 오히려 포항 시민들의 분노만 재차 확인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오후 2시 포항시청 문화동 대잠홀에서 포항지진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포항특별법 시행령 제정TF 이재석 과장과 조동후 사무관이 지진특별법 시행령 관계자, 변호사, 손해사정사 등 전문가와 함께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다.

공청회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지역 기관장들과 시민단체, 피해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성이 오가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공청회 시작에 앞서 지난 4월 감사원 감사결과 포항지진이 국책사업인 포항지열발전에 의한 인재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사과와 책임있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강력 항의하고 포항시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대잠홀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등을 규탄하는 현수막 등을 펼쳐보이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또한, 공청회에 참석한 산업부 책임자가 장·차관이 아닌 서기관(4급)과 사무관(5급)이라며, 포항시민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격분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지진 특별법 제14조 ‘국가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도금액 내에서 피해금액 70%를 지원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지원한도의 폐지와 100% 지원을 촉구했다.

공청회는 당초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완강하게 거부의사를 표현해 30여 분만에 무산됐다.

식순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이재석 과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시작하자 시민들은 “지진이 인재로 밝혀졌는데 사과의 한마디라도 해야 옳은 태도가 아니냐”고 따졌고, 이에 이 과장은 “우리 부의 일관된 입장은 송구스럽다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이어 시민들은 “100% 지원 약속이 아니면 더이상 들을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저희가 확답을 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산자부 직원들의 대답이 나오자 공청회 진행을 거부했다. 하나둘씩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면서 공청회는 결국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포항시는 산업부의 책임있는 관계자가 참석해 진정성 있는 공청회를 다시 개최할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산업부에 재차 건의할 계획이다.

김길현 장량동 피해주민대책협의회 위원장도 “다른 특별법에도 없는 지급한도와 지급비율은 지역 차별”이라며, “지급 한도 폐지와 100% 지급에 포항시민 모두가 강력하게 저항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을 현장에서 모두 지켜본 이강덕 포항시장은 “결과적으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노력을 하겠지만,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법안에)반영하는 노력을 더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끝까지 시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함께 배석한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역시 “피해 구제는 무조건 100%여야 한다. 포항시의회도 포항시, 범대위와 함께 시민들의 의견이 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지진특별법 시행령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정해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됐으나,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피해구제 지원금(법 14조) 및 피해자 인정 신청(법 16조) 등에 관한 사항이 현재 개정절차가 진행 중이고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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