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이름을 꼭 넣어야 했을까?
장관 이름을 꼭 넣어야 했을까?
  • 등록일 2020.07.16 18:44
  • 게재일 2020.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몇 년전 모 대학교의 국제화 자문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문기간이 끝나 감사패를 받게 되었는데 감사패에는 일반적으로 수여자인 총장의 이름을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수여자 이름에는 총장 이름 대신 ‘oo대 교수단’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 대학총장은 총장 전용 주차장도 없애고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인공을 가운데 세우는 겸허하면서도 구성원에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최근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명패석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포함된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김천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가 지난달 30일 세워졌다. 1970년 준공된 경부고속도로의 5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이다.

그런데 그 기념비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명의로“본 고속도로는 5000년 우리 역사에 유례없는 대토목공사이며,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고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국민정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기념비엔 발주처였던 건설부 관계자와 시공 업체 직원 등 531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그리고 헌정인으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라고 쓰여져 있다.

경부고속도로는 독일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보고 온 박정희 전 대통령 구상에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뒤인 1968년 착공, 1970년 개통을 이뤘다. 야당인 통합미래당과 보수권 국민들은 “왜 박 대통령의 이름이 없는가”라고 항의하고 기념비를 다시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또 준공기념비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적이 없다고 하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름이 들어간 것은 국토부를 대표하는 장관이름을 쓴 것이라고 강변한다. 건설공사 참여자의 명단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기념비의 헌정인은 자연인 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 장관은 고속도로 건설에 아무런 공헌을 한 것이 없다. 헌정인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되어야 한다. 더구나 현 정부의 원천이 되는 당시 야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하며 ‘차도 없는 나라에 고속도로가 웬말이냐’, ‘고속도로 만들어봤자 돈 많은 자들이 놀러 다니기만 좋게 할 거’라고 비판 하면서 고속도로에 눕기도 했었다.

어제 누군가가 기념비에 새겨진 ‘국토교통부 장관’ 글자를 훼손하여 다시 복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한다. 왜 그렇게 이름을 알리지 못해 안달일까? 김 장관에게 앞서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모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배우라고 주문하고 싶다. 필자도 최근 이임하는 교수에게 재임기념패를 주면서 학장이름을 안쓰고 ‘교수일동’이라고 써넣었다. 이임하는 교수나 축하해주는 교수들이나 모두 흐뭇한 표정이었다. 국토부도 그 기념비에 ‘대한민국 국민 일동’이라고 썼다면 오히려 장관의 겸손함이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