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2020년 참 어렵다. 바이러스 폭탄에 이어 물 폭탄까지 자연은 매몰차게 사람을 몰아세우고 있다. 다음은 어떤 폭탄이 인간 사회를 덮칠지 예측하기조차 두렵다.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는 다음 폭탄은 세금 폭탄이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그 폭탄의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그런데 더 큰 걱정은 각종 폭탄에 좌절하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울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양치기 정부와 안하무인 국회는 과거를 잊고 한풀이하듯 자신들의 생각만을 일방적인 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지신들이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떠들어 댄다. 과연 그들이 그토록 말하는 국민은 누구일까? 국민이라는 단어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날이 머지않았다.

국민은 힘들다고, 지금과 같은 힘듦은 여태껏 겪어보지도 못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괜찮다고만 한다. 물론 국민 중에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소통 없이 위압적 지시만 있는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불신 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불신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교육과 정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곳은 소통과 신뢰가 제일 필요한 곳이다. 일부 사람들이 학생을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육이 희망이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학교 교육이 죽은 이 사회에는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는다.

지금처럼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 학교 교육은 어떤 모습인가?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학교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코로나19 예방과 관련한 교육 방침이다.

“(자율활동) 단체 활동 및 행사를 가급적 지양하고 불가피한 경우 참여 인원 최소화 (동아리 활동) 밀폐된 공간 내 활동 자제 (봉사활동) 외부 기간 봉사활동 가급적 지양 (….)”

위 내용을 요약하면 모이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모이지 않고 교육이 가능할까? 온라인 학습 찬양자들은 4차 산업 시대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자고 한다. 그 말을 비판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 적폐라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EBS 강의를 털어주거나, 의미도 없는 과제를 낸 다음 벌점으로 엄포를 놓고 개인 일을 한다. 그리고 성과급을 생각한다.

8월 초 많은 학교가 학기말 시험 중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도 대한민국 학생들은 시험을 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이 나라 교육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시험이란 오로지 입시를 위한 성적 산출용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확인해 주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종이 인간이라고 한다. 의미 없는 시험지 또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전국의 학교를 놓고 보면 시험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은 어마하다. 그런데 쓰레기는 치우면 되지만, 오로지 입시를 위한 의미 없는 시험으로 황폐해진 학생들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교육 또한 인간이 하는 일이라 인간적 실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교육은 실수를 넘어 재난의 일종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 폭우 사태 등과 함께 학교 교육 역시 분명한 인재(人災)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더 아파야 죄를 멈출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나라와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