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아주 오래전 일이다. 자료조사를 핑계로 학과 친구 몇몇과 여름맞이 시골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다들 시원한 수박을 우적우적 먹으며 평상에 둘러앉아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서 왔는지 쇠똥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똥을 굴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다들 신기하다며 보는데 마침 마을 어른 한 분이 이게 참 대단한 거라며, 또 존경스럽다고까지 하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곤충 주제에 대단해 봤자지 거기에 무슨 존경까지는. 헌데, 그분 말씀의 요지가 이러하였다.

오랫동안 소를 치면서 쇠똥구리를 지켜봐 왔는데, 글쎄, 꼭 자기가 짊어질 만큼만 소똥을 굴릴 뿐만 아니라, 그 굴린 똥 또한 단단하여 웬만해선 부서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잘 다진 똥 구슬을 땅속 둥지에다 옮기고 그 속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니, 다른 벌레나 새들에게 잡아먹힐 일도 없다 했다. 즉 굴릴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굴릴 뿐 아니라, 그것을 또 잘 지키는 현명함마저 갖추었으니, 욕심쟁이 인간들보다야 백 배 낫지 않는가 했다. 듣고 보니, 그럴싸 싶어, 수박 먹다 말고 다들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지나치게 욕심부리다 패가망신한 예는 우리 고전에 수도 없이 많다. 혹 하나 떼려다가 혹 하나 더 달고 온 혹부리 영감에서부터, 금도끼 가지려 꼼수 부리다 쇠도끼마저 잃어버린 욕심쟁이 나무꾼, 애꿎은 제비 다리 분질러 온갖 재화(災禍)를 받은 놀부 등 지나친 욕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옛말에 ‘욕심 많은 놈, 참외 제쳐놓고 호박 고른다.’는 말이 있다. 또, 성경 야고보서에는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낫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이는 모두 지나친 욕심이 제 살을 갉아먹음을 경계한 말이다. 바다의 해녀들은 한결같이, 욕심내지 말고 딱 자기 숨만큼만 있다 오곤 한다. 욕심부리는 순간, 물숨을 먹고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됨을 잘 아는 까닭이다. 해지기 전까지 걷는 만큼 모두 당신 소유의 땅이 되리라 하니, 과욕부리다 결국 지쳐 넘어져 자기 몸뚱이가 묻힐 만큼의 땅만 얻게 된 이야기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럼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욕심쟁이들이 세상엔 참으로 많다. 욕심은 바로 절제하지 않는 데서 생긴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우유와 치즈 하나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였다. 그만큼 행복은 절제하고 자기 수준만큼 갖고 가진 만큼 열심히 지키는 데서 오는 법이다. 그런데 욕심 많은 사람은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한 줄 안다. 욕심이 많을수록 불행도 커지는 것을 모르는 까닭이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악을 행하는 사람의 꾐에 넘어가지 않고, 죄짓는 사람 곁에 서지 않지만, 욕심쟁이들은 쉽게 악의 무리와 결탁되기 쉬운 법이다.

한평생, 참으로 짧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인생, 뭐가 그렇게 욕심들이 많아 남의 것을 뺏으려 하고, 배 아파하고, 꼼수를 써서 이미 공정한 심사에 따라 결정 난 일을 무리수를 두어가며 뒤집어엎어선 자기 것 하나 더 챙기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불쌍한 인생들, 더 늦기 전, 쇠똥구리의 지혜를 한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