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 주일 전부터 병이 또 도져 버렸다. 무슨 병이냐고? 물으신다면, 일명 검색병이라 해야겠다. 밤 늦게까지, 아니 새벽 가깝도록 휴대폰 속을 헤맨다. 다음, 네이버로는 성이 안 차 구글도 들어가고 줌도 들어간다. 목마름병, 타는 듯한 갈증, 갑갑증 같은 증세가, 소금물은 마셔봤자 더 목이 마르듯 숨통을 죄어온다. 아침에 눈뜨면 도로 또 검색이다. 왜 검색이냐? 하면 답답해서라고밖에 뭐라 말할 수도 없다. 아침부터 가슴에 뭐가 얹힌 듯 또 뭔가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사실,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는 유튜브를 들었다. 보았다기보다 들었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유튜브를 지난 시절 팟캐스트처럼 쓰기 때문이다. 눈이 아파 유튜브를 보고 있을 수가 없다. 휴대폰 푸른 빛이 안구를 마구 찔러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눈 뜨고 애써 보는 것보다 저절로 들리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근 1,2년을 이번에는 팟빵 대신 유튜브를 즐겨 들었다. 라디오처럼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는 휴대폰을 베개 삼아 베고 자며 지금, 여기와는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뭔가, 이 숨막힐 듯한 갈증 씻어줄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고대했다.

다른 시대가 오기는 왔다. 그것이 새로운이라는 말에 어울릴 만한 시대이기를 바라마지 않았는데, 마침 팟캐스트 시대가 종막을 고하고 유튜브 시대였다. 너도 나도 유튜브를 향해 내달렸다. ‘새날’ 같은 팟빵 프로도 유튜브로 변신했다. 참, 새롭기는 새로운 유튜브 시대였다. 이것저것 정치 이야기 아니어도 볼 것이 참 많았다. 하지만 내 감각으로는 아주 잠깐,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였다.

곧바로 무서운 갈증이 닥쳐오기 시작, 날이 갈수록 이 증세는 심해지기만 했다. 여기에도 예외없이 두 패가 있어 물어뜯고 물어뜯기기에 여념이 없다. 좀비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마구 떼로 달려들어 물어 뜯고 물어 뜯기기가 ‘전부’던데, 바로 유튜브 속 세상이 ‘좀비장’이라면 심한 말이기는 하다. 뭔가 뷔페 식당의 갖가지 요리들을 한데 모아 엎어 놓은 형국이라고나 할까? 우주나 자연 다큐멘터리 빼놓고는 너무 거칠고 현란하고 막무가내고 공격 본능, 야수 본능들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찾는 것은 없다, 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어디에 진실이 있단 말인가? 어느 파당에, 분파에, 논리에 정의가 있단 말인가?

지난 두어 주 동안 이 나라를 무섭도록 달군 메뉴가 있었으나 정작 진실은, 내막은 감춰진 채 비난과 화제 전환과 국면을 틈탄 괴물들의 싸움이 진흙탕 속에 펼쳐졌다. 이제 유튜브를 떠나면 또 무엇을 찾나? 누가 그러더라. 휴대폰 끄면 적막강산이라고. 맞다. 갈증도 함께 사라지리라 한다. 헌데, 이걸 꺼놓고는 살아갈 수도 없다. 기가 막힌 현실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