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은
  • 등록일 2020.07.01 19:54
  • 게재일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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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옥<br>수필가
윤순옥
수필가

코로나19 감염증 재확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인지 확진환자가 늘고 있다. 며칠 잠잠하던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나 싶어 한껏 부풀었던 기대가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최초 환자 발생으로부터 4개월이 훌쩍 지나도록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평범한 일상은 더욱 기약이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이토록 간절한 일이 될 줄이야. 자유롭던 만남이 꿈결같이 아득하다.


사람이 그리워 텔레비전을 켠다. 화면을 통해 만나는 사람이 반갑다.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을 즐기지 않는 내가 드라마를 챙겨보고 토크쇼를 보며 웃는다. 일면식도 없는 연예인들의 가정사도, 연애사도 마치 가족 일처럼 즐거워 웃고, 안타까워 눈물짓고, 억울해서 화가 난다. 쇼 호스트의 하이 톤에 이끌려 홈쇼핑을 시청한다. 마실 다니듯 쇼핑 채널 몇 개를 돌다보면 필요한 물건이다 싶은 걸 만나게 된다. 매진 임박에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도중에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서둘러 주문하기를 누르고, 결제를 끝내고, 확인 메시지를 받은 다음에야 안심이 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충동구매가 늘었다. 입을거리, 먹을거리, 생활용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 번 고민하고 구입하던 습관이 변한 것인지 안사면 후회할 것 같은 상품도 정작 받아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하기 쉬운 음식은 어쩔 수 없지만 옷이나 생활용품은 교환이나 반품을 하게 된다. 우리 집 택배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딩동! 초인종 소리는 늘 반갑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택배기사가 최근 우리 집에 오는 일이 많아졌단다. 특히 이 번 주는 하루도 빠짐없이 들렀다며 오래 드나들면서도 필요 없는 말을 삼가던 그가 몇 마디의 말과 함께 땀 냄새를 남기고 사라진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멈출 줄 모르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했고 급기야 배송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었다. 이 시국에 나까지 한몫 했으니…. 제 발 저리 듯 뜨끔 한다.

며칠 전, 이른 한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침구를 시원한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설 명절 때 다녀가고 집에 오지 못 했던 큰아들이 기말시험 끝나고 내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라, 큰아들 방을 정리할 때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방을 돌며 침대 커버와 요를 교체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칙칙한 요에 눈이 간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침대 요 두 장을 또 주문했다.

주문할 때 들뜬 마음은 풍선 바람 빠지듯 하는 것인지 며칠을 깜빡 잊고 지냈다. 카카오톡 알림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윤순옥님 자연염색 60수 침구 업체 이브리다 입니다.’로 시작하는 택배 지연 안내문이다. 발송 처리된 건들이 현재 택배 사에서 이동 움직임이 없어 하루나 최대 삼 일 정도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린다. 기다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일일이 연락하게 되었고, 꼭 상품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보태고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까지 남긴 후 긴 글이 끝이 난다. 행동이나 말이 과하다 싶으면 불편한 순간을 넘기기 위한 제스처인 경우가 많은데 관계자의 글 곳곳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은 가장 큰 위로이며 희망이다. 지금 우리는 끝도 모르는 긴 터널을 달리고 있다.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을 이해와 인내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이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 방역관계자, 그리고 안전한 일상을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국민들 모두 툭, 건드리기만 해도 참고 있던 것들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택배 지연에 따른 침구업체에서 보내온 글을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 여길 수 있으나 내가 받은 문자에 담긴 것과 같은 작은 진심들은 유래 없는 위기 상황을 이기는 힘이 된다. 여린 빛을 내지만 결국 그 한줄기 빛이 모여 긴 터널을 뚫고 나가는 동력이 되리라. 내일은 밝은 태양 아래 말끔한 얼굴로 너와 내가 마주 서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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